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릴 못믿는다는데, 우린 어떻게 믿나"..한일 갈등, 끝내 안보로 확전
日이 무역 신뢰도 낮추자 韓 안보로 맞대응
靑 "종료 과정서 美와 긴밀 협의..美도 이해"
전문가 "한미관계에 더 영향..안 좋아질 것"
청와대는 이날 오후3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었다. 단연 핵심 의제는 한일 지소미아 연장 여부였다. 일본이 지난달 1일 양국 무역관계에서 전격적으로 칼을 빼 들고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실제로 단행하자 우리 정부는 이에 맞설 카드로 지소미아를 지목했다. 일본이 신뢰, 그중에서도 안보 신뢰 훼손을 이유로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한 만큼 더 높은 수준의 안보 신뢰도를 요구하는 군사 분야의 협력을 지속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한일 지소미아는 지난 2016년 미국의 제안으로 체결됐고 이후 동북아에서 한미·한미일 동맹의 윤활유 역할을 해왔다. 특히 북한 도발에 대응하는 데 있어 한미일 3각 연대의 고리 역할을 해왔다. 일본 입장에서도 북한은 군사적으로 위협적인 존재인 만큼 한국으로부터 받는 북한 정보는 안보 전략상 상당한 가치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한국이 예상치 못하게 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복수의 채널을 통해 한국 측에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미국에도 지원 요청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지난달 방한한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이달 들어 한국을 찾은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이 잇따라 한국 측에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강조하면서 한일 지소미아 유지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청와대의 파기 발표 직전까지도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한일 지소미아에 대해 “한일 간 안보 분야 협력과 연대를 강화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다는 인식하에 2016년 체결 이후 매년 자동 연장돼왔다”고 평가하면서 연장 희망 의사를 피력했다.
청와대가 일본에 대해 강 대 강 맞대응에 나섬에 따라 한일관계의 추가 경색은 불가피하게 됐다. 일본 역시 오는 28일로 예정된 화이트리스트 시행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들은 청와대가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발표하자 곧바로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속보로 전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 소식통은 청와대의 결정에 “극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결정은 한미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종료 검토 과정에서 미국 측과 긴밀히 협력했다”며 “미국도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지소미아 연장 여부 결정은 한일보다 한미관계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파기를 하면 한일관계가 아니라 한미관계가 안 좋아진다”면서 “당장 표가 나지 않더라도 어디선가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그게 국제관계”라며 우려했다. /정영현·양지윤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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