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은 이미 69년 전에 사진 값을 지불하셨습니다" [차 한잔 나누며]
“어르신은 이미 69년 전에 사진 값을 지불하셨습니다.”
처음에는 국군, 주한미군,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중립국감독위원회 등 현역 군인을 찍는 데서 출발해 군인 가족 등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5000명이 넘는 인물 사진을 찍었다.
이 프로젝트가 참전용사로 확대된 것은 몇 년 전 한 전시회에서 만난 노병 때문이다. 그는 “미 해병 1사단 출신의 80대 참전용사의 사진을 찍을 때였다. 그의 눈에서는 현역 군인에게서도 보지 못했던 ‘내가 한국을 지켰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며 기록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한 유명한 감독에게 당신처럼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무작정 이메일을 보냈더니, 빛을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하고 그걸 기르려면 ‘1년에 사진을 10만장 정도는 찍어야 할 것’이란 답을 들었다. 하루에 360장 정도는 찍어야 하는 일인데, 그날부터 카메라를 사서 찍기 시작, 1년이 지나니 13만장이 됐다.
현 작가는 “92세의 버나드라는 미군 참전용사가 있는데 하루는 손녀딸이 영상을 보고 있기에 뭐냐고 물으니 코리아 가수라고 했다. 그게 방탄소년단(BTS)이었는데, 자신이 한국전에 참전했다는 이야기를 해줬더니 다음날 손녀딸 친구들이 몰려와 ‘할아버지가 방탄소년단이 있게 해준 영웅’이라며 고맙다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웃었다.
현 작가는 내년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2년간 미국을 누비며 참전용사들을 만나 사진을 찍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는 “한 달에 2개주씩 돌면 2년이면 50개 주를 거의 다 돌 수 있다. 이제 참전용사분들은 나이가 많아 집에 계시는 경우가 많다. 하루에만 400명이 돌아가신다고 한다. 작년에만 18만명이 돌아가셨다. 그분들은 대부분 누군가의 아버지나, 어느 회사에 다녔던 누구로 기억되기보다 한국전 참전용사로 기억되고 싶다고 한다”고 말했다.
현 작가는 “언젠가 한 한국인 참전용사께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드렸더니 자신이 이런 것을 받아도 되느냐, ‘내가 무엇을 한 게 있다고’라고 말씀하셨을 때 마음이 아팠다. 그분은 자부심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정부가 그동안 그분들을 그렇게 대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 주변에 찾아보면 아직 참전용사분들이 많이 계신다. 그분들께 감사의 편지라도 한 장 보내고, 길에서 만나면 나라를 지켜줘서 고맙습니다. 그 한마디를 해주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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