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권의 배후 '일본회의', 누구냐 넌?

이진성 2019. 8. 1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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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토 일본 총리 보좌관 "한국은 매춘 관광국" 망언
에토는 일본 극우단체'일본회의'지원 모임 간사장
'일본회의', 일본 정치에 직접 영향력 행사
일본 장관 75%가'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소속


뒤늦게 알려진 망언

2019년 8월 7일 대다수 한국 언론에 갑자기 이름이 오르내린 일본인이 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가 발표된 7월부터 한국의 방송과 신문이 매일이다시피 언급해 온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제치고 7일 공영방송 KBS 메인뉴스에서 무려(!) 2꼭지로 다뤘던 인물은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라는 일본 정치인이었다.

2019년 8월 7일 KBS 뉴스9 장면

미담은 아니었다. 뉴스는 아베 총리의 보좌관인 에토가 한국이 "과거 매춘 관광국"이었다고 발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는 내용이었다. 그것도 최근 일본 수출규제 문제 모색을 위해 8월 1일 일본을 방문한 한국의 여야 정치인들과 일본 정재계 인사들의 만찬 자리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여야 정치인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에토가 인사말 도중 “과거 일본에선 한국을 매춘 관광으로 찾았는데 나는 잘 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에토 세이이치 인터넷 홈페이지


대표적인 일본 극우 인사 에토 세이이치

망언의 장본인 에토는 아베의 최측근이다. 아베 2기 내각이 출범한 2012년 12월부터 총리 보좌관(교육재생, 저출산, 기타 국정의 중요한 과제 담당)에 취임하고서 지금까지 아베를 보필하고 있다. 에토는 1947년생, 올해 72살로 1973년 오이타 시의회 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1990년 선거에서 자유민주당 소속으로 중의원에 당선돼 중앙 무대에 발을 내디뎠다. 에토는 이후 중의원 4선에 성공했고 고이즈미 총리 시절인 2004년 9월 후생노동부 장관을 지낸 뒤 2007년엔 참의원 비례대표가 돼 3선을 기록하고 있다.


에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면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게 일본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신의 정치이념과 신조 부분에 가장 먼저 "헌법 개정에 매진하고 있다"라고 써 놓았다. 헌법을 개정해 자위대가 아니라 군대를 보유해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보통 국가를 만들겠다는 주장을 숨기지 않는다.

에토는 일본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정치인이기도 하다. 2013년 2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두고 미국이 일본에 실망했다며 비판하자 강력히 반발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본인 스스로는 ‘다함께 야스쿠니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으로 매해 빠짐없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왔다.

에토는 과거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거짓이라면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망언도 했는데, 역시나 지난 1일 한일 의원들이 만난 자리에서도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조사 과정에 참여했지만 불법적인 정황을 찾지 못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군대 보유와 야스쿠니 신사 참배, 위안부 존재 부정까지 에토의 발언과 행보는 일본 극우의 모습 그대로다. 에토는 극우 정치인답게 일본 국회 내 각종 우익 모임에 가입해 있다. 앞서 언급한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외에도 ‘신도 정치연맹 국회의원 간담회’,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 등의 단체에 참여하고 있다. 이 단체들은 일본 국회 내 3대 우익 성향 의원 모임으로 손꼽힌다. 에토는 이 가운데 특히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의 간사장을 맡고 있다.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는 ‘일본회의’ 라는 단체를 지원하고 협력하기 위해 국회에서 발족한 모임이다.

‘일본회의’ 설립대회(1997.05.30.)


일본 우파 인사 총집결 시민단체 ‘일본회의’

홈페이지를 보면 ‘일본회의’는 1997년 5월 30일, 유력한 우파단체 2곳이 합쳐져 결성됐다. 합쳐진 두 단체는 1974년 결성된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한 '일본을 지키는 모임'과 1981년 결성된 보수계 문화인 조직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다. 회원 수는 2016년 기준으로 38,0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본회의’는 "아름다운 일본의 지키고 계승해서 자부심 있는 나라를 만든다"는 구호를 내세우며 출범 이후 20여 년간▲ 왕실을 경애하는 국민운동과 전통 문화를 중시하는 사업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헌법 제정 자학적인 역사 교육의 시정 지난 대전을 일방적으로 단죄하는 일본 정부의 사죄 외교 비판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공식 참배 실현 ▲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맞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 등의 활동을 벌여 왔다고 소개했다.

영화 ‘주전장’ 중에서. 사쿠라이 요시코는 ‘일본회의’ 산하 ‘아름다운 일본의 헌법을 만드는 국민의 모임’공동 대표이다

즉 ‘일본회의’는 전통적인 일왕제를 고수하고 숭배하며, 헌법을 개정해 군대를 보유함으로써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의 복귀를 추구하고, 자학적인 역사관에서 탈피해 일본이 전범국가임을 부인하며 2차 세계대전 이전의 일본으로의 회귀를 추구하는 등 보수를 표방하며 실질적으로는 극우의 행보를 걸어왔음이 확인된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며 실체를 부인하는 것이 물론이다.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 설립총회(1997.05.29.)


‘일본회의’, 현실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 막강

<일본회의의 정체>를 쓴 일본 언론인 아오키 오사무는 ‘일본회의’가 단순한 시민단체가 아니라 정치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들의 정책과 주장을 실현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언급한 일본 국회 내 모임인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가 바로 그러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회의의 정체>를 보면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가 ‘일본회의’ 출범 하루 전인 1997년 5월 29일, ‘일본회의’ 활동에 호응해 중앙 정계에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 측은 인원과 명단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비밀에 부치고 있지만 아오키 오사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9월 15일 기준으로 의원 281명이 가입해 있다. 일본의 국회의원 수는 중의원과 참의원을 합해 707명이니 전체의 40%가 이 모임 소속이라는 얘기다. 가입자 가운데 246명이 자민당 소속으로 88%를 차지하고 있다.

아베 내각 장관 75%,‘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 소속

이 자료를 바탕으로 현재 아베 4차 내각 각료 20명의‘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가입 여부를 확인해 봤더니 가입자가 15명으로 7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가운데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부회장을, 이와야 다케시 방위대신은 간사장 대행을, 야마모토 준조 국가공안위원장은 부간사장을 맡고 있다. 일본이 ‘일본회의’에 정권을 빼앗겼다, 아베 정권 자체가 ‘일본회의’ 정권이다, 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4월 일본에 이어 지난달 한국에서도 개봉한 영화 ‘주전장’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고 은폐하는 대표적인 세력으로 ‘일본회의’를 지목했다. ‘일본회의’는 영화가 자신들에 대해 일본 제국 헌법을 부활시켜 인권을 억압하고 전전 회귀를 도모하는 단체이며 정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왜곡했다며 제작진을 맹렬히 비난했다.

하지만 외국 언론들은 이 영화가 개봉되기 몇 해 전부터 이미 ‘일본회의’를 주목하고 일치된 평가를 내렸다. <일본회의의 정체>가 인용한 구미 언론매체들의 평가는 다음과 같다. “일본회의는 일본의 정치판을 새롭게 조직하려는 극우 로비 단체(호주 ABC)이고, 강력한 초국가주의 단체(프랑스 르 몽드)이며, 아베 내각을 좌지우지(미국 CNN)하고 있음에도, 일본 언론의 주목을 거의 받지 않는다.(영국 이코노미스트)”

국내에서도 최근 들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던 일본 극우단체 ‘일본회의’의 실체가 에토 일본 총리 보좌관의 망언을 계기로 한꺼번에 전모를 드러내고 있다.

<참고자료>
스가노 다모쓰 지음·우상규 옮김 ≪일본 우익 설계자들≫ 살림, 2017
이명찬 엮음 ≪일본회의와 아베정권의 우경화≫ 동북아역사재단, 2018
아오키 오사무 지음·이민연 옮김 ≪일본회의의 정체≫ 율리시즈, 2019

이진성 기자 (e-gij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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