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화폐' 전쟁의 서막, 중국 '디지털 위안화' 발행 초읽기

박재찬 기자 2019. 8. 2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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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현 상황에서 CBDC 발행 필요성 낮아"

BIS 사무총장 “각국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를 예상보다 빨리 발행해야 할 것”
영국·러시아 등 CBDC 연구 활발… 미국·일본 “현재로선 발행 불필요”

“20년 후 중국 위안화는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가 될 것이다.” 미래학자이자 ‘블록체인의 혁명’ 저자인 돈 탭스콧이 예견한 일이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25일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1000억위안(약 17조원) 규모의 디지털 위안화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무장춘 인민은행 지불결제사 부사장은 이달 초 열린 ‘중국 금융 40인 포럼’ 세미나에서 “디지털 화폐(디지털 위안화)는 당장이라도 내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서는 중국이 ‘디지털 화폐 전쟁’의 서막을 연 것이라고 평가한다.

디지털 화폐(DC·Digital Currency)는 디지털 인증을 통해 온라인으로 거래되는 전자화폐다. 동전이나 지폐 같은 실물 화폐와 달리 제작, 운반, 보관이 필요 없다. 몇 번의 클릭 또는 터치만으로 거래가 가능하다. CBDC는 중앙은행(CB·Central Bank)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는 신용도 하락 또는 채무 불이행 등에 따른 신용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 현금에 비해 거래 투명성이 높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은행의 자금 중개기능이 약화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중국 인민은행이 추진 중인 디지털 위안화는 2단계 구조로 알려져 있다. 우선 인민은행이 일반 은행이나 금융회사에 디지털 위안화를 전달해주는 게 1단계로, 현재 각국 중앙은행들이 화폐를 발행해 일반은행에 전달하는 통화(M0) 개념이다. 이어 은행 등이 디지털 위안화를 받아 일반 경제주체에 공급하는 2단계로 이뤄진다.

CBDC는 발행 주체가 중앙은행이라는 점에서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와 성격이 다르다. ‘탈(脫) 중심’을 특성으로 하는 블록체인 방식이 유일한 기술도 아니다. 무 부사장은 지난 21일 인민일보 해외판 칼럼에서 “다양한 방식의 CBDC 발행을 고려 중이다. 블록체인이든, 중앙화된 전자결제 시스템이든 어떠한 환경에도 적절히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왜 CBDC에 속도를 낼까. 시장에선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영향력을 줄이고 ‘위안화 국제화’에 시동을 걸려는 의도로 분석한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달러 기축통화에 강하게 문제 제기를 했다. 이후 CBDC를 차근차근 연구해왔다. 지난 6월 페이스북이 디지털 화폐 ‘리브라’를 발행한다고 발표하자 서둘렀다는 얘기도 나온다. 중국 정부로서는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제를 확장하는 효과도 기대한다.

국제결제은행(BIS)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지난달 초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예상보다 빨리 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리브라를 공개한 뒤 나온 발언이다. 리브라 출시가 중앙은행의 자금통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주요국은 꾸준히 동향을 살피고 있다. 영국 영란은행은 CBDC 발행을 연구 과제로 선정했다. 스웨덴은 개인 소매경제용 디지털 화폐(e-Krona·이크로나) 발행 연구를 진행 중이다. 다만 미국이나 일본은 “동향을 주시하되 현 시점에서 CBDC 발생 계획은 없다”는 쪽에 가깝다.

한국은행도 미국이나 일본과 비슷하다. 한은과 금융연구원은 올해 초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보고서를 내고 “가까운 장래에 CBDC를 발행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국에선 여전히 현금 수요가 있는데다 예금계좌 보유율이 95%에 이른다. 인터넷·모바일 뱅킹 관련 인프라가 계속 확대되면서 금융 포용 정도가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CBDC의 발행 필요성을 낮춘다. 현금 사용률과 계좌 보급률이 낮은 중국이나 예금계좌 보유율이 낮아 CBDC 발행을 적극 검토하는 일부 개발도상국(우루과이 튀니지 등)과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은 금융결제국 디지털결제혁신연구반 관계자는 “현재까지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관련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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