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친구 때려서 경찰서 가는 초등학생 [당신의 생각은]

류인하 기자 입력 2019.08.1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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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학교폭력 발생하면 수사기관부터 찾는 것이 과연 최선인가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 2명이 PC방에서 게임을 하다 다툼을 벌였다. ㄱ군(11)은 게임이 서툴렀고, 평소 PC방을 자주 다니던 ㄴ군(11)은 게임을 잘하는 편이었다. ㄴ군이 한창 게임에 열중하고 있을 때 ㄱ군이 자꾸 “이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ㄱ군이 게임을 자꾸 방해하자 ㄴ군은 “병따냐! 이런 것도 못하냐”고 친구에게 화를 냈다. 말다툼으로 시작된 싸움은 ㄱ군이 ㄴ군을 밀치고 때리면서 학교폭력 사건이 됐다. ㄴ군의 귓바퀴에 5㎝가량의 길고 붉은 상처가 생겼다.

ㄴ군의 부모는 곧바로 경찰서에 ㄱ군을 고소했다. ㄱ군은 친구의 귀에 상처를 입힌 피의자 신분이 됐다. 경찰 조사는 교내 학교폭력자치위원회 개최 여부와 별개로 진행됐다. ㄱ군은 최근 부모와 함께 경찰서를 찾아 참고인 조사(촉법소년은 피의자 신분이 아님)를 받았다. 고작 11살에 불과한 어린 학생이라도 형사사건으로 입건되면 절차상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ㄱ군은 비록 초등학생이지만 보호처분이 가능한 촉법소년이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로서 ‘범법행위’를 저지른 아동을 촉법소년이라고 한다. 형사책임능력은 없지만 형벌 대신 가정법원 소년부 보호처분이 가능하다.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잘못을 저질렀다면 책임을 지고 반성할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처벌이 필요하다면 그에 합당한 처벌도 내려야 한다. 문제는 교화와 형사처벌 사이에 애매하게 존재하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 대해서까지 공권력이 개입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점이다.

교사들은 당연히 학교를 통한 교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집단 따돌림이나 사이버불링(인터넷에서 특정인을 괴롭히는 행위), 성폭력, 집단폭력 등 명백히 범죄에 해당하는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적절한 처벌이 뒤따라야 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일시적으로 벌어지는 말다툼이나 주먹다짐까지 공권력이 개입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다. 일시적이고, 반복적이지 않고, 교사나 어른의 적절한 개입이 있을 경우 화해가 가능한 수준의 학교폭력까지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화해가 가능한 폭력도 경찰에 신고

친구끼리의 일시적 다툼마저도 경찰 신고로 이어지고 있는 현상은 경찰청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경찰청이 지난해 11월에 발간한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학교폭력으로 검거된 건수는 1만4000건으로 이 중 폭행상해·금품갈취·성폭력을 제외한 기타 범죄는 107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경찰청의 집계방식이 바뀐 2015년 전체 검거건수 1만2495건 중 기타로 집계된 901건에 비해 소폭 늘어난 수치다. 촉법소년에 해당해 경찰 조사가 가능하더라도 범죄로 판단하기 어려운 사건까지 경찰 신고로 이어지고 있는 현상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기지역 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윤모 교사(28)는 “단순히 경찰에 먼저 신고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능한 교사, 민원을 교사에게만 떠넘기는 학교장, 자기 자식만 감싸는 부모, 교화와 훈육만으로는 도저히 고치기 어려운 아이들이 복합적으로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는 지적이다.

“아이들은 하루종일 싸운다. 싸우면서 큰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싸우고 나서 서로 화해하고, 주변 친구들이 중재하는 모든 과정이 교육인데 학부모들은 내 아이가 맞았다, 내 아이가 욕설을 들었다는 것 하나에 집중해 담임교사도 거치지 않고 바로 교장을 찾아간다. 아이들이 화해할 시간, 담임교사가 개입해 아이들을 교육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학폭위만 열리면 그나마 다행이다. 지금은 경찰까지 출동한다. 초등학생이 무슨 경찰 조사냐고 하지만 실제 엄마 손잡고 경찰 조사 받고 오는 아이들이 있다. 뉴스에서 나오는 강력사건을 저지른 아이들만 경찰 조사를 받는 게 아니다. 교사가 개입해 훈육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간다. 여기서 담임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 무기력하게 아이를 경찰에 맡겨야 하는 거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어린아이들은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기도 한다. 김모씨(39)는 “우리 애는 지금도 계속 정신과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딸은 초등학교 5학년이던 2년 전 함께 어울려 다니던 친구에게 “아 XX, 귀찮게 따라다니지 말고 꺼지라고 좀”이라고 말하고, 친구들과 소셜미디어(SNS)에 ‘교실에서 종일 XX 있으라고 해’라는 등의 댓글을 단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4학년 때까지 같이 다니던 친구와 5학년 때 반이 나뉘면서 사이가 멀어졌고, 새로 사귄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더 좋았던 김씨의 딸은 친구가 자꾸 반으로 찾아와 예전처럼 단둘이 지내자고 말하는 것에 화가 나 이 같은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피해학생의 부모는 곧바로 학교와 경찰에 김씨의 딸을 신고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가 강압적이었다거나 질문이 거칠었던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아이는 그러나 경찰 조사 이후 수면장애와 섭식장애를 앓았다. 김씨는 “지금은 이사해 학교도 먼 곳으로 옮겼고,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도 연락을 끊으면서 많이 좋아졌다”면서 “우리 아이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경찰 신고가 최선이었는지 지금도 묻고 싶다”고 했다.

경찰조사 받는 아이는 심리적 충격

이 과정에서 이득을 보는 것은 결국 변호사다. 가해학생의 부모들이 아이가 최대한 낮은 처벌을 받도록 하기 위해 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변호인을 선임하기 때문이다. 실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소년범’ ‘촉법소년’만 검색해도 온갖 학교폭력 전문변호사의 성공사례를 접할 수 있다. 학교폭력 분야 전문 법무사로 일하는 한 관계자는 “법률조력을 하고, 소송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변호사밖에 없기 때문에 학교폭력 사건이 학교 밖에서 처리되는 건수가 늘수록 변호사들 배만 불려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경찰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신고가 들어온 이상 조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폭력’ 사건을 보는 관점은 교사든, 가해학생이든, 피해학생이든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가해학생이나 교사 입장에서는 ‘사소한 다툼’ ‘사소한 갈등’이라고 여기는 일들이 피해학생에게는 큰 상처일 경우도 있기 때문에 경찰로서는 아무리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아이들이라도 사안의 경중을 떠나 조사를 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권력에 과도하게 몰리는 현상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민호 수원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전문수사관은 “조사과정에서 아이가 심리적 충격이나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수사관이 부드럽고 온화하게 조사를 진행하고, 조사일정이나 과정도 부모님과 상의해 아이를 최대한 배려한 상태에서 진행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이 경찰서에 오는 것만으로도 위축되고, 충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늘 염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 수사관은 “심각한 범죄행위가 아닌 급우들 간의 다툼이라면 화해하고 용서하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서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해결하고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경찰서는 수사기관이지 교육기관이 아니다”라고 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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