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도쿄 방사성 물질, 기준치 네배 초과"

김문영 2019. 8. 1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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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일본 공식자료와 전문가 분석
2월 4일 일본 후쿠시마(福島)현 이다테무라의 한 주택가에 방사능 제염(오염제거) 작업의 폐기물이 쌓여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Q: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 위원장을 맡은 최재성 의원이 5일 라디오 방송에서 "최근 도쿄에서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보다 네 배 초과해 검출됐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 내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서 도쿄올림픽을 연계해 일본 내 방사선량의 위험성을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최 위원장의 발언이 사실인지, 팩트체크를 했다.

A: 최 위원장은 전화 통화에서 일본 블로거인 ‘진실을 위해 핫스폿을 조사하는 사람들’(Hotspot Investigators for Truth/HIT)의 글을 참조했다고 말했다. HIT의 조사에 따르면, 토양 시료 15개 중 4개에서 '방사선 관리구역' 설정 기준이 되는 1㎡당 4만베크렐(4만Bq/㎡) 이상의 수치가 나왔다. 한 곳은 최대 7만7000Bq로, 기준치의 약 두 배였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 공식 자료와 국내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도쿄의 방사성 물질의 양은 과연 어느 정도인지 살펴본다.


토양 방사능, 기준치 미달이지만 서울보다 수십 배 높아

도쿄도 건강안전연구센터에 따르면 2017년 10월 도쿄 토양(표토)에서 세슘(Cs)-137이 160Bq/kg(kg당 베크렐) 검출됐다. 같은 기간 서울은 어떨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10월 서울 표토에서 세슘-137이 2.46Bq/kg 검출됐다. 도쿄 토양이 서울 토양보다 65배 더 많은 세슘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런 차이는 매년 비슷하게 관찰되고 있다.

세슘은 인공 방사능 물질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을 포함한 국제 원자력·방사능 전문가들은 세슘-137을 후쿠시마 사고와 연관 지어 파악하고 있다. 원전 사고가 아니라면 수치가 수백 베크렐 단위까지 존재하기 어려운 물질이라는 것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수치로는 국제 기준치에 미달할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100Bq/kg을 넘긴 것은 유의미한 수치로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다. 한국과 같은 한 자릿수 수치가 정상"이라고 강조했다.


"땅에서 농산물 자라고 소도 풀을 먹는다"

서 교수는 "토양에서 농산물이 자라고, 소가 풀을 뜯으며 우유도 생기지 않느냐"고 했다.

방사성 물질의 수치가 높은 이유는 지하수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세슘은 물에 잘 녹는 특성이 있으므로, 수맥과 지하수를 통해 유입됐을 수 있다. 위치를 고려할 때 태풍과 편서풍의 영향으로 보기 어려워, 물이 증발하거나 지표면으로 올라오는 등 현상을 통해 도쿄가 경유지가 됐을 수 있다.

도쿄 토양의 세슘 양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엔 현재보다 높았다. 도쿄도 건강안전연구센터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도쿄 토양의 세슘-137 양은 후쿠시마 원전사고(2011년 3월) 후인 2011년 9월 430Bq/kg로 치솟았고, 2015년에는 500Bq/kg까지 올라갔다.


공기 중 방사선량 미미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일 도쿄의 1m 상공 방사선량은 0.028~0.079μSv(마이크로시버트)이다. 반면 같은 날 한국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공개한 서울의 1m 상공 방사선량은 0.120~0.161μSv로 도쿄보다 더 높았다. 이는 한국의 화강암 토질 때문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국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본래 공기 중 자연 방사선이 화강암 토질에선 높게 나오며, 해안가나 섬 지역은 낮게 측정된다"고 말했다. 인천 영종도는 방사선량이 늘 높게 측정되는데 화강암 토질 때문이다. 반면 일본과 유사한 환경인 제주 이어도는 해안가라 수치가 낮다. 같은 제주에서도 추자도는 공기 중 방사선량이 높게 측정된다.

서균렬 교수는 "'방사선 노출의 위험도를 정확하게 확인하려면 토양이 아닌 공기를 측정해야 한다'는 말은 (원전) 사고 직후라면 당연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공기는 항상 흘러가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공기 중에서 유의미한 방사선량이 지속적으로 검출되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수돗물 "위험 미미하지만 먹는 양이 문제"

일본 환경성이 2016년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도쿄 아라카와 강물은 세슘-137이 0.0091Bq/ℓ로, 도쿄의 조사 대상 4개 강 가운데 가장 높았다. 다만 이 정도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강의 침전토에서는 세슘-137이 180Bq/kg로 측정됐다. 이 강의 물은 정수장을 거치며 세슘-137이 0.7~0.8Bq/kg의 수돗물로 바뀌어 공급되고 있다.

진영우 한국원자력의학원 센터장은 "인공 방사성 물질인 세슘은 반감기가 30년"이라며 "(도쿄 수돗물의) 위험한 정도는 미미하다. 하지만 문제는 먹는 양"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슘의 검출은 우려스럽다"며 "일본 사람의 경우 8년가량 오래 노출돼 생체가 적응됐을 수 있으나, 우리는 다르다"고 말했다.


식품류 방사능, 한국보다 높지만 기준치 미달

도쿄의 수산물은 어떠할까. 일본 해양생물환경연구소가 지난 7월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아라카와 강 조개의 세슘-137 양은 3.9Bq/kg 미만이고, 고주시마 항구의 빛금눈돔의 세슘-137 양은 5.5Bq/kg 미만이다.

반면 국내 대다수 식품류에서는 세슘-137이 밀리베크렐(1000분의 1 베크렐)의 단위로 측정됐다. 파는 49.4mBq/kg(1kg당 밀리베크렐) 미만, 양파 30.6mBq/kg 미만 등이다. 즉 도쿄의 식품류에서 세슘양이 국내 식품류보다 상당히 많다. 다만 기준치보다는 낮다.

한편 우리 정부는 2012년부터 일본산 수입 식품에 한해 세슘 기준치를 1kg당 100베크렐로 높였고, 일본산 수입 유제품 음료수의 경우 1kg당 10베크렐로 기준을 강화했다.


"공식적으로 기준치 넘는 것은 없지만…"

결론적으로 도쿄의 방사능 물질과 방사선 수치는 국제 기준치를 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국과 비교하면 토양과 식품류 등에서 유의미하게 높은 수치들이 나오기 때문에 주목할 만하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도쿄 역시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는 각 홈페이지에서 원전 사고 이전의 일본 방사능 관련 자료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전후를 비교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김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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