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가 대입에 유리하다?.. '학종' 살펴보니 되레 일반고가 나아

이동수 2019. 8.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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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합격한 3人 성적 분석 / 실업계·일반고 학생 내신 등급 좋아 / 자사고 학생 서류·면접으로 극복해 / "학교 아닌 개인 우수성 인정받은 것" / 논술·수능 전형서도 자사고 약세 경향 / "그외 전형 다양.. 유불리 단정 못 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특수목적고(특목고)인 외국어고·국제고에 진학하면 대학 입시에서 유리할까.

최근 자사고를 둘러싼 논란의 기저에는 이런 질문이 자리한다. 자사고 진학을 원하는 학생·학부모들, 지위를 유지하려는 학교 측은 자사고라는 타이틀을 ‘명문대 진입로’라고 믿는다. 사실일까.

최근 입시정보업체 진학사는 올해 1월 서울대 측이 고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공개한 3명의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합격자 내신 정보를 분석했다. 진학사는 A∼C 학생(그래픽 참조) 중 C가 자사고·특목고 학생일 가능성이 높다고 파악했다. C학생 고교는 A·B 학생에 비해 과목별 평균이 높으므로 학업 수준이 높고, 상대적으로 표준편차가 작아 학생 간 학업 수준 편차가 크지 않다. 높은 원점수를 받더라도 등급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졌다.

A학생의 고교는 평균성적이 낮고 표준편차도 큰 편이다. 평균성적이 낮은 건 시험이 어렵기 때문일 수 있지만, 표준편차를 고려할 때 성적 상위권보다 하위권 학생이 더 많은 구조라서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또 1학년 때보다 2, 3학년의 인원이 급격하게 줄어든 이유가 계열(문/이과)에 따른 것일 수도 있지만 ‘실업계반’ 등의 개설로 인한 가능성도 고려할 때 A의 고교는 ‘특정 계열 선택자가 많은 고교 또는 실업계반이 개설된 종합고’일 가능성이 높다.
B가 소속된 고교는 시험 난이도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학생 간의 편차가 크지 않은 특징을 보인다. 하지만 학생 수가 적어 등급을 관리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평균과 표준편차를 고려할 때 ‘일반계고, 그중에서도 소규모 도시 혹은 지역에 있는 고교’로 점쳐진다.

3명의 교과 성적을 살펴보면 A∼C 차례대로 1.4, 1.6, 2등급(단위 수 미반영)이다. 등급에 따라 A가 가장 우수한 학생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아니면 A는 비교적 교과 성적 관리가 쉬웠으므로 C가 더 우수하다고 봐야 할까.

대학에서는 이같이 교과 등급만으로 알 수 없는 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 서류와 면접을 통해 확인한다. C 학생의 교과 등급이 A, B 학생에 비해 낮음에도 불구하고 합격한 이유는 ‘자사고·특목고’ 학생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해당 고교 특성을 고려할 때 우수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학종은 대입 전형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종 외에도 학생부교과전형, 논술전형, 특기자전형, 수능중심전형 등 대학 입학 방법은 다양하기 때문에 특정 고교 유형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통상 자사고·특목고 학생들이 대입에서 유리하다고 알고 있지만 살펴보면, 모든 전형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것도 아니다.
서울대 정문. 뉴시스
오히려 교과성적 반영 비율이 높은 전형에서는 자사고·특목고에 비해 일반고 학생들이 유리하다.

진학사에 따르면 서울대는 지난 몇 년간 지역균형선발전형에서 특목고 학생이 선발한 경우가 없다. 지역균형선발전형은 고교별로 학교장 추천을 받은 재학생 2명이 서울대에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인데, 대부분 교과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기회가 돌아간다. 특목고 학생들의 지원 제한은 없으나 경쟁자들에 비해 교과 성적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지역균형선발보다는 일반전형을 중심으로 지원해 합격하는 편이다.

논술이나 수능 중심 전형에서도 특목고 학생들의 진학률은 기대만큼 좋지 않다. 교과 수업과 교내 활동을 따라가기에도 벅차다 보니 수능까지 준비하기가 어려워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미충족하거나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에는 부족한 수능 성적을 받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런 경향은 일부 자사고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우 팀장은 “대학 입시는 제로섬 게임과 같다. 모집인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합격한다면 누군가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합격 또는 불합격 원인을 다양하게 추정해 볼 수는 있지만 누구도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고교 유형에 따른 유불리설 역시 마찬가지이다. ‘카더라’ 식의 막연한 추정보다 정답에 가까운 것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 성장하고자 노력하는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대학의 이야기를 믿고 준비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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