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 접어든 日불매운동..하반기도 "안 입고, 안 먹고, 안 간다"

한전진 2019. 8. 2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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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 불매운동’이 장기전에 돌입함에 따라, 하반기 유통업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최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40% 이상이 ‘일본이 경제 보복을 철회하더라도 불매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답했다. 이제는 더 이상 ‘일본, 수출 규제 중단=한국, 불매 운동 중단’이 아닌 상황이 된 것이다. 

20일 의류업계에 따르면, 토종 SPA업계는 유니클로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하반기에 대대적 공세를 준비 중이다. 빠른 시장 선점을 위해 가을‧겨울용 의류의 판매시기를 앞당기고 판매 물량도 대폭 늘렸다. 이랜드 스파오는 유니클로 히트텍에 대항해 개발한 ‘웜히트’의 물량을 지난해 대비 240% 늘리고, 상풍명도 ‘웜테크’로 변경 출시한다. 신성통상 탑텐은 유니클로의 메인 모델이었던 이나영을 섭외, 첫 캠페인으로 겨울 내의 ‘온에어’ 시리즈를 앞세웠다. 물량 역시 500만장 규모로 대폭 늘렸다. 

스파오와 탑텐 등은 그동안 일본 기업인 유니클로의 대체제로 거론되며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다. 이랜드 스파오의 여름 속옷 ‘쿨테크 라인’은 지난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0% 신장했고, 탑텐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20% 넘게 증가했다. 

이 같이 국산을 선호하는 추세가 이어짐에 따라, 하반기에도 토종 맥주 브랜드의 약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일본 맥주 수입액은 434만2000달러로 나타났다. 전월 790만4000달러에 비해 무려 45% 감소한 것이다. ‘일본 불매운동’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해석이다. 특히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수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일본 맥주 수입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98% 급감했다.

테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트진로, 카스 가격 인하를 시행한 오비 등 국산 맥주업계는 이 같은 상황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이달 국산 맥주 판매량은 지난 7월 대비 38% 늘었다. 이는 일본맥주를 제외한 수입맥주 증가율 28%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맥주는 불매운동 대표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시장변화가 가장 크게 일어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반면 일각에선 불매운동 장기화를 두고 유통업계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에는 일본 맥주의 재고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현재 대형마트와 편의점 업계는 일본 맥주 발주 중단에 들어갔고, 수입맥주 할인행사에서도 일본 맥주를 제외하고 있다. 이에 기존 매장의 쌓여있는 재고 처리를 두고 잡음이 일고 있는 것. 편의점 업계서는 이를 두고 본사와 가맹점간 의견 차이를 보이는 등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여행업계는 불매운동 장기화 조짐에 ‘패닉’에 빠졌다. 일본행과 홍콩행 여행 수요가 급감한 데다, 대체 수요 발굴도 어려워 ‘최악의 하반기’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8월 9월 예정된 일본 여행 수요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70~80%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와 환율상승 등 구조적 문제도 업계의 얼굴을 더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분기 실적도 좋지 않았는데, 앞으로 더 안 좋아질 것 같다"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일본 불매운동이 점점 거세지고 장기화함에 따라 한국인이 운영하는 일식당과 주점 등도 덩달아 피해를 보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들은 업소의 일본풍을 지우고 일본 식재료를 국내산으로 바꾸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를 두고 경기침체 등으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불매운동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의 장기화에 대해 업계는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본 불매운동으로 의류와 주류 등 유통분야에서 그동안 눌려 있는 토종 브랜드들이 선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반면, 또 다른 산업계 관계자는 “한일갈등은 장기적으로 양 측에 손해라고 본다”라면서 “불매운동이 무차별적으로 이어져 국내 기업이 도리어 피해를 입게 된다면, 불매운동의 취지와 전려 다른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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