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조국 펀드, 부인 마음대로 재산 분배 가능하게 설계됐다

김겨레 2019. 8.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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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상 정관 변경하려면 전원 동의 필요한데
조국 펀드, 약정 지분 3분의 2 동의 기준
아내가 100억원 중 3분의 2인 67억 약정해
아내 혼자서도 자녀들에 재산 분배 가능한 셈
자료=김종석 의원실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의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 1호’은 조 후보자의 아내 혼자서 재산 분배를 비롯한 정관 변경이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출받은 ‘블루코어밸류업 1호’ 정관에 따르면 출자 약정금 총액의 3분의 2이상에 해당하는 지분의 동의가 있으면 회사 재산을 배분할 수 있다. 총 사원(총 출자 지분)의 동의로 정관을 변경하도록 규정한 상법 위반이다.

이 펀드의 총 출자 약정 금액 100억1000만원 가운데 조 후보자의 아내는 67억4000여만원, 자녀가 각각 3억5500만원씩 총 74억5000만원을 약정했다. 조 후보자 아내 단독으로도 출자 약정금 지분 3분의 2 이상을 차지해 정관 변경의 요건을 충족하는 셈이다.

투자업계에서도 정관 변경은 투자자들의 수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므로 전체 출자 지분의 동의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입장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재산 분배 등이 가능한 정관 변경을 (출자 지분) 전원 동의가 아닌 일부 동의만으로 가능케 한 점은 이례적”이라며 “주식회사의 경우 편의상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정관을 바꿀 수 있도록 하지만,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들이 모이기 때문에 다른 투자자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쉽게 바꾸지 못하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종석 의원실 관계자는 “애초부터 증여 등을 목적으로 펀드를 운영하기 위해 법률까지 위반하면서 무리하게 정관을 끼워넣었다”며 “사모펀드 정관의 내용은 당연히 투자자인 조국 후보자의 배우자가 알게 되며 직접 서명(도장)을 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사모펀드 정관에는 자녀 증여에 활용할 수 있는 규정들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종석 한국당 의원실이 분석한 내용을 보면 해당 사모펀드는 투자자가 출자금을 내지 않을 경우 연 15%의 지연이자를 더한 금액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연이자는 회사 청산 시 다른 투자자들이 지분율에 비례해 분배받을 권한을 가진다.

약정일 30일이 지나도 출자하지 않으면 출자금의 50%가 다른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조항도 있다. 조 후보자의 아내가 납입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출자금과 이자가 자녀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울러 조 후보자가 장관 내정자로 발표되기 하루 전인 지난 8일 펀드 만기를 연장했다는 점도 논란이다. 애초 이 펀드는 지난달 25일 만기 예정이었다. 앞서 조 후보자 측은 이에 대해 “재산 형성, 재산 거래, 자녀 증여는 모두 합법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세금 납부 등에 위법한 부분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조 후보자가 편법 증여 수단으로 사모펀드를 선택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유는 증여세보다 적은 금액으로 증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블루코어 밸류업 1호 사모펀드 관리보수는 출자약정 총액의 연 0.24%로 알려졌다. 이는 사모펀드의 평균 보수(성과보수 제외)인 1.5%~2%보다 훨씬 적은 수준으로 100억원을 운용해도 연수수료는 2400만원에 그친다. 또 펀드 청산 시 투자 지분을 다른 투자자에 매매하더라도 붙는 세금이 증여세보다는 적다는 계산이다.

한편 야당 의원들이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향해 조 후보자 가족의 사모펀드에 대해 조사하라고 질타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억측이라고 맞섰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미 2010년에 프라이빗에쿼티(PE)로 세금 한푼 안 낸 기막힌 편법 증여가 횡행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며 “이게 조 후보자의 창의적 수법이 아니라 업계에선 아는 내용인데 이쯤 되면 금융 당국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증여세 탈루 목적이라는 근거가 없다”며 “사모펀드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언론보도가 나와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만 최 위원장은 “개별 투자자 명단과 내역은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금융 당국이 요구할 권리가 없다”며 “내부 정보를 활용했는지 여부도 상장회사에 적용되는 규제인데 해당 펀드는 비상장회사”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김겨레 (re970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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