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산 아니었어?"..'짝퉁 한류' 제품, 해외서 빠르게 확산

손해용 2019. 8. 16.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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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한국 제품의 ‘가면’을 쓴 이른바 ‘짝퉁 한류’ 제품의 판매가 늘고 있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6일 국회예산정책처와 코트라(KOTRA) 등에 따르면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과 한국 드라마 인기 등으로 한류가 확산하자 이를 이용해 마치 한국에서 만든 브랜드인 양 해외에서 판매ㆍ영업하는 곳이 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기획재정위원회 ‘2018 회계연도 결산 분석’ 보고서에서 중국의 생활용품점 ‘무무소’(MUMUSO·무궁생활)를 대표 사례로 거론했다. 중국인이 소유하고 중국에 있는 중국 기업임에도 브랜드 마크에 ’KR’을 사용하고 한국제품 디자인을 모방하고 있으며, 제품 포장에는 어법에 맞지 않는 한글을 표기해 한국제품인 양 위장해 판매하고 있다는 게 국회예산정책처의 설명이다.
자료: 국회예산정책처
현재 무무소는 중국뿐 아니라, 미국ㆍ호주ㆍ베트남ㆍ필리핀ㆍ태국ㆍ인도ㆍ멕시코ㆍUAEㆍ터키 등 17개국에서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 홈페이지에는 무무소가 최근 캐나다 토론토에 지점을 열었고 스페인에 진출하기 위해 현지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었다는 등의 안내 글이 걸려 있다. 해당 매장은 현지에서 고급 쇼핑몰이나 한국 기업이 운영하는 마트에도 입점하고 있어 많은 외국 소비자가 무궁생활의 제품을 한국산으로 오인한 채 소비하고 있다고 국회예산정책처는 우려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와 같은 위장 한국 제품들의 낮은 품질은 외국 소비자들에게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저하시킬 뿐 아니라, 국가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소지가 있다”며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동남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짝퉁 한류' 브랜드들 [자료: 코트라]
필리핀 마닐라 코트라 무역관도 ‘필리핀 한류 편승 외국계 유통기업 현황’이란 보고서를 통해 “한국 이미지를 앞세운 한류 편승 외국계 유통기업이 필리핀에서도 활개를 치고 있다”며 “한국 브랜드 이미지 실추 가능성 및 한국 기업의 상표권과 저작권 피해 우려가 된다”고 경고했다.

무무소 외에 아이라휘(Ilahuiㆍ연혜우품)ㆍKIODA(너귀엽다)ㆍYOYOSO(요요소)ㆍMINIGOOD(미니굿·삼무)ㆍXIMISO(희미성품) 등이 필리핀에서 성업 중이다. 특히 아이라휘는 2017년 3월 필리핀에 처음 진출한 이후 1년 5개월 만에 15개 매장을 열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빠르다. 무무소보다는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적극적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것이 마닐라 무역관측의 설명이다.

아이라휘는 아예 간판에 KOREA를 붙여 한국 브랜드를 표방하고 있다. 매장 내에서는 한국 아이돌 뮤직비디오를 틀어놓는가 하면, 한국 제품의 캐릭터나 디자인을 그대로 베껴온 상품을 다수 진열해 놓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한복을 입은 모델을 등장시키기도 했다.
자료: 코트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코트라 무역관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서는 KIODA가 가장 큰 짝퉁 한류 기업으로 꼽힌다. 말레이시아 전역에 17개의 매장을 열었다. 미니굿은 클랑밸리에 3개의 매장을, YOYOSO는 말레이시아 전역에 총 4개의 매장을 두고 있다.
쿠알라룸푸르 코트라 무역관은 “이런 한류 편승 기업들은 한국 이미지를 이용할 뿐만 아니라 한국 제품의 디자인을 그대로 모방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저작권 침해는 물론 안 좋은 제품 품질로 인한 한국 이미지 저하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런 모습은 베트남ㆍ태국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해당 기업의 운영 방식은 무무소나 아이라휘와 비슷하다.
이에 정부는 최근 경제활력대책회의를 통해 이 같은 해외 한류 편승기업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국내 특정 브랜드를 따라 했다기보다는 한국의 이미지를 교묘히 모방한 경우가 많아 위법행위를 입증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한국 상품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고, 한국 제품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이에 정부는 부정경쟁행위와 현지 소비자 보호라는 관점에서 대응을 강화할 계획이다. 우선 한국 제품과 유사한 형태의 상표를 붙여 제품을 만드는 경우 부정경쟁행위로 보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태국에서는 현지 경찰이 대표적인 무무소 매장을 단속해 소비자보호법상 표시 규정을 위반한 물품 1300여점을 압수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현지 매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한국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강조할 계획이다. 또 현재 8개국에 15개 설치된 해외지식재산센터를 통해 사례가 발견될 경우 단속기관을 안내하고 한국기업이 디자인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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