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 병원 윤리위 없어서..고교생 조국 딸, 논문 저자 프리패스
21일 단국대학교병원 측은 “해당 논문에 사용한 2002년~2004년 샘플과 그 논문에 대해서는 사전에 병원 윤리위원회를 거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책임저자인 A교수님은 ‘내 부주의, 불찰이었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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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생명윤리법 시행 이후 실험…적법했나
조씨가 참여한 논문은 2002년~2004년 수집된 37건의 혈액샘플을 가지고 2007년 실험을 진행했고, 실험이 끝난 뒤 2008년부터 논문 작성을 시작해 2008년 11월 대한병리학회지에 제출됐다. 두 번의 수정을 거쳐 논문이 출판된 건 2009년 3월이다.
2005년부터 생명윤리법이 시행되면서, 인체 조직을 사용한 논문을 작성할 때는 샘플의 채취부터 환자의 동의를 적법하게 받고, 논문 작성 계획도 의료기관 내 윤리위원회에 제출해 타당성을 확인받아야 한다.
샘플 수집은 생명윤리법 시행 이전에 진행돼 법적‧윤리적 문제는 없다. 한 의료법‧의료윤리 전문가는 “2002년~2004년 샘플 채취 당시는 아예 ‘윤리위원회’라는 기구나 절차조차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5년 생명윤리법 시행 이후에도 인체에 직접 투약하는 임상실험이 아닌 ‘연구용’ 실험 샘플 활용에 있어서 지금처럼 ‘윤리적 절차’가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한참 걸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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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윤리위' 있었다면 '고등학생 저자' 걸렀을 수도
다만 2008년 논문이 작성될 당시 윤리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점은 책임교수와 병원의 잘못이다. 논문을 출판한 대한병리학회 측은 “학회지 게재 심사 시 저자의 이름을 가리고 논문의 내용만 평가하기 때문에 학회로서는 저자의 소속 표기가 진실인지 검증할 방법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병원 윤리위원회를 거쳤다면 제1 저자의 실제 기여도, 논문 제작 과정 등에 대한 검증을 통해 외부 학회지가 포착하지 못한 ‘고등학생 저자’도 필터링이 가능했다.
단국대는 22일 연구윤리위원회를 열고, 조씨가 실험에 참여한 정황과 논문 작성 과정에서 제1저자로 등재되는 것이 적법했는지 등 연구 과정 전반에 대한 심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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