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36일만의 첫 수출허용, 그 뒤엔 판로막힌 日기업 아우성

장정훈 2019. 8. 8.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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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0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 Japanese Prime Minister Shinzo Abe gestures while speaking during a news conference following the parliamentary plenary sessions, in Tokyo, Japan, 20 July 2018. [EPA]

일본이 지난 7월 초 수출 규제를 시작한 지 36일 만에 처음으로 반도체 핵심소재 3가지 중 하나인 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의 수출을 허용했다. 이낙연 총리는 8일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3개 품목 중 하나인 EUV 포토레지스트 한국 수출을 처음으로 허가했다”고 8일 확인했다. 일본 정부의 이번 승인은 삼성전자의 주문을 받은 JSR이나 신에츠케미컬이 경산성에 제출한 EUV용 포토레지스트 수출 심사건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EUV용 포토레지스트의 수출을 허용한 것은 크게 두가지 이유라는 분석이다. 하나는 일본 기업을 위한 실리를 선택한 것이고, 또 하나는 수출 규제가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 전략물자 수출관리 미비때문이었다는 명분을 강화하기 위한 배경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먼저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일본 JSR과 신에츠케미칼이 생산해 삼성전자에 공급해왔다. 삼성전자의 일본 업체 수입 의존도는 92%, 일본 두 기업의 삼성전자에 대한 수출 비중은 50% 가량 된다. 삼성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TOK코리아를 통해 벨기에에서 EUV용 포토레지스트를 들여와 6~10개월치의 재고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삼성전자의 재고 확보로 수출 규제의 타격은 미미한 반면 일본 업체의 매출만 줄어들자 일본 기업을 위한 실리를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도체 3종 소재 공급선 다변화 상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또 하나는 수출 규제를 둘러싼 명분이다. 일본은 EUV용 포토레지스트의 수출을 규제하면서 미사일 발사체의 촉매제로 전용될 위험성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EUV용 포토레지스트의 사용량 자체가 많지 않고 또 사용처와 사용량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화성에 2018년 EUV 공정 라인을 착공했고, 올해 말 완공해 내년부터 7nm급 이하의 초미세 반도체를 본격 양산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현재 네덜란드 ASML에서 들여온 EUV용 장비는 4대뿐"이라며 "2대는 설치가 완료돼 파일럿제품(시제품)을 생산중이지만 2대는 장비를 공장에 세팅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일본은 이같은 사용량이 많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 관리만 투명하면 수출을 승인한다는 제스처를 보임으로써 수출 규제는 전략물자 관리 미흡때문이었다는 명분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일본이 EUV용 포토레지스트에 이어 고순도 불산이나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수출 승인도 제한적으로 이뤄지지 않겠냐는 조심스런 관측이 나온다. 한국에 소재를 공급하던 일본 기업들이 보관 장소나 한국을 대체할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불산을 생산하는 일본 스텔라케미파나 모리타화학공업은 화학물 관리규정을 받는 보관장소를 확보하지 못해 감산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 업체들은 반도체를 만드는 대만이나 미국 등으로의 수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해당 업체가 공정라인 테스트에만 2~6개월이 걸린다며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도 자국 정부에 한국 업체 이외로의 수출이 쉽지 않다는 우려를 전달했고 일본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 파악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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