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거리로 나갑니다"..땡볕에 종일 다녀도 '월 19만 원'
[리포트]
오늘(9일)도 35도를 넘는 불볕더위에 아스팔트 위를 걷기만 해도 지치는 날씨였죠.
이런 날에도 거리로 나서야만 하는 노인들이 있습니다.
하루하루 생계를 위해 폐지를 주워 파는 분들입니다.
땡볕 아래서 온종일 일해도 1~2만 원 벌기조차 힘든 현실을 엄진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언덕을 오르고 계단을 내려오면서 폐지를 줍습니다.
오전 9시, 기온은 이미 30도를 넘었습니다.
수레는 점점 묵직해지고 뜨거운 열기도 더해갑니다.
[박처단/폐지 수집 노인 : "더위가 심할 때에는 (오후)2시에 끝낼 때도 있고. (오래 못 하시지요?) 네. 내가 몸을 아끼려니까."]
폭염경보가 내려진 날, 꼬박 8시간 동안 고물상을 4번 오갔습니다.
손에 쥔 돈은 2만 1천 원.
["감사합니다."]
더워도, 추워도, 비가 와도 거리를 떠날 수 없는 이유는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기 때문입니다.
끼니도 거리에서 때우며 아끼고 아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아들이) 혼자 돈 벌어서는 생활비도 안 돼요. 많이 사 먹는다고 해 봐야 2천 원짜리 큰 맘 먹고 사 먹는 거예요."]
폐지 값이 후할 때엔 사정이 좀 나았지만, 요즘엔 더 어려워졌습니다.
2년 전 1kg에 100원이 넘던 폐지 값은 중국의 폐기물 수입 제한조치로 40원 선으로 떨어졌습니다.
평균 시급은 2천2백 원꼴, 한 달 수입이 20만 원이 채 안 됩니다.
[이명락/고물상 업주 : "고용해 주는 곳은 없고 마지막으로 와서 일하는 곳이 여기입니다. 어느 날 안 오시면 그 이후로는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이죠."]
폐지를 주워 생계를 잇는 노인은 전국에 7만 명 가까이로 추산됩니다.
네 명 중 세 명은 기초생활수급자 혜택도 받지 못합니다.
노인을 부양해줄 자녀가 있다는 등의 이유 때문이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김 모 씨/폐지 수집 노인 : "(자식들은) 벌어서 먹고 살기 바쁜데 부모 도와줄 게 어디 있어.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5천 원이라도 벌어가야 먹고 살죠."]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노인들. 오늘도 불볕더위 속에 또 길거리로 나섭니다.
KBS 뉴스 엄진아입니다.
엄진아 기자 (az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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