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생적 친일파 들끓는 현실에 가슴 아파"

조민주 기자 2019. 8. 15.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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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회 총사령 박상진 의사 증손자 박중훈씨
박상진 의사 증손자 박중훈씨. 2019.8.14 /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울산=뉴스1) 조민주 기자 = "우리 동포는 조국을 위해 애국애족의 마음으로 일치단결해서 광복회의 의로운 깃발 아래 왜적을 몰아내고 국권을 기필코 회복해야 한다."

고헌(固軒) 박상진(1884~1921) 대한광복회 총사령의 광복회 포고문 중 일부다.

박상진 의사의 증손자 박중훈씨(65)는 올해 제74주년 광복절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박상진 의사를 재조명하자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감이 교차한다. 증조부님의 서훈 등급 상향을 위한 지역사회의 자발적인 움직임에 고마운 감정이 있는가 하면, 현재 일본의 경제침략, 누군가 '경제왜란'이라고까지 말하는 것에 대해 실감하고 있다. 더 서글픈 것은 자생적 친일파들이 일본 우익들과 손뼉을 맞추고 있는 현실이 분통터지고 가슴 아프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울산 북구 송정동 박상진 의사의 생가에서 박 의사의 후손인 박중훈씨를 만났다.

박씨는 "외침(外侵)이 일어나면 아무리 우리 정권이 밉더라도 일단은 합심을 해야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원인을 제공한 일본 정부가 아닌 우리 정권을 욕하고, 반일을 하는 사람에게 감정적이라고 지적한다"며 "이는 일본이 정한론(征韓論)에 기반해 한국을 침략하기 위해 펴는 명분과 논리인데 아직까지도 이 프레임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통탄할 노릇이다"고 토로했다.

'박상진 의사에게 광복회는 분신과도 같다'고 말하는 그의 비장한 표정 속에는 독립군의 후손으로서 자부심과 긍지가 느껴졌다.

고헌 박상진 의사. /© News1 DB

박씨의 증조부인 박상진 의사는 1916년 노백린·김좌진 등을 대한광복회에 가입시켜 본격적인 항일투쟁을 전개한 울산 출신의 독립투사다.

1910년 양정의숙을 졸업한 박 의사는 졸업 후 법관 시험에 합격했지만 '독립운동가를 내 손으로 단죄할 수 없다'며 임용을 거부한 뒤 만주 지역에서 무장 독립운동을 위한 학교를 세워 운영했다.

또 해외에서 무기를 구입해 일본인 고관이나 한국인 친일 인물들을 수시로 처단하는 등 치열한 독립운동을 전개하다 1921년 8월13일 대구형무소에서 37세의 나이로 사형 당했다.

박 의사는 일제강점기 때 광복회 총사령으로 무장투쟁을 이끄는 등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으나 대중적으로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그는 40여 년이 지난 1963년 독립유공자 3등급(독립장) 서훈을 받았지만, 광복회 부사령을 지낸 김좌진 장군이 1등급인 것과 비교하면 2단계가 낮다.

박중훈씨는 "3등급 포상이 그렇게 낮은 것도 아니지만, 증조부님을 존경하고 요즘 하는말로 사랑하는 분들이 볼 때는 안타깝고 섭섭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자손들도 잘 하지 못하는 것을 시민들이 앞장서서 운동을 펼쳐 주시는 것에 대해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며 "설사 서훈이 상향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분들의 고마운 마음을 가슴 속에 새겨 죽는 날까지 잊지 않고 사는 게 도리인 것 같다"고 했다.

[인터뷰] 박상진 의사 증손자 박중훈씨. 2019.8.14 /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현행법은 서훈의 확정과 취소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나 변경에 관한 별도의 규정이 없어 서훈 확정 이후에는 대상자의 공적을 재평가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울산 지역사회에서 박 의사의 상훈 재평가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국회의원(울산 북구)은 서훈 대상자의 공적에 대한 재평가가 가능하도록한 상훈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추진하고 있다.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박 의사의 공적에 대한 재평가가 가능해져 서훈이 상향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전망이다.

이상헌 의원은 "박상진 의사는 역사적인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박 의사의 인물과 공적을 재조명해 많은 국민들이 귀감으로 삼는 인물로 후손들에게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2일에는 우리역사바로세우기운동본부의 주관으로 박 의사의 공적을 재조명하기 위한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린다.

토론회는 신주백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소장이 좌장을 맡고, 이성우 충남대 역사학과 교수의 발제에 이어 박민영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학술사업부 연구위원, 권경률 역사 칼럼니스트, 이현수 국가보훈처 공훈발굴과 연구관이 토론을 펼친다.

한편 15일 박상진 의사 생가에서는 송철호 시장, 지역 국회의원, 보훈단체, 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헌 박상진 의사 순국 98주기 추모 행사가 열린다.

minjum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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