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몰랐던 여인숙..안전망은 그 앞에서 멈췄다

조수영 2019. 8. 19.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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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이렇게 희생된 노인들은 그날그날 폐지를 주워가면서 힘겹게 생계를 이어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이 묵었던 쪽방은 한 달에 12만 원하는 이른바 '달방'이었고, 화재점검 대상에도 오르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안전망에서 그들은 없는 사람이었고, 그 곳은 없는 곳이었습니다.

조수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 리포트 ▶

화마가 덮친 여인숙은 전주시청에서 불과 200미터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불이 난 뒤에야 비로소 여인숙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말합니다.

[인근 주민] "거기 살았다는데 나는 잘 모르는데. 거기 살았대." (근데 돌아가셨어?) "불 나서 죽었다고 하네. 세 사람…" (자식이 없나?) "나는 거기 여인숙이 있는지도 몰라."

여인숙의 방 크기는 6제곱미터, 한평 남짓으로, 창이 없는 곳도 있는 그야말로 쪽방이었습니다.

하루 숙박비는 7천원.

한달치를 한꺼번에 계산하는 이른바 달방은 12만원이었는데, 숨진 노인들은 이 달방을 이용하는 장기 투숙객이었습니다.

[인근 주민] "좋은 아저씨예요. 불쌍하게 사셨는데, 그렇게 돌아가시니까 마음이 편치 않은데…"

희생자 3명 가운데 76살 태모 할아버지는 3,4년 전부터 여인숙에 머물며 폐지를 주워 생활했고, 82살 김모 할머니는, 이 곳에 살며 여인숙 관리를 맡아왔습니다.

일정한 거처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해온 1명은 신원조차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전주 완산경찰서 관계자] "2명은 (신원이) 확인됐는데 1명은 확인 중에 있어요. 지문을 떠봐야 하고, 본청에서 (조회) 돌리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들 중 1명은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았지만, 다른 2명은 타지에서 온 터라 주민등록조차 없었고, 그래서 어떠한 사회보장 혜택도 받지 못했습니다.

[김윤철/전주시의원(화재현장 지역구)] "관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죠. 주민등록도 안 돼있죠. 그다음에 낮에는 돌아다니다가 저녁에는 잠만 자고 나가죠. 그러니 어떻게 손이 미칠 수가 없죠."

여인숙이 지어진 건 1972년.

하지만 이름만 숙박시설일 뿐, 소방당국에 등록돼 있지 않아 그동안 화재점검 대상조차 아니었습니다.

여인숙에는 소화기와 경보형 감지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전주 완산소방서 관계자] "주택으로 등록돼 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일반 큰 건물은 다 (점검)하거든요.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건물을 다 할 수 없으니까, 인원에 한정이 있으니까…"

도심 속 외딴방에서 사실상 사회와 격리된 채 생을 마감한 노인들에게 화재 예방 시스템도, 사회 안전망도, 전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MBC뉴스 조수영입니다.

(영상취재 : 강미이(전주))

조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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