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말'과 마주 선 조국.. 내로남불 지적 어떻게 피해가나

이도형 2019. 8. 2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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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이 된 과거 소신 발언/ 특목고 비판하더니 딸 외고 졸업.. 의전원선 유급에도 장학금/ 기고·강연서 공직자 날선 비판/ 최근 각종 의혹 '내로남불' 지적/ 위장전입·폴리페서도 도마 위/ 딸은 의전원서 두번 낙제 불구/ 6학기동안 총 1200만원 장학금/ 의료원 "학업 독려 차원" 해명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말’과 마주 섰다. 과거 기고·강연 및 출판, 활발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피력해온 의견이 도리어 자신의 발등을 찍고 있는 형국이어서다. 최근 불거진 조 후보자와 관련한 각종 의혹과 그때 발언들을 비교해볼 때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아니냐는 지적도 쏟아진다.
조 후보자는 여러 차례 외국어고등학교, 특수목적고 등을 비판했다. 그는 2007년 한겨레 칼럼에서 “유명 특목고는 비평준화 시절 입시명문 고교의 기능을 하고 있으며, 초등학생을 위한 특목고 대비 학원이 성황”이라며 “이런 사교육의 혜택은 대부분 상위 계층에 속하는 학생들이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서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에서는 “학생들은 어린 시절부터 다른 계급, 계층, 집단 출신의 사람을 알고 사귀고 부대껴야 한다”며 “특목고, 자사고, 국제고 등은 원래 취지에 따라 운영되도록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 계층을 위한 학교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취지에 맞게 규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 후보자 딸은 서울 한영외고를 졸업한 뒤 국내 한 대학 이과계열에 진학하고 현재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에 다니고 있다. 조 후보자의 말대로라면 외국어고를 나온 그의 딸은 외국어 관련 계통 학과로 진학해야 했지만 현실은 자신의 말과 다른 셈이다.
장학금 논란까지 제기됐다. 19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 낙제하면서 유급도 했다. 그런데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지도교수가 개인적으로 만든 장학회를 통해 12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장학금은 한 학기당 200만원씩 6학기 동안 지급됐는데, 여타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조 후보자의 딸을 빼고 2015년부터 현재까지 이 장학금을 받은 6명의 학생들은 모두 단 한 차례만 장학금을 받았고, 그것도 한 한기에 나눠 가져 150만원 이하를 수령했다. 조 후보자 딸에게 장학금을 준 지도교수는 올해 오거돈 부산시장이 임명권을 가진 부산의료원장에 취임했다. 곽 의원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 후보자가 부산의료원장 임명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국민에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운데)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조국(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대책 TF 1차 회의에서 여상규 법사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후보자 측은 일반 선발 절차에 따른 지급이며 특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부산의료원도 보도자료를 내고 “우수장학금이 아니라 학업 독려를 위한 면학 장학금”이라며 “부산의료원장직은 부산시가 정한 공모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선정됐다”고 반박했다.
조 후보자는 과거 고위공직자 위장전입도 강하게 비판했다. 2010년 8월 한겨레 칼럼에서 “(위장전입은) 좋은 학군으로 이사하거나 주소를 옮길 여력이나 인맥이 없는 시민의 마음을 후벼파는 소리”라고 쓴소리했다. 하지만 그는 울산대 법학과 조교수 시절인 1999년 10월부터 11월까지 부산에서 서울시 송파구의 한 아파트로 주소를 옮겼다가 다시 부산으로 돌아왔다. 당시 8살이었던 딸도 같이 주민등록을 옮겼는데 부인은 부산에 남았다.
‘폴리페서’ 논란도 여전하다. 조 후보자는 서울대 법학과 교수 신분으로 민정수석을 지내다가 법무장관에 지명됐다. 민정수석 재직 때 휴직계를 냈고 퇴임 후 복직했는데 장관에 임명되면 다시 휴직해야 한다. 조 후보자는 2008년 서울대에 ‘폴리페서 윤리규정’ 건의를 주도했다. 김연수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가 총선에서 낙천한 뒤 학교에 돌아오려 하자 “무분별한 정치참여를 규제하자”며 엄격한 복직 심사를 주장했다. 당시 조 후보자는 “교수 1명이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 4명의 교수가 1년간의 안식년을 반납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런 조 후보자를 향해 서울대 온라인 홈페이지 등에는 ‘내로남불’ 지적이 제기됐다. 조 후보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선출직이 아닌 민정수석의 업무는 ‘앙가주망’(지식인의 도덕적 의무)이기 때문에 말을 바꾼 것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지식인의 도덕적 의무를 꼭 관직을 통해 해야 하느냐는 재반박이 뒤따른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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