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北 '통미봉남'에 트럼프도 장단..중매 잘 서고 양쪽서 뺨맞는 韓

양은하 기자 2019. 8. 11. 15:29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北,"겁먹은 개처럼 요란한 靑" 막말.."남북 접촉 어렵고 대화해도 미국과"
트럼프 '협상 재개' 김정은 친서 공개.."돈 많이 드는 훈련 나도 싫어" 언급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로 이동하기에 앞서 워싱턴 백악관에서 멕시코 협상 관련 서류를 들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종료되는 대로 실무협상 재개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 교착 국면의 북미간 대화가 이달 하순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동시에 북한은 남측을 향해선 힌미 연합훈련을 비난하며 이대로라면 남북간 접촉은 어려울 것이라는 엄포를 놓는 등 대남 압박 기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을 감싸며 북미 협상 재개를 기다리는 트럼프 대통령 역시 남측에 대해선 한일 갈등 관여 같은 우리측 요청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도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는 등 미국측 실리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김정은이 친서를 보내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끝나자마자 만나 협상을 재개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친서에)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한 작은 사과(a small apology)도 있었다"면서 "한미 연합훈련이 종료되면 미사일 시험 발사도 중단할 것이라고 전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는 전날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으로부터 3쪽짜리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밝힌 데 이어 추가로 내용을 공개한 것으로, 북한이 10일 새벽 함흥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두발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진 지 15시간여만이다.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한 직후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친서의 내용을 추가 공개해 비판 여론을 차단하고 북한과의 대화의 끈을 계속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터무니없고 돈이 많이 든다(ridiculous and expensive)"며 한미 훈련에 불만을 표시한 김 위원장을 달래는 듯한 표현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태도는 최근 북한의 5차례 무력시위 내내 계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신형 방사포나 단거리 탄도 미사일에 대해 "유엔 결의 위반일 수는 있어도 북미 합의 위반은 아니다"라거나 "그것은 작은 것들"이라며 북한을 적극적으로 감싸 안는 모습을 보여왔다.

일각에서는 한미 훈련에 대한 맞대응으로 무력 시위를 하던 김 위원장이 '친서 외교'를 통해 협상 재개 의사를 밝힌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꾸준히 '괜찮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하고 있다.

양 정상이 대화 의지를 보인 만큼 지난 6월30일 판문점 정상 회동 때 2~3주 이내에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가 한미 군사훈련과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등으로 성사되지 못했던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도 조만간 본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기적으론 한미 연합지휘소 본훈련이 끝나는 20일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북한의 4차 미사일 발사 이후인 지난 7일 "장거리 미사일도 발사되지 않고 있다"며 "2~3주 안에 협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 무기의 시험사격을 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11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이와 달리 북한은 대남 관련해선 비판 수위를 점차 높이는 등 냉랭한 태도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북한 외무성 권정근 미국 담당 국장은 이날 담화를 통해 한미 연합지휘소 훈련을 거론, "이따위 군사연습을 아예 걷어치우든지 군사연습을 한 데 대하여 하다못해 그럴싸한 변명이나 해명이라도 성의껏 하기 전에는 북남 사이의 접촉 자체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한국은 북한의 무력 시위에 대응한 청와대 움직임에 대해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한다며 복닥소동을 피워댔다"며 "청와대의 이러한 작태가 남조선 '국민'들의 눈에는 안보를 제대로 챙기려는 '주인'으로 비칠지는 몰라도 우리 눈에는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조롱 섞인 막말도 퍼부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대화로 향한 좋은 기류가 생겨 우리가 대화에 나간다고 해도 철저히 이러한 대화는 조미(북미) 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북남대화는 아니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북미 협상 재개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이는데 북미관계와 분리된 대남 압박 전략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비핵화 관련 미국을 직접 상대할 테니 한국은 빠지라는 것이다. 북한은 이전에도 북미 대화를 앞둔 시기마다 남측의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비난하며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남북간 현안 추진도 모두 중단된 상태에서 북한의 이같은 기조는 이달말 북미 대화 재개 국면을 맞아 정부의 입장을 더욱 난처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마저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나도 연합훈련이 싫다"고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는 모양새로, 향후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서 한국이 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yeh25@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