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없는 여행, 그 '즐거운' 불편

여성환경연대 입력 2019. 8. 16.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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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플라스틱 없이 산다 ③] 버려지는 철사 이용해 작품 만드는 좋아은경 작가

[오마이뉴스 글:여성환경연대, 편집:김혜리]

여름은 여행의 계절이다. 단조로운 일상과 푹푹 찌는 이곳을 벗어나 며칠이라도 기분전환을 하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가방을 싼다. 물가가 비싸지 않고 때 묻지 않은 자연이 있고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태국은 우리에게도 인기 있는 여행지다. 그중에서도 태국 북부에 위치한 치앙마이는 한 달 살기의 최고 여행지로 한국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철사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좋아은경(34·본명 김은경) 작가는 태국의 길거리 음식, 환대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좋아 태국을 즐겨 찾는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그는 태국에 가면 하루에도 몇 장씩 버려지는 일회용 비닐봉지, 음료마다 꽂혀 나오는 일회용 빨대에 마음이 불편했지만, 이것도 현지 문화려니 하고 체념하곤 했다. 그러나 지난해 겨울, 태국 여행을 준비하면서 일회용 쓰레기 없는 여행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일명 '형편없는 살림꾼 프로젝트.' 

떠난 휴가지에서 쓰레기가 넘쳐나는 광경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면, 아직 여름 휴가를 떠나기 전이라면 좋아은경 작가가 전하는 '일회용 쓰레기 없이 여행하는 꿀팁'에 귀 기울여 보자. 다음은 좋아은경 작가와의 일문일답이다. 

 버려진 철사로 다시 쓴 '침묵의 봄' 
 
 '침묵의 봄' 전시 중에서
ⓒ 좋아은경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버려지는 철사를 이용해서 작품을 만들고 전시하고 작품을 매개로 사람들을 만나는 철사 아티스트 좋아은경입니다. 여행을 좋아해서 많이 다니는 편인데 (지난해 겨울부터) 여행 중에 당연한 줄 알고 소비했던 일회용품들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최근에 이탈리아, 독일을 다녀왔고 지난해 겨울에는 태국 여행을 다녀왔어요."
 
- 철사 아트가 무엇인가요?
"제가 정식으로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어요. 사실 '철사 아트'라는 게 존재하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제가 쓰는 소재가 철사이다 보니 그렇게 이름 붙였달까요. 윤호섭 국민대학교 교수님과 '그린 캔버스' 달력 작업을 하다가 시도해본 게 계기가 되었어요. 그 이후 철사로 작업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철사는 새로 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일상생활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재료라 계속하고 있습니다. (웃음)"
 
- 철사가 많다고 하셨는데요, 어디에 철사가 들어 있나요?
"보통은 주방에서 많이 나와요. 빵끈, 야채 묶는 철사, 달력 철사, 수첩 제본 등에서도 많이 나와요. 주변 분들이 쓸만한 철사를 모아다가 주시는 경우도 있고요. 철사를 묶는 철사가 있는데 그걸 결속선이라고 해요. 짧고 제 힘으로 구부리기 쉬워서 그걸 쓰기도 해요. 작업할 때 특별한 도구를 쓰는 건 아니고요, 집에 있는 도구를 이용해서 작업해요. 니퍼랑 펜치(플라이어)를 이용하면 쉽게 작업할 수 있어요. 철사가 두껍고 구부리기 힘들면 밴딩 기계를 써야 하니까 일상에서 쓸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요."
 
 철사를 구부려 새를 만들고 있다
ⓒ 좋아은경
  
- 전시 제목이 '침묵의 봄'이던데 레이첼 카슨이 쓴 책 제목 아닌가요?
"제가 고등학교를 안 다녔거든요. 자퇴하고 나서 엄마랑 서점에 검정고시 교재를 사러 갔다가 교재는 안 사고 다른 책들을 많이 샀어요. 그중에 <월든>, <침묵의 봄> 이런 책들이 있었어요. 환경에 대한 관심이 좀 있었거든요. 고전이라고 해서 읽긴 읽었는데 잘 이해하지는 못했어요. 나중에 윤호섭 선생님 추천으로 레이첼 카슨 평전을 읽었는데 재미있더라고요. 난관을 헤쳐나가는 모습이 정말 멋있고 감동적이었어요. 마침 대학교 신문사에서 하는 편지쓰기 공모전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당시 저는 레이첼 카슨에게 편지를 썼어요. 그게 당선이 되어서 학교 신문에도 제 글이 실리고 했었는데, 시간이 좀 지나니까 그 일을 까맣게 잊어버렸죠.

8년 뒤에 윤호섭 선생님이 하시는 녹색여름 전에 처음 철사로 만든 작품을 내면서 '침묵의 봄'이라는 제목을 붙였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예전에 제가 레이첼 카슨한테 편지 쓴 걸 기억해내신 거예요. 그러면서 올해가 침묵의 봄이 나온 지 50주년이기도 하니 레이첼 카슨 헌정 전시를 해보라고 권유하셔서 본격적으로 하게 된 거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참 신기한 인연이에요.

레이첼 카슨을 사람들이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분의 문장들을 골라서 작품을 만들기도 했어요. 사실 스콧 니어링, 소로우, 바우만, 존 버거 등 영감을 주는 사람들은 많지만 레이첼 카슨에게 집중해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내가 버린 쓰레기가 고래 뱃속에 들어간 건 아닐까 
 
 제로웨이스트 여행을 위해 챙긴 물건들. 밀폐용기, 수저, 장바구니, 손수건, 텀블러, 에코백.
ⓒ 좋아은경
- 이번 제로 웨이스트 여행도 '형편없는 살림꾼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레이첼 카슨의 글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들었는데 무슨 뜻을 담고 있나요?
"레이첼 카슨은 우리가 행동하는 모습이 과학의 안내를 받는 지성인이 아니라 '눈에만 보이지 않으면 된다며 양탄자 밑에 쓰레기를 숨겨두는 형편없는 살림꾼' 같다고 표현했어요. 제가 평소에 말쑥하게 하고 다니지만 (사용하는 플라스틱이) 바다, 땅에 버려지는 걸 생각하니 레이첼 카슨의 글처럼 형편없는 살림꾼 같아 보였어요. 지구 살림을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요."
 
-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하게 된 동기가 뭔가요?
"제로웨이스트 여행은 사실 거창하게 생각한 일이 아니에요. 저는 태국에 친구들이 많이 있어서 한번 가면 오래 머물다 오는 편이에요. 현지 문화에 최대한 맞추려다 보니 일회용 비닐을 많이 쓰는 태국 문화를 따르곤 했어요. 그런데 최근 바다거북, 고래뱃속에서 플라스틱이 나왔다는 뉴스를 본 후 '내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그렇게 만든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주의 먼지 같은 나 하나쯤이야'에서 '내가 버린 게 흘러 흘러가서 고래뱃속에 들어간 게 아닐까, 이제는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뀐 거죠. 이번에 태국에 갈 때는 그곳의 환경을 해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인스타그램을 보면 플라스틱 프리를 실천하는 분이 매우 많아요. 그분들은 '플라스틱 프리'에 대해 완벽한 모습들을 보여줬어요. 그런데 저는 배낭 하나 메고 8시간씩 걷는데 어떻게 그런 짐을 다 들고 다니나 싶더라고요. 저걸 다 들고 다녀야 한다면 '난 못해, 난 그냥 사 먹으련다'가 되는 거죠. 무리하지 말고 나의 성공과 실패를 가감 없이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하나라도 줄이는 게 중요하고 줄이지 못할 때는 다양한 대처법을 보여줘야 되겠다 싶었어요."
 
 밀폐용기에 담은 과일
ⓒ 좋아은경
   
 얼음이 잘 들어가게 입구가 넓은 텀블러를 챙겨갔다. 결과는 대만족!
ⓒ 좋아은경
     
- 어떤 물건들을 준비해갔나요?  
"우선 텀블러 전문가인 보틀팩토리 정다운 사장님의 조언과 협찬을 받아서 텀블러 2개를 얻어서 갔고, 음식을 담을 유리용기도 하나 챙겼어요. 원래는 얕은 게 편하지만 태국 음식이 면 요리도 많고 덮밥도 많이 먹으니까 깊은 거로 골랐고요. 케이스를 매번 닦는 게 귀찮아서 케이스가 없는, 길이가 짧은 스테인리스 젓가락 한 벌을 찾았어요. 그런데 찾기가 너무 어려워서 하나 사야 싶을 때 엄마가 찾아주셨어요. 알고 보니 제가 6살 때 썼던 거였어요. 꼬치 요리를 먹을 때 아주 유용했어요. 장바구니 하나, 손수건 3장을 가져가서 음식도 싸고 땀도 닦았어요. 그리고 가벼운 에코백 하나. 여행 중에 생각보다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게 되더라고요. 태국에는 떠먹는 디저트도 많아요. 그래서 현지 친구에게 티스푼 하나를 빌렸어요. 그게 전부였어요. (웃음).

평소에도 간소하게 하고 다니고 많이 소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이번엔 '진짜 한번 해보자'하는 마음으로 한 거였어요. 제로 웨이스트까지는 아니고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여행 정도였던 것 같네요. (웃음)."

플라스틱 프리, 한번 해봐도 괜찮아 
 
 인터뷰 중인 좋아은경 작가
ⓒ 여성환경연대
 
- 어떤 게 제일 힘들었나요? 유혹은 없었나요?
"여행 자체는 순조로웠어요. 어려움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런데 제가 어쩌다 빨대를 받고 엄청나게 자책하니까 친구가 굉장히 미안해하고 불편해하더라고요. 그걸 보고 '내가 태도를 잘해야겠다'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친구들한테도 '이거 내가 하는 건데 같이 해볼래?' 권유하는 거랑 '너 그렇게 계속 써야겠냐?' 잔소리하는 거랑 되게 다르더라고요. '나 스스로 셋 업을 가볍게 해야겠다, 죽자 살자 하면 안 되겠다, 물론 제 안에서는 죄책감도 많이 들고 자신을 탓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지만 그것 역시 잘 소화해야겠다' 그런 생각들을 했어요. 되도록 즐겁게 하려고 노력한 거죠.

'한눈팔면 안 된다' '주문할 때 정신 차리고 있어야 한다'는 교훈도 얻었고요. (웃음) 음식점 들어와서 너무 배고픈 상태에서 뭐 먹을까 고민하다 보면 빨대가 꽂혀서 오고 그러더라고요."
 
- 죄책감을 주고 훈계하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거네요?
"네. 저 스스로 가볍게 가야 친구들도 '얘랑 있을 때는 절대 안 쓰고 나중에 탕진해야지' 이런 마음을 안 먹을 것 같았어요. (웃음) 관심 없던 친구가 '그때는 네가 하자고 하던 거 뭔지 잘 몰랐는데 지금은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 나도 이제 안 쓰고 있다'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는데 제 실천 덕분에 태국 친구들도 많이 변한 것 같아서 뿌듯했어요. 내가 어떤 태도를 설정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여성환경연대도 플라스틱 프리 캠페인을 하면서 즐거운 불편이라는 말을 붙여요. 실제로는 괴로울 수도 있겠지만. (웃음) 즐겁고 재미있는 방식을 제안하되 사람에 따라서 좀 다르게 갈 필요도 있는 것 같아요. 또 다른 팁들은 뭐가 있나요?
"여행 가기 전에 해당 나라 인증사진을 찾아보고 어떤 걸 많이 쓰는구나 그런 걸 대비해서 가져가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이탈리아 여행 가기 전에 다른 사람들이 올린 사진을 찾아보니까 아이스크림에 숟가락 꽂혀있는 사진이 많더라고요. 그걸 보고 숟가락 꼭 가져가야겠구나 싶었죠. 나라별로 쓰는 게 정말 달라요. 태국 준비물을 가지고 다른 나라에 가면 100% 실패할 거예요. 저는 유럽 갈 때 좀 작은 컵을 가져갔어요. 유럽에서는 아이스 음료 마실 때 종이컵 사이즈를 많이 쓰거든요. 그러면 거기에 맞는 텀블러를 가져가야겠죠.

또 현지 언어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돼요. 저는 태국 친구한테 쉽게 말할 수 있는 문장을 물어봐서 연습했어요. '마이아오투웅카(비닐봉지는 필요 없어요)' '마이아오러얻카(빨대는 필요 없어요)' 이런 말들이요. 빨대 주지 말라고 할 때 'No, Straw'라고 얘기하면 일단 태국 사람들이 스트로우가 뭔지 잘 모르고, 외국인이 주문하다 보니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 주문이 잘 들어가지 않아요. 태국어로 요청하면 호감도가 상승해서 쉽게 도와주는 것 같았어요. 그래그래 안 줄게 하는 거죠.

플라스틱 프리를 고행처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하나 정도 괜찮아' 하면서 어물쩍 넘어가는 건 안 되지만 '오늘 나 하나 줄였어!' 스스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밀폐용기도 얼마든지 '팬시'할 수 있다 
 
 시장에서 파는 먹을거리. 비닐로 이중 포장되어 있다.
ⓒ 좋아은경
 
-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다고 하셨잖아요. 태국의 플라스틱 사용 실태, 현지인들의 태도는 어떤지 궁금해요.
"태국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집에서 요리하는 문화가 없다는 거예요. 너무 더워서 아침, 저녁마다 시장에서 사 온 음식을 집에 가져와서 먹는 게 일반적이에요. 가게에서 뜨거운 걸 비닐봉지에 담고 고무줄로 묶고 그걸 또 비닐에 담아줘요. 만약에 반찬 4가지를 사면 비닐이 8장이 나오는 거죠. 뜨거운 걸 비닐에 담으면 몸에 안 좋지 않냐며 걱정했는데 태국 친구들이 우리나라는 뜨거운 거, 차가운 거 담는 비닐이 따로 있다고 하는 거예요. (웃음) '설마 안 좋은데 그걸 나한테 주겠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게 정말 안 좋으면 국가가 규제하겠지' 이렇게요.

제 친구가 플라스틱 용기를 가지고 다니는데 제가 가져간 밀폐 용기를 보고 엄청 팬시하다고 했어요. 우리가 안 쓰는 밀폐 용기를 동남아 친구들에게 보내주면 어떨까 싶었어요. 식습관을 바꾸려면 컨테이너가 필요한데 태국 친구들이 쓰는 것은 밀폐가 안 되는 게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우리는 플라스틱 밀폐 용기를 유리나 실리콘으로 대체한다고 하면서 쓰던 걸 많이 버리기도 하잖아요. 그런 걸 잘 모아서 태국에 보급하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제가 쓰던 것도 그 친구에게 주고 왔어요. 엄청나게 좋아하던데요."
 
- 제로 웨이스트 여행 SNS 계정을 운영하신 것도 도움이 되었나요?
"그럼요. 이렇게 주변에 알리고 얘기해야 미안해서라도 꾸준히 지속할 것 같았거든요. '이렇게까지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주는데 포기하면 안 되지' 그런 마음 있잖아요. 제가 바로바로 자료를 올리는 스타일이 아니라 순서도 뒤죽박죽이지만 자랑이 목적이 아니라 팁을 알려주려고 하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재미있었어요. '굳이 안 해도 되지만 한번 해봐도 괜찮아' 그런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난 그렇게 여행 다녀왔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더라 이런 식으로요."
 
- 친구들한테 빌리거나 원래 쓰던 물건 몇 가지만 달랑 가지고 가서 여행한다는 게 사람들이 정말 별것 없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어요. (웃음)
"제가 플라스틱 없이 하는 여행이라는데 플라스틱을 다 가져갔잖아요. 그런 장단점을 잘 생각해서 이용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스테인리스컵, 유리컵 등을 바리바리 가져갔으면 잘 안 했을 것 같아요. 보틀팩토리에서도 텀블러 필요한 분들 언제든 오라고 하니까 여행 가기 전에 텀블러 필요하면 새 텀블러 사지 말고 여기서 상담받아보세요. (웃음)"
 
- 이번 제로 웨이스트 여행 정보가 다른 여행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여행자라면 여행지의 생태계가 파괴되지 않고 문화가 보존되기를 바랄 거예요. 제로 웨이스트, 플라스틱 프리는 그런 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인데 옆에서 누가 찔러주기 전까지는 미처 생각하기 힘든 것 같아요. 요즘 제일 인기 있는 여행지가 태국 치앙마이라고 하던데요, 태국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태국 플라스틱 프리 여행 팁을 정리해서 브로슈어로 만들어 배포하고 싶어요. 누구나 쉽게 다운받아서 쓸 수 있게 만들려고 해요.

더 나아가 여행 문화의 기본값이 바뀌면 좋겠어요. 이를테면 공정 여행에 플라스틱 프리가 추가되면 어떨까요. 유명한 여행작가분들이 SNS에 사진 올릴 때 일회용 플라스틱병 대신 텀블러를 들고 있는 게 자연스러운 모습이 되면 좋겠어요."
 
 손의 의미를 다시 찾는다면 쓰고 버리는 일 줄어들지 않을까 
 
 철사로 만든 손
ⓒ 좋아은경
 
- 아티스트로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뭔가요?
"가끔 외국 나가서 전시하면 돈 하나 안 들이고 하는 작품이라고 칭찬을 듣기도 하는데요, 전 더이상 쓸 철사가 없어서 재료를 사는 게 꿈이에요. 우리도 예전에는 야채를 묶을 때 철사 말고 지푸라기를 썼었죠. 외국에서는 야채 묶을 때 철사를 안 써요. 제가 소재 설명을 할 때 우리나라에서는 야채를 묶을 때 철사를 쓴다고 별도로 설명을 해야 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쓰고 또 버리고 있어요. 사람들한테 우리가 어쩌면 쓰지 않아도 되는, 생각지도 않은 재료를 이렇게나 많이 쓰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철사를 구하기 힘들어서 내가 이걸 사야 하나 고민하게 되는 때가 오면 좋겠어요.

저는 사람들과 워크숍을 할 때 결과물이 중요하지 않은 워크숍을 하려고 해요. 평가받고 잘해야 하는 걸 싫어해요. 새의 형태를 그리고 '그림대로 새를 만들어봅시다' 하면 '저 못해요'라며 손사래치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가 옛날에는 옷도 만들고 그릇도 만들고 손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았어요. 현대에 와서 손과 괴리되고 어느 것도 직접 만들 수 있는 게 없는 소비자가가 된 거죠. 소비자는 만들어진 걸 살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존재예요.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물건이 대다수면 그걸 사야 하는 거죠.

저는 손의 의미를 다시 찾는 게 중요하고 손으로 많은 걸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자기 스타일대로 그리고 자기 스타일대로 만들게 하면 그걸 못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워크숍을 통해서 자신감을 느끼고 무언가를 사기 전에 내가 직접 만들어보는 태도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더 싼 항공권과 숙소를 찾기 위해서 며칠씩 열을 올리지만 여행지에서 놀고 쉬면서 남기는 흔적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심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현지 문화를 핑계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귀찮음이 컸다. 국격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가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 쓰레기를 수출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국의 국격은 거론하기 힘들어진 것 같다. 거기에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가는 곳마다 쓰레기를 한 무더기씩 보태고 있다면 아무리 친절한 나라 사람이라도 한국인 관광객을 웃으며 맞기란 어렵지 않을까. 
 
올여름 여행을 간다면 텀블러와 수저 정도는 챙겨보자. 현지 언어로 '안녕하세요' '고마워요' '미안합니다' 정도를 익혔다면 '빨대는 사양할게요'를 한번 연습해보자. 어느 곳에서나 환영받는 지구별 여행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플라스틱을 사양하는 말을 티셔츠에 직접 그려(?) 넣었다.
ⓒ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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