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승승장구하던 한국콜마..'오너리스크'에 1조 신화 휘청

신미진 2019. 8. 1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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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유튜브' 논란에 윤동한 회장 경영일선서 사퇴
매출 1조원..CJ헬스케어 품었지만 '제약 톱5' 막막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한국콜마가 1990년 창립 이래 '오너 사퇴'라는 최대 위기를 마주했다. '막말 유튜브'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던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국내 1위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위상과 소비자 및 고객사 신뢰 회복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 文정부·여성비하 유뷰트 시청 논란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11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갖고 "저는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제 개인의 부족함으로 일어난 일이기에 모든 책임을 지고 이 시간 이후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저의 잘못된 행동으로 피해를 입게 된 고객사, 저희 제품을 신뢰하고 사랑해 주셨던 소비자 및 국민여러분께 거듭 사죄드란다"며 "특히 여성분들께 진심을 다해 사과의 말씀 올린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불철주야 회사를 일해오신 임직원 여러분께도 심심한 사과의 말씀 올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회장은 지난 7일 직원 조회에서 임직원 700여명을 대상으로 극보수 성향의 유튜브 영상을 틀어 논란이 됐다.

극보수 성향의 유튜버 '리섭티브이(TV)'는 해당 영상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을 비난하며 "아베는 문재인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나 대단한 지도자"라고 말했고, "베네수엘라의 여자들은 단돈 7달러에 몸을 팔고 있고, 곧 우리나라도 그 꼴이 날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콜마 측은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현혹돼서는 안 되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고 상황을 바라보고 기술력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취지였다"며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사례가 언급된 바 전혀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번 윤 회장의 사퇴는 자신의 발언으로 인한 고객사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앞선 해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한국콜마의 고객사들을 이른바 '불매운동 리스트'에 올리고 공유하는 등 저항이 거셌다. 또 윤 회장의 발언 직후인 지난 9일 지주사인 한국콜마홀딩스의 주가는 전일대비 무려 8.56% 가량 급락하는 등 투자자들의 피해도 컸다.

이에 정치권도 윤 회장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윤 회장이 직접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촉구했으며,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이날 “국민연금은 한국콜마 홀딩스와 한국콜마의 주식 매각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회장의 사퇴로 지주회사인 한국콜마홀딩스 대표이사직은 기존 공동대표였던 김병묵 대표이사 단독 체제로 변경될 예정이다.

◆ '역사경영' 독됐나…물러난 45년 제약맨

한국콜마를 설립한 윤 회장은 대웅제약 부사장 출신의 '제약맨'이다. 약 15년 동안 대웅제약에서 생산과 영업, 경영까지 섭렵한 제약 전문가로 잘 알려져있다. 윤 회장은 화장품 ODM 사업을 넘어 2012년 비알엔사이언스(현 콜마파마)를 인수하며 제약사업에 본격 나섰고, 지난해 초에는 1조3000억원에 CJ헬스케어를 인수하며 '제약 톱5'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윤 회장의 화장품과 제약 '투트랙 경영'으로 2013년 2800억원에 불과하던 한국콜마 매출은 2015년 5300억원, 2017년 8200억원, 지난해 1조3578억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고객사도 애터미와 카버코리아, 제이엠아이앤씨,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한국휴텍스제약, 제일약품, 동화약품, 한미약품 등으로 화장품과 제약 전 분야에서 빠르게 영토를 넓혔다.

윤 회장은 평소 임직원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으로 유출됐던 우리 문화유산인 수월관음도를 25억원에 구입해 국립 박물관에 기증하고,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전파하기 위해 이순신의 자(字)를 딴 '서울여해재단'을 설립해 이순신 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자서전으로는 문익점 선생에 대한 책 '기업가 문익점'과 이순신 장군의 조력자 정걸 장군에 대한 책 '80세 현역 정걸 장군' 등이 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윤동한 회장은 화장품업계에서 드물게 자신만의 경영 철학이 확고하고 이를 임직원들과 나누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던 경영인"이라며 "비록 선의의 뜻이었다고 하더라도 직원들과 소비자들의 반감을 살 수 있는 행동이었던 만큼 신중을 기하지 못했던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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