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 베네수엘라 침투작전.. 美 "뒷마당 못내준다" 총공세

배준용 기자 2019. 8. 9.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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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쟁 양국의 또다른 격전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독재와 전대미문의 경제 파탄에 신음하는 베네수엘라가 미·중 대립의 또 다른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양국 간 대립이 무역·환율에 이어 중거리 미사일 배치 등 안보 이슈까지 확대된 가운데, 베네수엘라를 '뒷마당'으로 여기는 미국과 우고 차베스 시절부터 베네수엘라 내 이권을 확대한 중국이 마두로 퇴진을 놓고 다시 날카롭게 대립하는 형세다.

블룸버그 통신은 8일 "중국이 최근 베네수엘라 내 정유시설을 대신 정비해주고 그 대가로 원유와 디젤유를 받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지난 5일 미국 내 베네수엘라 정부 자산을 모두 동결하는 새로운 제재를 발표하며, "베네수엘라와 거래하는 기업과 국가는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는데 대놓고 무시한 것이다.

존 볼턴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지난 6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베네수엘라 위기 관련 국제회의에서 "(이번 제재는) 미국이 마두로 정권과 거래하길 원하는 제3자에게 매우 신중히 행동하라고 경고하는 것"이라며 "베네수엘라에 준 차관을 (중국이) 빠르게 회수하는 방법은 새로운 합법적인 정부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중국을 콕 집어 경고했다. 이에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중국은 상황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베네수엘라와의 협력이 계속될 것"이라며 볼턴의 경고를 일축했다.

미국은 마두로 정권 퇴진을 통해 베네수엘라에서 중국 영향력을 배척하고 미국의 대(對)베네수엘라 영향력을 되찾겠다는 구상을 품고 있다. 미국은 '곤봉 외교'를 앞세운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재임 1901~1909년) 시기부터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중남미를 미국의 영향권으로 끌어들였다. 그때부터 중남미를 '미국의 뒷마당'으로 여기고 있다. 미 제국주의 창시자로 평가받는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1902년 영국·독일·이탈리아 함대가 외채 상환을 거부하는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해상 봉쇄를 가하자 베네수엘라에 대규모 함대를 파견해 미국의 영향력을 과시했다. 1904년 그는 "앞으로 중남미에 유럽이 부당하게 개입할 경우 미국도 즉각 개입하겠다"는 '루스벨트 귀결'을 발표하며, 중남미에서 유럽 세력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특히 1914년 베네수엘라에서 유전이 발견되자 미국 석유 기업들이 대거 베네수엘라로 진출했다.

2000년대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1999년 반미(反美) 사회주의를 앞세운 우고 차베스가 등장한 것이다. 차베스는 미국을 대신할 파트너로 중국을 택했다. 1998년까지 양국 간 교역 액수는 연 5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는데, 차베스 집권 10년 만에 연 75억달러로 늘었다. 중국은 차베스 정권에 막대한 차관을 제공했고, 베네수엘라는 원유를 무상 공급하는 식으로 이를 갚아나갔다. 그 결과 베네수엘라의 대중국 원유 수출량은 2003년 하루 14만 배럴에서 2012년에 하루 44만 배럴로 늘었다.

2013년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들어서면서 베네수엘라의 중국 의존도는 더 커졌다. 국제 유가 하락과 좌파 포퓰리즘 정책으로 경제가 파탄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4년에 300억달러, 2017년 또다시 50억달러를 차관으로 제공했다. 외신과 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베네수엘라가 2005년부터 최근까지 중국에 빌린 돈은 총 670억달러로 추산되며, 이 중 약 230억달러는 여전히 상환되지 않은 상태다.

중국은 베네수엘라 산업 분야 곳곳에 침투해 이권을 확보했다. 2009년에는120억달러 규모의 투자 협정을 체결하고 베네수엘라에 첫 휴대폰 공장을 지어줬고, 이후 ZTE 등 중국 통신 업체들이 베네수엘라에 대거 진출했다. 베네수엘라 철도 기업의 지분 40%를 중국이 보유하고 있고, 중국 국영 기업들은 베네수엘라의 철·금·보크사이트 광산에서 채굴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10년간 중국이 베네수엘라에 수출한 무기도 6억1500만달러에 이른다. 이러다 보니 미국은 베네수엘라가 중국에 완전히 포획돼 있다고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막대한 차관과 투자를 제공한 중국으로서는 "본전을 뽑기 전에는 마두로 정권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이 베네수엘라의 정유 시설을 정비해주어 석유 생산 능력이 회복될 경우 미국의 경제 봉쇄 효과가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두로 정권 퇴진을 통해 중국을 베네수엘라에서 몰아내기 위한 미국의 전략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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