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언 논설위원이 간다] "민주화 훈장 우려먹는 기득권층"..쏟아지는 386 비판
"권력과 부 누리며 발전 저해" 지적
"30년 동안 교조적 이념만 내세워"
이준석 "20대 의식이 변화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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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이 문제”라는 사람들을 만나다
‘안타깝게도 386세대를 향한 날 선 분노와 조롱이 온라인 공간을 뒤덮고 있다. 386세대는 꿀 빨아 먹고 헬조선 만든 세대, 사다리 걷어찬 세대, 무능한 꼰대 집단이라고 불린다.’(『386 세대유감』, 13쪽)
‘386세대의 대표주자들은 그들의 정견과 사상을 담은 변변한 책 한 권 내지 않았다. (중략) 그들을 하나로 엮을 수 있었던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갈등과 미래에 벌어질 현상 대신 그들이 적과 대치하기 이전 시기, 우리들끼리 살았던 과거의 공동체였다. 제국주의 미국과 일본의 침략 이전의 농업공동체이거나, 항일 과정에서 맺어진 동지 사이의 연대와 우정이었다.’(『평등의 역습』, 162쪽)
‘국가의 대북 정책을 위해서 수년간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땀 흘린 개인의 희생 정도는 받아들여야 한다는 시대착오적 전체주의는 과연 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과거에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세대가 맞는지조차 의심하게 만든다.’(『공정한 경쟁』, 10쪽)
세 책을 낸 사람들을 만났다. 『386 세대유감』의 저자 중 한 명인 심나리(38)씨는 CBS 기자직을 거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만든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에서 일했다. ‘386 대권 주자’의 참모였던 셈이다. 『평등의 역습』공저자인 민경우(54)씨는 정통 운동권 출신이다.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장(1987년)이었고, 1995부터 2005년까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 자리를 맡았다. 세 차례 구속돼 약 4년간 복역했다. 『공정한 경쟁』은 이준석(34)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의 대담집이다. 그는 지금의 한국에서 보기 드문 30대 유명 정치인이다. 이 책과 저자들은 도대체 왜 “386이 문제”라고 할까. 읽고 들어봤다.
A : “‘헬조선’이란 말이 있습니다. 부동산·교육·노동 등 사회 전 분야를 포괄한 비판입니다. 이 현실 속에 386세대가 선택한 것들이 녹아있습니다. 헬조선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한 일은 아니겠지만, ‘나빠질 것을 몰랐을까’라는 합리적 의심이 듭니다. ‘미필적 고의’라고 봅니다.”
Q : 그것이 386 책임인가요?
A :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세대 집단이 386입니다. 그들을 빼고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싸잡아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를 보기 위해 그들을 살펴본 것입니다.”
A : “‘너희는 아직 어려’ ‘나 때는 말이야’ 식의 권위주의, 입으로는 정의·공정을 외치면서 자신의 이해가 걸린 일에는 다른 행동을 하는 위선, 그런 것을 자주 봤습니다. ‘정말 이들이 민주주의를 외친 사람들 맞나’라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Q : 왜 운동권을 떠났습니까?
A : “2005년에 출소한 뒤 ‘청년운동’을 시작했는데, 조직과 생각이 달랐습니다. ‘노동 시장 유연화’가 청년 노동 문제의 주요 해법이라고 봤는데, 함께 일하는 청년들은 ‘권리보장’을 앞세웠습니다. 더는 내가 할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 수학 사교육에 뛰어든 이유는?
A : “1983년에 의대(서울대)에 입학했습니다. 일종의 ‘국뽕’ 의식 때문에 재수해서 다음 해에 국사학과로 갔는데, 원래 이과 출신이기도 해서 수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학교에서 수학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 가난한 집 아이들이 계속 가난하게 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A : “1980년대 초·중반에 운동을 열심히 한 사람들은 따로 있었습니다. 조국 교수나 이인영 의원 등은 ‘조직’이 앞에 내세운 ‘얼굴 마담’과 같은 존재였고요. 이들은 운동 경력을 훈장으로 삼아 세상 변화에 눈감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100년 전 역사나 ‘정신승리법’ 같은 것 말고는 할 얘기가 없습니다.”
Q : 젊은 세대와 386세대의 평등에 대한 생각 차이는?
A : “복지 정책을 보는 시각이 다릅니다. 다수의 20·30대는 386 방식의 재정 지원책이 미래 세대에게 엄청난 부담을 지우는 불공정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Q : 정치판에서 직접 겪은 386은 어떤가요?
A : “매우 보수화됐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계급장 떼고’ 토론하자고 했는데, 지금은 그런 문화도 없습니다. 이른바 ‘애국 진보’나 ‘애국 보수’ 모두 교조주의적 역사관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Q : 386이 국회에서 과잉으로 대표돼 있다고 하는데, 변화 가능성은?
A : “20대들의 투표가 그런 현상을 다소나마 바꿀 수 있습니다. 다수의 20대는 민주화 세력의 ‘진보’ 이념에 비판적입니다. 그들의 ‘편 가르기’가 20대에서는 잘 먹히지 않습니다. 그곳에 희망이 있습니다.”
지난 9일 일간지 한겨레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된 홍세화씨 칼럼이 실렸다. ‘86세대의 대부분은 윤리적 우월감을 갖고 있다. (중략) 이들 대부분은 선배의 권유로 몇 권의 이념 서적을 읽은 경험도 있는데, 이로써 지적 우월감도 갖기 쉽다. 그리고 민족주의자들이다. 지적 우월감과 윤리적 우월감으로 무장한 민족주의자에게서 자기성찰이나 ‘회의하는 자아’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와 같다.’ 386 정치인들이 도쿄 여행 금지나 올림픽 보이콧을 외치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386 꼰대론’은 거침없이 확산 중이다.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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