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전문가들 "특목고 논문, 10년전 유행 대입스펙"

안채원 입력 2019. 8. 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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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딸, '단국대 의대 논문'으로 부정입시" 비판
전문가들 "논문 참여, 당시 특목고생들 입시전략"
"사실상 어학우수자 지원..논문 영향 미미 전망"
【서울=뉴시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이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논문의 첫 페이지 캡처.

【서울=뉴시스】심동준 안채원 기자 =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28)이 고등학생 당시 논문 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이를 대학 입시 등에 활용했다는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입시전문가들이 당시 대입 수시전형을 준비하는 특수목적고(특목고) 학생들 사이에 논문 참여가 유행했다고 주장했다.

24일 학원가에 따르면 조씨가 고려대에 입학했던 2010학년도 입시 즈음, 고교생 이름을 대학 논문 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두고 이를 '이력'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당시 특목고생들이 활용한 하나의 입시 전략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 소장은 "당시 과학고 등 학생들이 학위논문이 아닌 소위 '소논문'에 이름을 올려 수시전형을 대비한 스펙을 쌓는 일이 특이한 일은 아니었다"며 "학생들은 대입 실적이 중요한 학교 차원에서, 혹은 자녀 입시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 차원에서 인맥 등을 활용해 소논문 프로젝트 등에 참여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20년 이상 입시 전략 분야에서 활동 중인 대치동 학원가 관계자도 "당시 외고 국제반은 AP(advanced process)를 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 외에 논문과 관련된 것들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동일한 수준의 학생들 사이에서 논문 저자로 등재하는 것은 하나의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요소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 의대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해부학 관련 이력을 위해 주로 의대생들이 하는 시체실험을 경험해보기도 했다"며 "논문 저자로 등재하는 것은 동료 교수들이 있는 교수 자녀군에서 진입이 쉬울 수 있는 방법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논문 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것은 보편적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례적이라고도 볼 수 없는 사례"라며 "저자 등재는 학생의 기본적인 역량이 받쳐줘야 하는 부분도 고려해야 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단국대 논문이 조 후보자 딸 입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신중한 의견을 내놨다.

고려대에 따르면 조 후보자의 딸은 2010년 고려대 세계선도인재전형을 통해 입학했다. 이 전형은 1단계에서 '어학 또는 AP(advanced process)' 40%와 '학생생활기록부' 60%로 평가하고, 2단계에서 1단계 성적 70%에 면접 30% 배점을 두고 평가했다. 지원자들은 공통적으로 입학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해야 했다. 조 후보자 딸은 자기소개서에 단국대 논문 참여 경험을 언급했고, 해당 논문을 학교 측에 냈다.

전문가들은 해당 전형을 고려했을 때 이 논문이 조 후보자 딸의 '영어능력'을 평가하는 하나의 참고자료로 쓰였을 것이라고 봤다. 영향력이 없다고 단정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결정적이진 않았을 거란 취지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 로비에서 펀드 사회 기부 등에 대해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19.08.23. photocdj@newsis.com

유 소장은 "고려대의 세계선도인재전형은 쉽게 설명하면 어학우수자 전형이다. 대학에서 외고 등 특목고 출신들을 우대해 뽑기 위한 전형"이라며 "단계별 평가요소의 절대적 비중과는 별개로 (일반고 학생들과 비교할 때)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유 소장에 따르면 이 전형 1단계에서는 내신이 핵심인 학생생활기록부 영역을 60%의 비율로 평가하지만, 특목고생들이 일반고 학생들과 비교해 내신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걸 고려해 내신 등급별 차등을 거의 두지 않도록 했다. 그 결과 사실상 어학점수와 '외국어 능력 테스트가 가능하다'는 조건이 붙은 면접점수의 반영 비율이 커졌다. 어학능력에 방점을 둔 전형이라는 게 유 소장의 설명이다.

유 소장은 "우선 관련 논문이 평가항목에 반영되는 부분이 아니었다는 점, 또 철저히 지원자의 어학능력 평가에 초점을 맞춘 전형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 후보자 딸이 제출했다는 논문은 '영어로 논문을 쓸 정도로 영어를 잘하는구나'라는 평가의 정도로 쓰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논문이 고등학생이 2주간의 인턴십을 수행하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적인 내용이며, 조 후보자 딸의 이름이 제1저자로 등재된 사실도 당시 대학 입시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란 게 유 소장의 의견이다.

유 소장은 "조 후보자 딸이 입시를 치른 때는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제'라는 이름의 수시전형을 도입했던 초기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자리 잡고 일반화된 지금처럼 평가 기준 등이 정교하지 않았다"며 "(관련 전형에 지원하는) 다른 특목고생들이 그렇듯 어학능력을 증명하는 차원에서 낸 하나의 자료로 논문을 여겼을 것이다. 그 논문을 읽어보고 어떤 내용인지를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에서야 논문 1저자, 2저자 등 개념이 있었지 당시엔 그런 개념도 잘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며 "조 후보자 딸이 제출한 논문에 제1저자로 돼 있든, 제3저자로 돼 있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won@newsis.com, newki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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