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는 고속도로..깔기 시작하면 민간 투자 뒤따를 것"

김형욱 입력 2019. 8. 1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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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수소경제 선구자' 홍성안 GIST 석좌교수
"민간 참여가 성패 결정..모든 정책 여기 집중해야"
"수소차 없는 유럽도 충전소 깔아..우리도 갖춰야"
에너지 정치쟁점화 강하게 비판.."지속성 있어야"

정부는 2019년 1월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친환경 수소 생산부터 저장-수송-부문별 사용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수소경제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수소차를 국내외에 180만대 보급하고 전국 660개 수소 충전소 설립한다.

새로운 에너지원인 수소를 활용하려는 노력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본, 유럽, 미국은 물론 중국까지 세계 주요국은 수소사회의 전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미 로드맵을 마련해 추진 중이거나 만들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수소 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위해선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값비싼 에너지여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 전까지는 기존 화석연료는 물론 재생에너지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떨어진다. 안전에 대한 우려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같은 난제에도 ‘왜 수소경제인가’인지 6인의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홍성안 광주과학기술원(GIST) 석좌교수.
[광주=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수소경제는 고속도로에요. 일단 인프라를 깔기만 하면 민간 투자가 뒤따를 겁니다.”

‘수소경제 1세대’ 홍성안 석좌교수(69)를 13일 광주과학기술원(GIST) 연구실에서 만났다. 그는 수소경제를 경부고속도로에 비유해 설명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아무것도 없던 땅에 경부고속도로를 깔았다. 도로를 먼저 깔아야 자동차 산업이 발전한다는 독일 총리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수소경제도 정부가 인프라를 깔아주면 민간 투자가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경제란 현 화석연료(탄소) 중심의 에너지 사회를 수소 중심으로 바꾸어 궁극적으로는 인류가 이산화탄소나 미세먼지 배출 등 환경 문제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수소전기차 보급에서 수소연료전지 발전을 아우른다. 일본, 유럽, 미국 등을 시작으로 우리도 올 1월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하며 이 움직임에 본격 뛰어들었다.

홍 교수는 1987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수소·연료전지 연구를 시작한 우리 수소경제 1세대 인물이다. 2004~2008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수소연료전지산업단장을 맡았을 당시 국내에 ‘수소경제’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홍 교수는 정부가 민간이 수소경제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민간의 참여가 수소경제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는 “유럽 주요국은 수소차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서 수소충전소를 엄청나게 짓고 있다”며 “시대 흐름을 알고 민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 기술을 갖췄음에도 수소 생산과 저장, 수송 부문에선 아무런 준비가 안 돼 있다”며 “수소 공급 인프라를 어떻게 잘 구축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느냐가 수소경제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소연료전지는 비싸다. 수소경제 사회로의 전환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이다. 홍 교수는 꾸준한 기술개발과 인프라 확충이 이어진다면 충분히 경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2005년 수소차를 처음 만들 땐 대당 10억원이 들었는데 현재는 6000만~7000만원까지 낮아졌다”며 “아직은 수소의 효율성이 떨어지지만 인프라가 갖춰지면 충분히 유용한 자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적으로도 수소가 화석연료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며 “석탄 화력발전은 석탄을 태워서 나오는 열로 터빈을 만들고 다시 이를 전기로 만드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고 그 과정에서 여러 문제를 일으키지만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를 전기화학반응만 하면 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에너지 정책이 정치쟁점화하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정권에 따라 에너지 정책이 오락가락했던 것을 몸소 경험한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때 싹을 틔웠던 수소산업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권한 2008년 이후 모두 흐지부지됐다. 현대차도 노무현 정부 때 지원을 받아 수소차를 개발했고 포스코와 GS, SK도 수소연료전지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수소경제 정책이 폐기되다시피 하자 사실상 사업을 접었다.

이들이 다시 수소사업을 재개한 것은 문재인 정부 2년차인 지난해 들어서다. 그는 “민간이 수소를 비롯한 에너지 사업 참여를 꺼리는 것도 이 같은 정책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수소경제 관련 정책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홍 교수는 “수소 역시 가격과 내구성, 효율 등에선 완벽하지 않다. 반도체·통신처럼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우리도 이미 30년의 경험을 축적한 만큼 정부차원의 지속적인 지원만 뒤따른다면 충분히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로필 △1950년생 △서울대 화학공학과 △카이스트 화학공학과 석사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 화학공학과 박사 △한국과학기술연구소 연구원(1978~1985) △미국 쉐브론(구 걸프) 연구소 선임연구원(1981~1987)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료전지연구단 책임연구원 및 초빙연구위원(1987~2015) △지식경제부 수소·연료전지사업단장(2004~2008) △고려대 교수(2012~2015) △광주과학기술원(GIST) 융합기술원 석좌교수

홍성안 광주과학기술원(GIST) 석좌교수.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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