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中유학생 의존으로 위기 맞은 호주 대학들

이다비 기자 2019. 8. 2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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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학생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호주 대학들이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호주가 미국의 강력한 우방국으로 떠오르고 중국 내수 경제 악화로 호주에서 중국 유학생이 줄어들면 호주 대학들의 재정 상태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21일(현지 시각) 호주 싱크탱크 독립연구센터(CIS)의 살바토레 바본스 교수는 호주 ABC방송 인터뷰에서 "호주 내 중국인 유학생 감소는 일부 호주 대학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 시드니대 전경. /시드니대 홈페이지

바본스 교수에 따르면 호주 대학은 세계 어느 대학보다 중국 유학생을 많이 유치하고 있다. 그는 "호주 대학들은 중국 유학생을 국제 학생 시장에서 수익창출원(캐시카우)으로 여겨왔기 때문에 중국 유학생에 대한 의존도 증가로 재정 위험도 커졌다"면서 "중국 유학생 비율이 대규모로 줄어든다면 (호주 대학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국 유학생 수가 조금만 줄어도 상당한 재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반시설이나 직원 급여 등 고정 비용의 상당 부분을 등록금으로 충족시켜야 하는 대학 입장에서는 특히 그럴 수밖에 없다.

호주를 대표하는 명문대 중 하나인 시드니대의 경우 2017년 한 해 중국 유학생에 거둬들인 수입이 5억호주달러(약 41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시드니대 연간 총 수입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멜버른대·호주국립대·NSW(뉴사우스웨일스)대·시드니공과대·애들레이드대·퀸즐랜드대 등 주요대는 하나 같이 중국 유학생이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바본스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을 방관한 대학에도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과 중국 통화 관련 거시경제 지표만 변해도 재정 타격이 커질 수 있는 데도 정부 뒤에 숨어 위험을 줄이려는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호주 대학들이 중국 유학생을 비롯한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입학 수준이 안 되는 유학생까지 입학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바본스 교수는 이와 관련해 최근 보고서에서 "호주 대학들이 영어 실력이 낮은 학생도 특정한 프로그램만 이수하면 학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유학생 유치 실적을 늘리기 위해 자격이 안 되는 학생도 받아들이고 있는데, 지속 가능한 방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호주에는 40만명에 달하는 고등교과 과정 유학생이 있다. 이는 전체 호주 내 대학생의 약 4분의 1에 해당한다. 중국에서 온 호주 유학생은 호주 내 대학생의 10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호주 대학 평가기관인 고등교육질관리기구(TEQSA)의 앤서니 매클라란 사무총장은 "국제학생을 비롯한 한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이 과도하게 몰리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는 가능한 한 다각화를 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TEQSA는 호주 대학 내 중국 유학생 비율 등을 관리·감독하고 있다.

이에 호주 대학 측은 호주 대학들이 중국 유학생 비율이 지나치게 많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데보라 테리 호주 대학 총장은 대부분 호주 대학들의 재정 상태는 위험 부담이 적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윤이 없는 공공 교육 기관으로서 우리 대학은 납세자들의 기금을 신중하게 관리하며 관리 분야에서 광범위한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대학들은 학생 모집 동향에 지속적이고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며 사업 계획의 일환으로 지역 내 및 지역 간 다양성을 육성하고 있다"고 했다.

댄 테한 연방 교육부 장관도 "연간 기준으로 각 대학의 재정실적과 직위를 감시한다"며 호주 대학들은 재정적인 위기를 겪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호주국립대 대변인은 호주 대학들이 수준 낮은 유학생도 대학에 입학시킨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입시에 있어 가장 높은 영어와 학업 수준을 유지해왔다"고 했다. 시드니대도 성명을 내고 대학은 높은 입학 기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정 국가 유학생 감소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한 다변화 전략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시드니대 측은 "우리는 이미 미국과 캐나다에서 온 학생이 늘었으며 지금은 도와 동남아시아 학생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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