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도, 에어컨도 없는 휴게실서 숨진 서울대 청소노동자, 학생들 "학교 책임"

탁지영 기자 입력 2019. 8. 14. 13:56 수정 2019. 8. 14.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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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대 제2공학관 지하1층 구석에 마련된 청소노동자 휴게실. 창문과 에어컨은 없고, 환풍구와 선풍기가 마련돼 있다. 탁지영 기자

서울대학교에서 일하던 60대 청소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사망한 데 대해 학생들이 학교 측의 사과와 열악한 업무 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서울대 학생 모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공동행동)은 14일 성명에서 “이 죽음은 사회적 죽음”이라며 “(서울대는) 그를 비인간적 환경에 방치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ㄱ씨(67)는 지난 9일 서울대 제2공학관 지하 1층 청소노동자 남성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낮 시간 휴게실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가 사망했다고 학생들은 밝혔다. 해당 휴게실은 계단 아래 마련된 간이 공간이다. 에어컨과 창문은 없다. 벽에는 작은 환풍구 하나와 선풍기가 달렸다.

‘공동행동’은 “너무 덥고 비좁은데다 지하 구석에 위치해 환기조차 잘 되지 않아 가만히 서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던 공간을 고령의 노동자들이 ‘휴게실’이라 부르며 이용하고 있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지원을 받고, 가장 큰 규모의 재원을 운용하며, 최첨단 시설을 갖춘 대학에서 그런 죽음이 발생했다는 것은 무언가가 심각하게 잘못되었다는 뜻이고 이 공간이 고장났다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67세의 고령 노동자를 고용하면서도 그렇게 더운 날 그토록 비인간적인 환경에 방치한 것은 분명 사용자인 학교 측의 책임”이라며 “책임 인정이나 사과 없이 언론에 고인의 죽음을 지병에 의한 죽음이라고만 말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했다.

학교측에는 사용자로서의 사과와 함께 학내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 보장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 죽음은 사회적 죽음이며 이 땅의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비극”이라며 “서울대는 학내 노동자들의 휴게 공간 실태를 전수 조사해 열악한 휴게 공간을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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