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日 전직 관료가 본 아베 정권의 오판 3가지

김지숙 입력 2019.08.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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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산업통상자원부에 해당하는 일본 경제산업성에서의 경력만 30년, 경제 정책과 산업 정책을 담당한 전직 관료 고가 시게아키 씨. 최근에는 정치 평론가로 활동하며 아베 신조 정권의 정책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KBS 취재팀이 지난 12일, 고가 씨를 일본에서 직접 만났습니다. 고가 씨는 지금 아베 정권의 수출 규제 정책, 또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제 불매운동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주요 발언을 소개합니다.

■ 아베의 오판① "이번 조치, 과거사 문제 배경으로 해석돼…지금까지 발언과 반대"

고가 씨는 이번 조치가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취해왔던 방침과 상반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전부터 '경제 문제는 경제 문제로 해결해 나가자', '자유무역을 가능한 한 지켜나가자'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조치는 지금까지의 발언과는 상반된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면서, 조치 이유가 불분명하다고도 밝혔습니다.

"애초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서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그에 대한 보복인 양 말했죠. 관방장관도 그렇게 말했고 세코 경제산업성 장관도 트위터에 확실히 그렇게 올렸기 때문에 역사 인식이나 과거사를 둘러싼 양국 문제를 배경으로 제재했다는 식으로 해석됐습니다."

고가 씨는 이 배경에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봤습니다.

"명백히 참의원 선거를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침 (수출 규제를) 발표한 때가 선거 고지 직전인데, 한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 지지율이 올라 자민당이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고 판단해 조치에 나섰을 가능성이 대단히 큽니다."

실제로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조치를 시행한 건 지난달 5일, 참의원 선거 고지와 선거운동이 시작된 날이었습니다. 일본 NHK의 이달 초 여론조사를 보면, 아베 정권의 지지율이 지난달 조사보다 4%p 오른 49%로 나타났습니다.

고가 씨는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성 장관의 트윗을 인용해 이를 ‘저격’하는 트윗을 쓰기도 했습니다.


■ 아베의 오판② "다른 나라는 일본 부품 따라잡을 수 없다고 착각…모두에게 손해"

지지율 상승에서도 나타나듯이, 수출 규제의 이득을 정치권이 본 것은 명확해 보입니다. 그런데 "이 조치는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고 모든 사람의 손해로 이어진다"고 고가 씨는 말합니다.

"지방 도시를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줘서 피폐했던 지방 도시가 그나마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불매운동 영향으로 그 부분이 떨어져 나가면 지방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겠죠. 한국도 일본 관광객들이 방문하기 껄끄러워진다면 일본 관광객에게서 이익을 얻던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손실이 확대될 겁니다. 양국 정권의 입장에서는 각기 정치적 이득을 봤을지 모르지만, 경제 측면에서는 일반 기업이나 시민이 손해를 입게 되겠죠."

특히 최첨단 분야 일본 기업에도 손해라고 밝혔는데요. 왜일까요?

"일본 기업은 분명히 우수한 소재나 부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 기업 단독으로 그런 우수한 소재나 부품을 생산한 게 아니라 한국 기업과의 협력 관계 속에서, 다시 말해 최첨단 정보를 받아 서로 협력하면서 제품 수준을 높여왔습니다. 이 협업 관계가 끊기거나 불협화음이 생기면 일본 기업은 기술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할 수 없게 되겠죠. 그리고 혹여 대체 공급지가 한국 기업과 최고 수준의 협업 관계를 구축해버리면, (일본 기업은) 이미 뒤처진 상태이기 때문에 쉽게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경제산업성은 그 점을 계산에 넣지 않았다고 봅니다."

■ 아베의 오판③ "불매운동 오래가지 않을 거라 생각했을 가능성 커"

고가 씨는 우리나라에서 확산하고 있는 불매운동에 대해서도 아베 정부가 오판했다고 밝혔습니다.

"한때 불매운동이 일어나도 그리 오래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도 여기서 강경히 나가는 게 지지율 상승에 유리한 분위기이고, 일본에서도 '한국과 사이좋게 지내자'고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갈수록 조성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거죠."

이전의 불매운동과도 양상이 다르다고 진단했습니다.

"지금까지와 비교할 때, 한국 국민 사이로 번지는 양상이 크고 불매운동에 대한 지지도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베 정권은 이러한 점을 오판하지 않았나 봅니다."

이어, 계속 강경 기조를 유지했다간 "힘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하다"라면서도 이를 아베 총리에게 전달할 용기를 가진 간부가 없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아베 손타쿠'라는 말이 유행처럼 퍼져 있듯이, 반기를 들었다간 출세에 악영향을 미치는 게 무서워서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저는 그것이 향후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거라고 봅니다."

※ 손타쿠(忖度): 공무원 조직 등에서 윗사람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뜻에 맞추려 하는 행태를 꼬집은 말

정치 평론가 고가 시게아키 씨

김지숙 기자 (vox@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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