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포럼] 문재인 정부 정책은 국민 생존에 도움이 되는가

정재홍 2019. 8. 1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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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홍 콘텐트제작에디터·논설위원
한국 역사에서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고 명분론에 사로잡혀 정책을 펴다 엄청난 희생을 치렀던 일들이 종종 있었다. 조선 인조 때의 정묘호란·병자호란과 구한 말의 쇄국정책이 대표적이다. 인조와 신하들은 중국에서 명나라가 망하고 청나라가 들어서는 세력 전환을 읽지 못한 채, 명나라에 의리를 지키다 국토는 유린당하고 백성은 피폐해졌다. 구한 말에는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의 통상 요구에 대해 문을 잠그고 성리학을 고수하다 나라 발전의 기회를 잃어버렸다. 일제에 의해 조선은 식민지로 전락해 치욕의 36년을 겪어야 했다.

인조의 외교정책이나 구한 말 쇄국정책은 현실을 외면한 무능한 집권층이 백성들을 사지로 몬 잘못된 정책이다. 이들 정책은 국가 파멸을 막거나 국민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합리적이다. 나심 탈레브 뉴욕대 교수는 저서 『스킨인더게임』에서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다”며 “개인, 집단, 부족, 전체 사회의 생존을 방해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비합리적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의 합리성은 국민 생존에 도움을 주느냐 여부로 판단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들은 어떤가. 강제징용 문제로 불거진 한·일 갈등을 보자. 한·일은 서로를 화이트국가(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했다. 일본은 자국 이외에서는 대체하기 힘든 핵심 부품·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했다. 반면 한국은 다른 나라에서 대체할 수 있는 범용 제품의 일본 수출을 규제해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정부가 국민 생존을 위한다면 일본 정부와 접촉해 한·일 갈등의 진원인 강제징용자 배상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에 대한 비판 수위를 낮추고 대화의 문을 열었다. 정부는 일본의 부당한 수출 규제엔 당당히 대처하되 한·일 협의 채널을 가동해 징용자 보상 문제의 해법을 조속히 도출하는 게 합리적이다.

정부의 대북 정책은 국민 생존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비합리적이다. 정부는 북한의 막말에도 대응을 자제하며 협상 분위기를 만들려 하지만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하며 국민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안이하게 대응하다 보면 한국은 스스로의 생존도 보장받지 못하는 나라가 될 수 있다. 생존을 위협하는 북한에 대해서는 대응 전력을 강화해 북한이 우리를 공격하면 그 이상의 보복을 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추는 게 합리적이다.

탈원전 정책도 국민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원전은 값싼 전력 공급원으로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원전을 태양광·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많은 나라가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탈원전을 추진했다가 다시 원전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에 얽매여 탈원전 정책을 고집하며 한국의 원전 생태계는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받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현실을 직시하고 탈원전 정책을 중단하는 게 합리적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나 주 52시간제의 전면 도입 등도 국민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들 정책으로 인해 일자리 감소와 자영업 폐업 등의 부작용이 심각하다. 이제라도 업종이나 지역별로 세분화해 최저임금을 정하고, 연구직 등은 주 52시간제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정부는 기업 경쟁력을 높이거나 안보를 튼튼히 하거나 일자리를 늘리는 등 국민 생존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어야만 합리적인 정책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정재홍 콘텐트제작에디터·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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