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피해 가능성.. 국내도 대책 시급"

이복진 2019. 8. 20.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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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 인터뷰
“일본 여행이라….방사성 물질이 이동하는 경로를 따지면 홋카이도도 오염권 안에 있다는 정도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사고 피해는 복합적입니다.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얼마나 넓은 지역에 피해를 줬는지 등 다방면으로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합니다.”
최근 서울 그린피스 사무실에서 세계일보와 만난 장마리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특히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여파가 동해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장 캠페이너는 “바람의 방향에 따라 방사성 물질이 이동하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에 노출된 여파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5년 10월 13일 그린피스 운동가들이 신고리원전에서 ‘인자 원전 고마 지라, 쫌!’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신고리 5호기와 6호기의 추가 건설을 반대하는 항의를 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일본·중국 원전뿐만 아니라 국내 원전도 문제”

장 캠페이너는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원전들뿐만 아니라, 국내에 위치한 원전들이 모두 잠재적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24개의 원전이 운영 중이고, 여기에 신고리 5,6호기까지 포함되면 26개 원전이 세워지게 됩니다. 원전 밀집도는 이미 세계 최고입니다.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처럼 모두 해안가에 위치해 있습니다. 지진이나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어마어마할 겁니다. 더군다나 부산·울산·경남 등 사람이 많은 곳으로 방사성 물질이 전파될 경우 결과는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현재 국내 원전 단지는 △부산과 울산에 걸친 고리 △경북 경주 월성 △경북 울진 한울 △전남 영광 한빛 총 4곳이다. 고리에는 7기, 월성 5기, 한울 6기, 한빛 6기 등 24기 원전이 가동 중이다.

전 세계 450개 원전이 188개 부지에 위치해 있는데, 평균적으로 부지 당 원전 개수는 2.4개 정도다. 6개 이상인 곳은 11곳(6%)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들 대부분이 인구가 밀집돼 있는 곳과 거리를 두고 있다. 반면 고리원전의 경우 반경 30km 내에 부산 340만명, 울산 115만명, 양산 34만명 등 489만명이 거주 중이다.
2014년 12월 8일 방사능 보호복을 입은 그린피스 운동가들이 한빛원전 앞에서 원전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원전은 경제력 떨어지는 에너지원…재생 가능 에너지원 개발해야”

장 캠페이너가 소속된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최근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리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매년 현장 조사를 진행,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피해 정도를 전달한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오염수 배출 문제는 지난 1월 보고서에서도 경고했다.

그린피스는 원전 위험성의 경각심을 사람들에게 일깨우고, 자연스레 국내 원전으로 관심을 유도하고자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피해를 정확하게 전달하려 노력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만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 ‘부실공사의 종합판’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빛 원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전은 방사선 차폐가 가장 중요한데, 한빛원전은 1호기부터 4호기까지 모두 격납건물 철판 부식, 공극 발견 등으로 문제가 됐어요. 최근에는 4호기에서 150㎝가 넘는 공극이 발견됐습니다. 월성원전에서는 주민들의 소변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는 등 현재도 원전 주변 지역의 거주민들은 많은 불안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 5월, 한빛원전에서 1호기 원자로 열출력이 제한치인 5%를 초과해 18%까지 올라가는 이상 상황이 발생, 원자로를 수동 정지한 적 있다. 부경대 방서선과학기술연구소의 ‘2018년도 고리원전 주변 환경방사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1일 고리원전 2배수구(발전소 부지 경계)에서 채취한 해수에서 삼중수소가 최근 5년 평균치인 리터당 25베크렐(Bq/L)보다 3.6배 가량 높은 89.2베크렐이 검출됐다.
2016년 5월 26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KT빌딩 앞에서 ‘죽음의 신’으로 분장한 그린피스 운동가가 ‘안전 복불복’이라고 이름 붙은 대형 돌림판을 앞에서 원전 반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장 캠페이너는 원전의 사고의 위험성뿐만 아니라, 정상 가동 시 발생하는 방사성 폐기물 처리 비용 등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전을 가동하면 폐기물이 발생하는데, 최근 이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폐기물을 처리하는 장소인 방폐장 설치 등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대규모 사고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잠재적 위협’인 동시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경제성이 떨어지는 에너지원이 원전인 것입니다. 그 결과, 세계적으로 원전이 축소되고 있으며,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죠.”

장 캠페이너는 “국내의 경우 사고 대책이 현실적이고 타당한지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는 사고가 나지 않을 거라는 안일한 전제를 바탕한 사고 대책은 무용하다”고 경고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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