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칭기즈칸의 초원에서 펼쳐지는 '풍력 한류'

츠펑(중국)=최우영 기자 입력 2019. 8. 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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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밝히는 K-에너지-②]중국에서도 풍질 좋은 '알짜' 차지한 한전 내몽고법인 새한패발전소

[편집자주] 국내 신재생에너지 보급 사업이 시작된지 30년이 넘었다. 초기에는 기술확보 미흡과 투자비용 문제로 큰 결실을 보지는 못했으나 친환경·지속가능 에너지원에 대한 수요 증가와 정부 지원 확대에 힘입어 갈수록 속도가 붙고 있다.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는 문재인정부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재생에너지 산업을 한국 경제 미래를 책임질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고자 한다. 단순 국내보급을 넘어 경쟁력을 강화해 세계 시장 진출을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막강한 기술력으로 무장한 'K-에너지'는 태양광부터 풍력, 수력까지 풍부한 해외 에너지 자원을 활용해 전 세계 곳곳을 밝히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K-에너지 발전 현장을 직접 찾아 세계 속 우리 재생에너지 산업의 위치를 점검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네이멍구 새한패 지역에 줄지어 서있는 풍력발전기들. /사진=최우영 기자


끝이 보이지 않는 초원에 수백 개의 바람개비가 꽂혀있는 듯했다. 가까이 가보니 지면에서 70여m 높이에 지름 50m가 넘는 세개의 날개(블레이드)가 돌고 있었고, 지면에서는 양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었다. 한여름이었지만 쉴 새 없이 불어오는 바람을 접하니 평지로만 보이는 곳이 설악산 대청봉보다 높은 곳이라는 게 실감 났다.

지난 8일(현지시간) 찾은 중국 새한패 발전소는 한국전력이 2006년 최초로 시작한 해외 신재생에너지 사업이다. 베이징에서 비행기로 1시간10분을 날아간 네이멍구(내몽고) 자치구 츠펑(적봉), 그 곳에서 또 서북쪽으로 180㎞의 거리를 세 시간 가량 달려 도착했다. 2000년대 초중반 풍력단지로 개발되기 전에는 목축업과 광업 외에 별다른 산업이 없던 지역이다. 칭기즈칸이 중원으로 진출할 때도 그저 말에 탄 채 지나쳤던 초원은 신재생에너지의 메카로 탈바꿈했다.

◇중국 내 최고 풍질, 스마트 시스템으로 원격관리
기자가 찾은 날의 기온은 약 30℃였지만 시원한 바람 덕분에 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강은 한전 네이멍구법인 차장은 "평야로 보이지만 해발 1750m"라며 "7~9월은 바람이 약한 편"이라고 귀띔했다. 겨울이면 영하 30℃까지 떨어지면서 그야말로 '삭풍'이 불어온다고 한다.

한라산 정상(1947m)보다 약간 낮고, 설악산 정상(1708m)보다는 높은 고도 덕분에 새한패지역은 중국에서도 풍질(風質)이 가장 우수한 지역에 속한다. 풍력발전 적정 풍속인 초속 6.5m 이상의 연평균 풍속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평균 풍속은 초속 7.5m였다. 탁 트인 지형 덕분에 풍력발전기가 회전해도 소음은 거의 없었다. 발전기 블레이드 바로 밑에서는 수백마리의 양·소·말떼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발전단지 중앙에 자리 잡은 원격제어사무소에서는 새한패지역에 퍼진 풍력발전기 155기의 현황이 한눈에 보였다. 모니터 9개에 각 발전기의 운행·정지 현황과 날개 회전수, 부하, 출력이 나타났다. 풍속과 온도에 따라 발전기 상태를 조절하고, 물리적인 문제가 생기면 현장으로 직원을 급파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지난 8일(현지시간) 중국 네이멍구 새한패 발전소 원격제어센터에서 직원들이 풍력발전기 가동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최우영 기자


◇같은 발전기, 높은 전력가격
한전은 2006년 새한패를 시작으로 네이멍구지역에 16개 풍력단지를 건설했다. 발전기만 559기, 설비용량은 740.5㎿다. 지난해 네이멍구법인 발전량은 16억kWh였다. 지난해 12월 한달간 한전이 인구 340만여명의 부산에 판매한 전력량(17억kWh)에 가깝다. 네이멍구법인은 올해 상반기에만 9억7649만kWh를 판매했다.

새한패 발전소 주변으로도 수백개의 풍력발전기가 퍼져 있었다. 2000년대 중반 한전과 파트너사인 중국 대당집단이 초기 풍력단지를 조성해 성공한 이후 중국 안팎의 업체들이 너도 나도 뛰어든 결과다.

한전은 중국 정부의 신재생 육성사업 초기에 뛰어들다보니 정부 보조금과 각종 세제혜택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높은 전력판매가격을 보장 받았다.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후발주자들은 이 같은 혜택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 다른 발전업체의 풍력발전기는 같은 기기를 쓰더라도 전력을 더 싸게 팔아야 한다.

덕분에 투자금 회수도 순조롭다. 한전은 중국 대당집단과 협력해 네이멍구 지역에 총 1억1600만달러를 투자하고 합작사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다. 랴오닝성(3400만달러), 간쑤성(1500만달러) 등 중국 내 신재생사업 총 투자금은 1억6500만달러에 이른다. 전체 회수율은 지난해 배당액까지 포함해 66.7% 수준까지 올라왔다. 발전소를 순차적으로 지었기에 중국 신재생설비 전체의 평균 운영기간은 9.38년에 불과하다. 특히 최근 3년간 투자회수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네이멍구 새한패 발전소에 한전과 파트너사인 중국 대당집단,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나란히 걸려있는 모습. /사진=최우영 기자


◇중국에서 습득한 '기민한'(Agile) 신재생 DNA
풍력단지를 채우고 있는 발전기 대부분은 세계 1위 업체인 덴마크의 베스타스(VESTAS) 제품이었다. 그런데 간혹 'GOLDWIND'라는 로고가 눈에 띄였다. 최근 급성장한 중국의 진펑커지(금풍과기) 발전기였다. 노태동 네이멍구법인장은 "베스타스와 성능은 비슷하면서 가격경쟁력을 갖춰 급속도로 성장했다"고 귀띔했다.

노 법인장이 꼽은 진펑커지의 비결은 기민한 실행에 있었다. 타당성을 재보면서 실험에 섣불리 착수하지 않는 다른 업체와 달리 기술이 부족해도 일단 발전기를 세워보고, 넘어지거나 깨지기를 수차례 반복하면서 빠른 시간 안에 기술력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최근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에서 시제품을 빨리 내놓고 소비자 반응에 따라 실시간으로 수정해 업그레이드하는 애자일(Agile)과 맞닿는다.

한전의 중국 진출에도 이런 기민함이 작용했다. 초기 사업진출 당시 경쟁했던 일본 종합상사들이 중국 정부 데이터를 못 믿고 자체적으로 풍력 등을 측정하겠다고 시간을 끌 때, 한전은 중국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부 허수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파트너사의 신뢰를 얻었다. 그 덕분에 전세계 신재생설비의 29.6%를 점유하는 세계 최대의 시장 중국에서 자리 잡았다.

노태동 법인장은 "선진국 간 기술 경쟁이 치열한 중국에서의 신재생 발전설비 건설 및 운영 경험은 앞으로 한국의 에너지전환 정책에도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한패 발전소의 풍력발전기 밑에는 양떼 수백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탁 트인 지형 덕분에 소음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사진=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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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펑(중국)=최우영 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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