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반중..두 갈래로 나뉜 홍콩 연예계

박효재 기자 2019. 8. 1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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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홍콩 시위 사태가 격화되면서, 중국 연예계도 양분됐다. ‘친본토’ 스타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곧잘 표출하고 있지만, ‘반중국’으로 낙인 찍힌 인사들은 발언을 삼가고 있다. 베이징에 반대하는 발언을 억압하는 본토와 홍콩 주류 사회의 분위기가 홍콩 연예계에까지 반영됐다는 말이 나온다.

중국 배우 청룽. 국영 CCTV 인터뷰 화면 캡처.

홍콩 출신 배우 청룽(성룡)은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14억명이 오성홍기의 수호자다’ 캠페인에 동참했다.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의 수호자를 자처하면서 중국 정부 편을 든 것이다. 그는 14일 국영방송 CCTV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은 내 고향이고 중국은 내 국가”라면서 “중국인으로서 기본적인 애국심을 표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내 국가와 고향을 사랑한다. 홍콩이 빨리 안녕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청룽은 1989년 중국에서 대학생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며 톈안먼 시위를 벌일 때 이들을 지지하는 의미로 홍콩에서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대표적인 친중 인사로 탈바꿈했다. 명목 상의 의회 격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이기도 하다. 2012년 ‘홍콩은 한국처럼 시위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해 물의를 빚었고, 몇 년 전부터는 본토 영화에 주로 출연하고 있다.

중국 정부를 지지하는 다른 연예인들의 활동도 공개적이다. 가수 알란 탐과 배우 량자후이(양가휘)는 지난 6월 경찰의 공권력 사용을 지지하는 집회에 참석했다.

1989년작 <성룡의 미라클> 스틸컷.

반면 당국에 ‘반체제’로 낙인찍힌 배우들은 침묵하고 있다.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벌어진 ‘우산혁명’ 시위를 지지했던 스타 배우 저우룬파(주윤발), 류더화(유덕화), 량차오웨이(양조위) 등은 이번 시위에 관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올라 중국 내 활동과 언론 보도가 전면 금지됐다. 가수 데니스 호가 지난달 유엔인권이사회 연설에서 중국의 회원국 퇴출을 요구하고, 가수 앤서니 웡 등이 시위대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산혁명 시위 때에 비하면 시위에 동참하는 인사들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은 중국 정부의 억압적 분위기와 연관돼 있다. 대만과 관련해 ‘하나의 중국’을 부정하는 문화상품이나 관련 인사들 추방 움직임을 강화하면서 영화인 활동을 단속하고 나선 것도 그런 예다. 중국 당국은 지난 7일 “본토의 영화작품과 영화인들이 올해 제56회 대만 금마장 영화제에 참가하는 것을 잠정 중지한다”고 공지했다. 이 영화제에 참여하는 영화는 중국 상영이 금지되고, 해당 배우는 요주의 인물 리스트에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미디어아시아필름·유니버스필름 등이 영화제 출연을 고사했고, 량차오웨이 주연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류더화가 출연한 ‘화이트스톰2’ 등의 참여가 막혔다.

홍콩 스타들이 과거와 달리 침묵하는 것은 본토 시장의 구매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중국 최고의 인기 드라마 ‘연희공략’에 출연하며 중국에도 많은 팬들을 거느린 쉬시완(홍콩이름 셰스만)은 지난 6월 인스타그램에서 홍콩 시위대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다가 본토에서 비난이 쏟아지자 바로 사과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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