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국민 분노에 귀 닫았나..이해찬 "언론이 정권 흔들어"

하준호 2019. 8. 23. 00: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보수·진보 언론 모두 의혹 제기
민주당은 보도 대응TF 꾸려
총선·레임덕, 정치 득실만 고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 보도에 총력 대응하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2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무분별한 의혹 부풀리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TF를 구성해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전날(21일) 의원총회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정권을 흔들겠다는 게 언론의 의도”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에 대한 후속조치다.

TF는 당 대변인과 원내대변인,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맡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일부로 구성됐다.

의원총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대표의 발언은 회의 말미에 나왔다.

이에 앞서 여러 의원이 발언권을 얻어 “조국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권 차원의 문제”(박광온), “조국을 지키려는 게 아니라 우리당(민주당)을 지키려는 것”(이철희), “이번에 밀리면 총선에서도 밀린다”(기동민) 등의 주장을 했다고 한다.

여기엔 조 후보자에 대한 의혹으로 악화하는 여론이 굳어지면 내년 총선 전망이 불투명해질 뿐만 아니라 결국 조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검찰 개혁이 좌초되는 것은 물론 조기 레임덕(lame duck·집권 말기 지도력 공백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선의원은 “조 후보자 의혹에 대해 여야가 모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조 후보자 본인의 명백한 하자가 없는데도 낙마한다면 결국 우리가 힘에 밀리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의원총회에서 모두가 같은 의견을 냈던 건 아니다.

“조 후보자를 보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건 사실”(김해영), “국민들의 분노는 (조 후보자의) 언행불일치인데 우리는 불법 여부만 따지고 있다”(금태섭) 등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전선이 확대되는 와중에 우리(민주당) 쪽에서 다른 촌평이 나오면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라며 말을 맺었다고 한다.

여권 내 중량급 인사인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도 이날 조 후보자 딸의 고교 시절 논문 ‘제1저자’ 논란과 관련, 조 후보자를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학교수의 지도 아래 현장실습을 한 것이고 그 경험을 에세이로 써서 보고서를 제출한 것이다. 이것(보고서)을 논문이라고 하면 당연히 제1저자는 조 후보의 딸인데,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썼다.

이를 놓고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급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과 고교생의 보고서를 동급으로 볼 수 있느냐” “입시부정과 연관된 사안인데 교육감이 어떻게 이런 발언을 하느냐” “교육감이 정치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당사자인 조 후보자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주변을 꼼꼼히 돌아보지 않고 ‘직진’만 해오다가 이번 기회에 전체 인생을 돌이켜볼 수밖에 없었다.저와 저의 가족들이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이 컸던 만큼 가족 모두가 더 조심스럽게 처신했어야 했다”고 했다.

합리적 의심에 따른 언론 보도가 없었다면 조 후보자는 끝까지 자신의 과거를 객관의 시선으로 보지 않았을지 모를 일이다. 여당 대표도 정치적 득실을 고려한 ‘맹목적 변호’에 앞서 귀를 열어야 하지 않겠나. 당장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오겠다고 한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