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 덮친 한·일 하늘길..8월 승객 최대 89% 줄었다

문희철 2019. 8. 2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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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LCC 노선 30% 넘게 감소
대한항공·아시아나도 -20% 안팎
씀씀이 큰 한국 관광객 발길 끊겨
아베 '관광으로 내수 부양' 차질
운항정보를 표시하고 있는 인천공항 출국장. 일본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 확산으로 한일노선 탑승객이 20% 넘게 줄었다. [뉴스1]
일본 불매운동이 8월 들어 본격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8월 들어 일본노선 항공 여객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사실이 통계로 드러났다. 항공 여객 증가는 일본 여행·관광·숙박·요식업 등 일본 내수 수요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일본 불매운동이 일본 지역경제에 타격을 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일보는 국토교통부 항공정보시스템을 활용해서 국내 전체 항공사 일본노선 탑승객수를 전수조사했다. 국내 8개 공항과 일본 16개 공항을 운항중인 항공여객 통계를 연도별·월별로 초순(1~10일)·중순(11~20일)·하순(21일~말일)으로 세분해 조사했다.

조사 결과 8월(1~20일) 한·일 노선을 이용한 승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3% 감소했다. 특히 일본 여행 불매운동은 시간이 갈수록 동참하는 사람이 늘었다. 6월까지 15.5% 늘어났던 일본노선 탑승객수는 7월 중순(1.7%) 본격적으로 증가세 꺾였다. 7월 하순(-2.8%)부터 감소하기 시작해서 8월 초순(-14.4%)·8월 중순(-21.6%) 등 시간이 갈수록 탑승객이 줄어들었다.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1일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발표했지만, 본격적인 불매운동의 효과는 8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불매운동 전후 한일노선 항공승객 증감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항공사별로 보면 기타큐슈 노선 운영하는 소형항공사 코리아익스프레스 승객이 가장 많이 줄었다(-88.6%·8월). 에어부산(-33.1%)·진에어(-31.3%)도 일본노선에서 불매운동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대형 항공사도 타격이 있었다. 일본노선 승객은 대한항공이 20.1%, 아시아나항공이 17.1% 감소했다. 에어서울(-4.1%)·제주항공(-3.9%) 등 일본노선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저비용항공사(LCC)보다 승객 감소율이 더 높았다.

공항별로 보면 양양공항(-78.1%)과 함께 청주공항(-36.3%)·김해공항(-27.8%) 등 지방공항에서 승객이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무안공항(+90.8%)을 제외한 국내 7개 공항에서 모두 한일노선 탑승객이 감소했다.

한국인 관광객은 일본 내수 관광산업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외부 요인이다. 일본은 지난 20여년 동안 내수 소비가 정체하면서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이 심화했다. 이로 인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엔화 가치 하락을 유도해 수출을 확대해서 침체한 내수를 살리려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 덕분에 외국인 관광객도 증가했는데 여기서 한국인과 중국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로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한국인 관광객수는 2011년 이후 매년 증가해 지난해 역대 최고수준을 경신했다(753만9000명). 불매운동이 시작하기 전인 올해도 상반기에만 386만2700명의 한국인이 일본을 찾았다.

한국 관광객 감소는 일본 내수 소비 진작에도 부정적이다. 일본은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방문자도 많지만 소비액도 크기 때문이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여행객 1명이 일본에서 하루 평균 쓴 돈(32만1000원)은 동남아시아 주요국가 소비액(8만5000~20만4000원)의 1.6~3.7배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국내 8개 항공사가 일제히 9월 이후 한일 노선 감편이나 운행중단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21일자 1면에서 “대한항공이 일본행 노선을 추가 감축했다”며 “일본의 지방 관광업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보도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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