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뚫은 외침 "일본대사는 들으라, 여기 피해자가 왔다"
[오마이뉴스 글:박소희, 사진·영상:유성호]
▲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와 양금덕 할머니, 임재성 변호사 등 시민들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광복 74주년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회’를 마친 뒤 일본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판결 이행과 사죄를 촉구하며 일본대사관으로 행진을 벌이고 있다. |
ⓒ 유성호 |
▲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아베에게 사죄 한마디 듣는 게 소원”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광복 74주년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회’에 참석해 일본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판결 이행과 사죄를 촉구했다. ⓒ 유성호 |
살아있는 역사의 증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89) 할머니와 이춘식(95) 할아버지가 74주년 광복절에 서울시 중구 주한일본대사관 건물 앞에 섰다.
"양금덕이가 왔다! 아베는 하루 속히 사죄하라! 아베를 규탄한다, 빨리 사죄하라!"
이춘식 할아버지는 1943년 일본 신일철주금에 강제로 끌려갔고, 1945년엔 징병까지 됐다. 한국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0월 30일 그가 또 다른 피해자 3명과 함께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했다. 13살에 일본 제철소 근로정신대로 강제동원됐던 양금덕 할머니 역시 지난해 11월 29일 미쯔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최종 승소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기업은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한국을 상대로 무역 보복을 벌이고 있다.
▲ 학생과 시민들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광복 74주년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회’를 마친 뒤 강제동원 피해자의 사진을 들고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하며 일본대사관으로 행진을 벌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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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동원 피해자 유가족들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광복 74주년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회’를 마친 뒤 일본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판결 이행과 사죄를 촉구하며 일본대사관으로 행진을 벌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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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과 시민들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광복 74주년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회’를 마친 뒤 일본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판결 이행과 사죄를 촉구하며 일본대사관으로 행진을 벌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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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대회 때 연단에 올라간 이춘식 할아버지는 "할 말은 많으나 목이 멘다"고 했다. 그는 "내가 그때(일제강점기) 가서 고생한 게 원통하고도 힘든데, 오늘은 즐겁고 반갑게 해줘서 대단히 감사하다"며 비를 맞으면서도 함께 하고 있는 참가자 2000여 명(주최 추산)들에게 고마워했다.
양금덕 할머니는 "저는 공부도 잘했는데, 일본 가면 중학교 보내주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고 해서 손들고 갔다가 공장서 일만 새빠지게, 생전에 없는 고생 다 하고 왔다"며 힘들었던 근로정신대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여름까지 눈이 안 녹는 추운 데로 가서 8개월 일했다"며 "화장실 가서 좀 늦게 와도 어디서 놀다 왔냐고 때리고, 밥은 세 숟가락 먹으면 없었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그렇게 고생한 걸 세계적으로 다 알고 있다"며 "죽기 전에 아베한테 사죄 듣는 게 소원"이라고 덧붙였다.
▲ 경기도 고양시 양일중학교 영어동아리 학생들이 15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광복 74주년 일제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회'에 참석해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펼쳐 들고 있다. |
ⓒ 박소희 |
여러 시민단체들이 연대한 행사라 단체 참가자들이 많았지만, 개인자격으로 온 시민들도 상당수였다. 경기도 고양시 양일중학교 2학년 영어동아리 학생 6명은 동생, 어머니와 함께 'NO 아베, NO 일본제품' 등이 쓰인 작은 현수막을 준비해왔다. 김규언 학생은 "동아리에서 영자신문에 실린 불매운동 기사를 보고 오늘 행사에 오게 됐다"며 "독일은 (유대인 대학살 등 과거사를) 반성하고 사죄했는데, 아베는 뻔뻔하게 반성도 안 하고 보복만 한다"고 비판했다.
세월호 참사 유족 '유민아빠' 김영오씨도 우비를 입은 채 광장을 지켰다. 그는 "귀농해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 일본 아베가 하는 짓이 너무 말이 안 돼서 가만히 있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왔다"며 "광복절이지만 아직 광복이 안 됐다고 본다, 아베가 진정으로 사과하는 날이 진정한 광복절"이라고 말했다. 또 "불매운동 전 대나무 자르려고 일제 장비를 샀다가 뜯지도 않고 국산톱으로 작업하다 톱을 세 번이나 바꿨다"며 "불매운동도 좋지만 일본 못지 않은 기술력을 갖춰서 일본을 넘어서야 한다"고 했다.
일본인들도 이날 행사에 관심을 보였다. 가족과 함께 온 스나미 케이스케는 "아베 정권이 빨리 타도돼야 한다"며 "여기 있는 일본 사람들도 어떻게 하면 아베를 타도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직 기자인 그는 일본 언론도 비판했다. 케이스케는 "이런 평화적인 시위 말고 일장기를 태우는 등 (일본에) 공격적인 장면을 많이 보도한다"며 "(그런 뉴스만 접한) 일본 사람들은 '한국이 일본의 모든 것을 싫어한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연대발언자로 참석한 오다가와 요시카스 일본 전국노동조합총연합 의장 역시 일본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그는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 판결을 거부하고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태도를 계속 취한 데에 문제의 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화 제안도 거부하고, 계속 강경자세를 강화하는 일본 정부의 비상식적 행동은 언급할 가치도 없다"고 했다. 그는 "저는 여러분과 연대해 계속 싸워나가겠다"고 약속했고, 참가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 학생과 시민들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광복 74주년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회’를 마친 뒤 '강제동원 사죄하라', '아베는 사죄하고 배상하라' 등 구호가 적힌 만장을 들고 일본대사관으로 행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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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과 시민들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광복 74주년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회’에 참석해 “아베는 강제동원 배상판결을 이행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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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과 시민들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광복 74주년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회’에 참석해 “아베는 강제동원 배상판결을 이행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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