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석열, 줄사표 두고 "원래 50명씩 사표..합리적 인사"

한영익 2019. 8. 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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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8일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예방을 받고 면담을 위해 좌석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원래도 관례적으로 (검찰총장 임명 후 검찰 인사에서) 4~50명이 사표를 내곤 했다”며 “합리적인 인사”라고 말했다고 8일 바른미래당 관계자가 전했다. 윤 총장 체제가 출범한 이후 검사 60여 명이 ‘줄사표’를 낸 걸 두고 이례적인 건 아니란 취지었다. 7~8일 국회에서 취임 인사 중인 윤 총장은 7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의 비공개 회동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앞서 손 대표는 공개발언에서 “이 정권에 적극 협조한 사람은 중요한 자리에 가고 정권 쪽 수사를 한 사람은 좌천이 됐다는 얘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 현 정권을 겨냥해 수사했던 검사들이 대거 사표를 낸 걸 겨냥한 말이다. 윤 총장의 발언은 이같은 손 대표 지적에 대한 해명 차원에서 나왔다고 한다. 회의에 배석한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윤 총장이 검사 60여명 줄사표가 이례적이지 않다고 계속 반박하는 것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비공개 자리에선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이 “국민의당의 리베이트 의혹이 대법원 무죄 확정판결까지 났는데 검찰에서 사과하거나 입장 표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렇지 않아도 제가 이미 (인사) 조치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부적절하다”고 한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향해서는 “(조 전 수석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말씀하시는 것은 좀 그렇지만 사람 자체는 괜찮다”고 했다고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상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환담하고 있다. [뉴스1]
윤 총장은 8일 오전에도 국회를 찾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만났다. 윤 총장이 먼저 자리를 잡고 황 대표가 2분 뒤 도착했다. “참 오랜만에 보는데 총장 임명을 축하한다”며 인사를 건네는 황 대표를 향해 윤 총장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윤 총장은 “법무부 장관 하실 때 뵙고 5~6년 정도 된 것 같은데 건강하신 모습으로 오랜만에 뵈니 아주 반갑고 좋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인 황 대표는 ‘선후배’란 표현도 썼다. 황 대표는 사법연수원 13기, 윤 총장은 23기다.

‘축하’는 그러나 짧았다. 황 대표는 곧 검찰 인사를 비판했다. 황 대표는 “균형 있는 인사, 검찰이 역할 하기에 부족함 없는 인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데 중요한 보직을 특정 영역의 검사들이 맡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편향적인, 한쪽으로 치우친 거 아닌 인사냐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특정 영역, 직역’ 등을 언급한 걸로 미뤄 “공안·기획 출신이 배제된다”는 최근 검찰 안팎의 우려를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 대표 역시 공안검사 출신이다. 윤 총장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검사들의 줄사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황 대표는 이어 “최근에 많은 역량 있는 검사들이 검찰을 많이 떠나고 있다고 해서 안타깝다. 이런 부분들도 잘 관리해서 조직이 흔들리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당에 들어와서 보니까 고소·고발한 사건이 70여건 되는데 4~5건만 처리됐고, 나머지는 사실상 유야무야됐다고 들었다. 공정한 수사가 된 거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은 황 대표가 말하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중간중간 눈을 깜빡이기도 했다. 윤 총장은 “검찰에 늘 깊은 관심을 가지고 좋은 지적 해주신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지적한 부분은 신중하게 받아들여서 잘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윤 총장은 이날 황 대표 외에 나경원 원내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유기준 사개특위 위원장(한국당) 등도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한영익·성지원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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