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고 8년, 수습은커녕 실패만 남았다"

박세원 기자 2019. 8. 19.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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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간 원자력 연구 숀 버니 "방사성 오염수 태평양 방류 시점 2020년 도쿄올림픽 직후가 될 것"
숀 버니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사무소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 정부가 나서서 일본 정부의 방사성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해 주변국의 관심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현구 기자

“일본 정부가 오만했다. 8년 동안 해결된 건 하나도 없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숀 버니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지난 1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는 30~40년 안에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 오염수와 폐기물을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치적 선언을 지키기 위해 결국 눈앞에서 오염수를 없애는 해양 방출을 거론하게 된 것”이라며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그간 수습되기는커녕 실패만 반복됐다”고 비판했다.

버니 수석은 40여년간 원자력을 연구해온 전문가로, 지난 1월 보고서를 통해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의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00만t 이상을 태평양으로 방류할 계획을 세웠다고 폭로했다.

버니 수석은 일본 정부의 결정 배경에 수년에 걸친 실패와 오만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염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일본에 여러 방안을 제시했다”며 “하지만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일본 기술이 우수하고 해외 기술 차용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묵살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가 오염수 처리와 관련해 검토한 해법은 지층 주입과 수증기 배출, 수소 배출, 지하 매설, 해양 방출 총 5가지였다. 해양 방출을 말할 때는 오염수를 기준치 이하로 희석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이를 위해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활용해 오염수의 방사성 핵종을 낮추기 위해 시도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출을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버니 수석은 추측했다. 그는 “국제적인 이미지를 고려해 가장 유력한 방출 시점은 2020년 도쿄올림픽 직후가 될 것”이라며 “태평양 방류는 동해에 직격타를 주게 되고 이 경우 한국이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버니 수석은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후쿠시마 원전 자체의 결함도 지적했다. 그는 “1960년대 후쿠시마 제1원전을 건설하면서 물을 끌어올리는 데 드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발전소 설비를 해수면에 가깝게 지었다. 이 때문에 매일 850t의 지하수가 원자로 건물로 흘러들어오는 구조가 됐다”며 “이로 인해 사고 후 냉각을 위해 쏟아부은 물과 자연적으로 흘러든 지하수가 합쳐져 막대한 양의 오염수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오염수를 방류하더라도 끝없이 재생산되는 구조인 셈이다.

버니 수석은 해결을 위해 오염수 장기 저장과 기술 실험, 국제사회의 압박 3가지가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오염수와 방사성 폐기물을 최소 125년 이상 저장하고 관리해야 한다”며 “더불어 그간 묵살했던 새로운 기술적 대안을 적극적으로 실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이후 국회의원들과 나눈 대화를 언급했다. 그는 “내가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하면 동해의 방사성 물질 농도가 증가한다고 지적하자 한국의 의원들이 ‘일본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며 “도쿄올림픽으로 전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국제적 압박을 가하기 좋은 시기다. 한국 정부 주도로 주변국의 관심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본 시민사회의 강경한 입장도 전했다. 버니 수석은 “일본 시민의 55~70%가 후쿠시마 원전과 관련해 의심을 갖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시민들에게 후쿠시마 원전이 안전해졌다는 믿음을 심고자 하겠지만 정치적 접근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태평양 방류가 시행되면 시민들이 도쿄전력에 소송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버니 수석은 8년 전 후쿠시마 사고 후 매년 2~3차례 일본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는 등 일본 정부를 감시해왔다. 이런 활동 때문인지 그는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공항에서 5시간씩 갖가지 질문을 받는다고 했다.

일본 내 그린피스 활동 역시 유무형의 제약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 화제가 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위기’ 보고서는 그린피스 일본 사무국 홈페이지에도 게시됐다가 별다른 이유 없이 삭제됐다.

그는 “다음달 다시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후쿠시마 주민과 어민들에게 원전 문제는 매일 닥치는 위기와도 같다. 일본 정부가 사태를 인정하고 도움을 구하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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