[단독]'야스쿠니 폭발물' 설치 한국청년, 국내 이감 끝내 불발..정부는 '쉬쉬'

박용근 기자 2019. 8. 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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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5년 일본 야스쿠니(靖國)신사 화장실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가 징역 4년형을 선고 받고 후추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전창한씨(32)가 인권침해를 이유로 국내 교도소 이송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이런 사실을 일본 정부로부터 지난달 통보받고도 가족에게 알려주지도 않았다.

8일 전씨 어머니 이상희씨(58)는 “아들의 국내 교도소 이송요청이 어찌되는지 (어제)법무부에 확인해 봤더니 일본정부가 불허처분했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이유를 묻자 ‘이유미상’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법무부 관계자는 ‘수감중인 아들에게 국내이감이 어렵다는 통보를 했기 때문에 한국가족에게 연락을 하지 않은 것’ 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내가 일본정부에 연락해서 이런 사실을 알아야 하느냐”면서 “국내이감이 어렵다면 왜 그런지 이유를 명확히 알아야 체념이라도 할 텐데 이유가 없다는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분개했다.

일본 교도소에 수감중인 전창한씨가 지난해 6월 어머니에게 보낸 옥중서신에서 밝힌 인권침해 목록.┃이상희씨 제공

이씨는 “지난 3년간 밤잠을 설치며 애를 태운 부모 입장을 생각한다면 대한민국 정부에서 이렇게 일을 처리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내 아들이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일본 상징인 야스쿠니에 위해를 가하려 했겠느냐. 피끓는 한국의 청년이기에 그리 한 것”이라고 울먹였다.

법무부는 경향신문이 전씨 국내 이감 경과에 대한 결과물을 요구하자 “수형자이송심사와 관련한 구체적 내용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및 대한민국과 일본간 이송에 관한 협약과 외교관계 등을 고려해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씨 모자가 2017년 4월 일본 교도소에서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며 국내 교도소로의 이감을 한국정부에 신청한 지 2년4개월만에 나온 공식입장이었다.

전씨는 2017년부터 수차례 어머니에게 보낸 옥중서신을 통해 폭언과 폭행, 벌레 투척, 가스살포 등 일본인들로부터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6월 보낸 서신에는 수십건의 인권침해 목록을 상세히 적어 보냈다.

이씨는 “하루 벌어 생계를 잇다보니 아들에게 자주 면회갈 수 도 없는데 최근 편지를 보면 정신이상증세까지 보이고 있는 것 같아 잠이 안온다”면서 “요즘 일본과의 갈등이 심해져 더 고초를 겪고 있을텐데 누구를 믿고 아들을 구해내야 할 것인지 암담하다”고 말했다.

전씨는 2015년 11월23일 도쿄도(東京都)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야스쿠니신사의 화장실에 화약을 채운 시한식 발화장치를 설치하고 불이 붙게 해 화장실 천장 등을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당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폭발음이 발생하면서 경찰의 폭발물 처리반이 출동하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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