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만 136억원… '냥이·댕이' 위한 세금 내라고? [S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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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경기 광명시는 안양천과 목감천변 등에 ‘반려동물 배변봉투함’을 설치해달라는 시민 의견을 제안받아 이를 지난해 예산에 반영하려 검토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동물보호법 제13조 제2항에 따르면 반려인이 배변 봉투를 지참해 배설물을 수거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사항인데, 시에서 예산까지 투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다른 시민들의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7년 펴낸 ‘반려동물 연관사업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반려동물의 수는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 2027년에는 약 1320만마리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복지를 위한 정책과 시설 마련, 그리고 반려동물 유기 등에 따른 사회적 문제 해결 등을 위한 세금 투입의 필요성은 점차 증가하지만, 이를 비반려인들까지 함께 부담하는 건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갈등을 막고, 지속가능한 반려동물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반려인에게만 따로 세금을 부과하는 일명 ‘반려동물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반려동물 관련 예산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동물보호 및 복지 확산’을 위한 예산으로 136억원을 배정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84.5%(74억원) 늘어난 것으로, 5년 전(11억원)과 비교했을 때는 10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올해 예산에는 반려동물로 인한 사회적 갈등 완화를 위한 관련 인프라 확충 등을 위해 ‘반려동물산업육성’이라는 이름으로 94억5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늘어나는 유기·유실 동물의 수나 관리 수준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의 예산 증가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현재 예산으로는 기본적인 수준의 (유기동물) 구조밖에 안 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치료나 구조된 동물의 복지를 위해서 앞으로 예산이 더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반려동물과 유기동물의 복지를 위한 공적 자원 투입 필요성은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비용을 비반려인도 계속해서 함께 짊어지는 건 사회적 갈등의 요인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반려동물 정책의 쟁점과 대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반려동물 소유주와 비소유주 간의 권리 침해나 예산, 공간, 인력 등의 사회적 자원 분배에서 갈등 요소가 잠재해 있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과 반려인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 등으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지만, 반려동물 소유자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현재로써 전무하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최모(29)씨는 “유기동물 보호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감하지만, 솔직히 비반려인으로서 특별한 책임이 없는데도 이를 위해 똑같이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건 억울한 부분”이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세금 투입이 증가한다면, (반려동물 시설 등에) 반대 목소리를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반려인들만 따로 세금을 납부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들에게 걷은 세금을 반려동물 정책에 사용하자는 것이 주장의 골자다. 박효민 경기연구원 전략정책부 연구위원은 “반려인들로부터 목적세 성격으로 걷은 돈을 반려동물 테마파크나 유기견보호소 설치 등에 투입하면 반려인도 해당 시설을 떳떳하게 쓸 수 있고, 관련 정책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반려인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반려동물세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과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동시에 나온다.
23일 광주시의 ‘반려동물에 대한 과세방안 연구’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모든 지방정부가 반려인들이 강아지를 등록하도록 의무화하고, 매년 강아지세(Hundesteuer)라고 불리는 세금을 반려인들에게 부과하고 있다. 이 세금은 지방세이기 때문에 지역마다 일부 금액 차이가 있지만, 뮌헨주의 경우 일반견은 연간 약 100유로(13만원), 맹견은 약 800유로(107만원)가량의 세금이 매겨진다. 만약 반려인이 반려견을 등록하지 않을 시에는 세금포탈죄로 징역형에 처할 수도 있다.
네덜란드도 독일과 마찬가지로 강아지를 키우는 데 지방세 성격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헤이그의 경우 반려견 1마리를 키울 시 반려인은 연간 약 116유로(15만원)의 세금을 납부해야만 한다. 네덜란드는 이렇게 마련한 재원을 통해 ‘동물 경찰’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동물 학대나 유기 등을 감시·단속하기도 한다.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반려견 허가 및 관리 동물 및 조류 규칙’을 통해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반려인이 개를 소유하거나 사육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주연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공동대표는 이런 해외사례를 설명하며 “반려동물세를 도입할 경우 책임 없이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반려인들에게는 이에 상응하는 복지를 누릴 수 있다”며 “납부한 세금이 반려인들을 위해 투명하게 사용된다면 당연히 도입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진주 정의당 동물복지위원회 위원장은 “반려동물세를 부과할 경우 사회적 약자들이 부담감을 느끼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시민들의 소득 계층을 나눠서 부과할 수는 있겠지만 아직은 시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반려동물세에 대해 검토해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반려동물 정책의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반려동물세는) 충분히 논의할 만한 가치가 있다”며 “다만 아직은 (반려동물세를) 누가, 누구에게, 언제 걷고 이를 어떻게 관리할지 등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연구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 사회가 함께 고민하기 위한 여러 가지 연구가 우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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