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우익들 "대동아전쟁은 침략 아냐".. 日王 "과거 돌아보며 깊은 반성" [특파원+]

김청중 2019. 8. 1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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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신사 간 日 우익들.. 반성은 없고 궤변만/ 아베 측근·의원 50명 집단참배 / 정부 "日지도자 공물·참배 우려" / 日王 즉위 후 첫 전몰자 추도식 추도사 / 아키히토 상왕의 '평화 행보' 계승 / 아베, 야스쿠니신사에 공물 보내

광복절 74주년이자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일인 15일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신사에 우익 등이 대거 몰려들었다.

우익단체 회원들은 침략의 상징인 욱일기와 ‘대동아전쟁(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일본 우익식 표현)은 침략전쟁이 아니다’라는 등의 궤변이 적힌 깃발 등을 들고 참배한 뒤 “덴노헤이카 반자이(天皇陛下 萬歲)”를 외쳤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군복을 입고 오른손을 하늘로 향하는 나치식 경례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광복절 74주년이자 일본 패전일인 15일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신사에서 일본 우익이 ‘대동아전쟁은 침략전쟁이 아니다’라는 등의 깃발을 들고 참배하고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야스쿠니신사와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구단시타역에서 신사로 이어지는 길에서는 우익 단체 회원들이 ‘다케시마(竹島·경상북도 울릉군 독도에 대한 일본식 표현)는 일본 땅’이라는 등의 선전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일본 군국주의의 정신적 요람인 야스쿠니신사에 7년 연속 공물을 보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나다 도모미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관을 통해 야스쿠니신사에 다마구시(玉串·물푸레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라는 공물을 보냈다. 아베 총리가 패전일에 공물을 보낸 것은 2012년 12월 2차 집권 후 7년 연속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15일 도쿄 지요다구에서 열린 태평양전쟁 종전 74주년 행사에서 연설을 마친 후 나루히토 일왕 부부 앞을 지나가고 있다. 도쿄=AFP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2013년 12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한·중의 거센 비판을 받은 뒤 직접 참배하지 않고 종전일과 봄·가을철 제사인 춘·추계 예대제에 공물을 보내고 있다.
여야 우익 의원들로 구성된 ‘다 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50명은 야스쿠니신사를 집단 참배했다. 이 단체 의원들은 매년 종전일과 춘·추계 예대제 때 집단으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해마다 8월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대만 친일파 인사들이 15일 참배를 하고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최근 혐한(한국 증오)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토 마사히사 외무성 부대신, 기우치 미노루 환경성 부대신 등 차관급 정부 인사들이 집단 참배자에 포함됐다. 아베 총리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 대행과 차세대 유력 주자이자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 중의원(하원) 의원도 개별적으로 참배했다.

우리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일본 정부와 의회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일본의 과거 식민침탈과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신사에 또다시 공물료를 보내고 참배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 ‘평화와 민주주의를 목표로 하는 전국 교환회’ 등 시민단체는 이날 오후 6시30분쯤 도쿄도 지요다구에 있는 총리 관저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한국을 상대로 경제 보복 조치를 단행한 아베 정권을 비판했다. 이들은 ‘동아시아 평화를 만들어가는 한·일 평화시민 공동선언’을 낭독하며 아베 정권의 식민지배 인정과 사죄를 촉구했다.
 
◆나루히토 日王 “과거 돌아보며 깊은 반성”
 
나루히토(德仁·사진) 일왕은 15일 태평양전쟁 종전 74주년 행사에서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 위에서 다시 전쟁의 참화를 반복하지 않기를 간곡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나루히토 일왕은 도쿄 지요다구 무도관에서 열린 전국전몰자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통해 “앞선 대전에서 소중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과 유족을 생각하며 깊은 슬픔을 새롭게 느낀다”며 “종전 이후 74년간 여러 사람의 부단한 노력으로 오늘날 우리나라(일본)의 평화와 번영이 구축됐지만 많은 고난에 빠졌던 국민의 행보를 생각할 때 정말로 감개 깊은 것이 있다”고 말했다.
 
나루히토 일왕이 15일 도쿄도 지요다구 '닛폰부도칸'에서 열린 태평양전쟁 종전(패전) 74주년 '전국전몰자추도식'에 참석, 기념사를 읽고 있다. 도쿄=교도연합뉴스
나루히토 일왕은 이어 “전후 오랫동안 이어온 평화로운 세월을 생각하고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 위에서 다시 전쟁의 참화를 반복하지 않기를 간곡히 기원한다”며 “전진에서 산화하고 전화에 쓰러진 사람들에게 전 국민과 함께 진심으로 추도의 뜻을 표하면서 세계 평화와 우리나라의 발전을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나루히토 일왕의 깊은 반성이란 표현은 부친인 아키히토(明仁) 상왕의 평화 행보를 계승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아키히토 상왕은 2015년 추도식 때부터 깊은 반성이란 표현을 사용해 왔다. 이번 행사는 지난 5월 나루히토 일왕 즉위 후 처음 열린 전몰자 추도식이다.
 
2012년 12월 말 재집권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추도식에서도 과거 반성이나 가해국으로서의 책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일절 하지 않고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보냈다.
 
◆“자민당 내서도 反아베 정서 확산 조짐”
 
국회 차원의 방일단으로 이달 초 일본으로 건너가 의원외교를 벌였던 일부 한국 측 참석자는 15일 “일본 측 의원들이 자민당 내에서도 반(反) 아베 신조 총리 정서가 확산하려는 조짐이 보인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집권 여당인 자민당 내 일부 지한파 의원들 사이에서 아베 내각의 이번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는 지나쳤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의미다. 무소속 서청원 의원과 한·일의원연맹 한국 측 회장인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 등 여야 의원 10명으로 구성된 국회 방일단은 지난달 31일 일본으로 출국해 1박2일 의원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한 참석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한·일의원연맹 일본측 간사장인 가와무라 다케오 전 관방장관이 면담이 깨진 직후 사과의 뜻을 전했다. 니카이 자민당 간사장의 의견을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참가자는 세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공개적인 표현은 못하지만, 자민당 내에서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에 이견을 가지고 있는 의원도 일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권 외에도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가 주도하는 화이트리스트 조치 철회 운동 등 각계에서 아베 정부를 지탄하는 분위기가 고조되면 의원외교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베 정부를 강경하게 규탄했던 여당 민주당 지도부도 양국 우호 관계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유화적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14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여러 갈등이 있어도 반드시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톤을 낮췄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한·일 문제에서 외교적인 노력을 회피하려는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도 일본의 일부 의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양국 국회의원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하자고 촉구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안병수·이현미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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