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조국 딸 '제1저자' 올린 장 교수, 국가 R&D 시스템엔 의도적 누락?

남도영 기자,최소망 기자 2019. 8. 25. 14:1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연구업적통합정보(KRI) 논문 참여자 명단서 조씨 빠져..1·2저자만 제외
규정상 주저자·교신저자로 올려야 할 연구책임자는 참여저자로 뒤로 빠져
한국연구업적통합정보(KRI)에 올라와 있는 논문 참여자 정보다. 장영표 교수(상단)의 업적 정보에는 조국 후보자의 딸과 연구자 1명을 제외한 4명만 입력돼있다. 반면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당사자인 연구책임자인 김명주 교수(하단)는 6명이 모두 입력돼있다.© 뉴스1

(서울=뉴스1) 남도영 기자,최소망 기자 =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를 논문 '제1저자'로 올린 장영표(61) 단국대 교수가 정작 자신의 연구업적을 관리하는 국가 연구개발(R&D) 정보 시스템에는 조씨를 참여연구자 명단에서 누락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 당시에도 논문저자로 조씨를 등재하기엔 부적절하다는 점을 장 교수가 이미 인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25일 한국연구재단이 운영하는 '한국연구업적통합정보'(KRI)에 따르면 장영표 교수 명의의 업적 정보상에 조국 후보자의 딸이 1저자로 올라 논란의 중심에 선 논문 참여자 명단에 딸 이름은 빠져 있다.

문제의 논문은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작성된 것인데 정작 재단이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연구결과 데이터베이스(DB)상에는 조씨의 흔적이 사라진 것이다.

논문 제목은 '출산전후(주산기)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eNOS Gene Polymorphisms in Perinatal Hypoxic-Ischemic Encephalopathy)으로 동일하다.

공교롭게도 조씨 외에도 누락된 저자가 있다. 바로 제2저자인 현모씨다. 현씨는 당시 대학원생으로 고등학생 신분의 1저자인 조씨와 달리 실제로 연구에 가장 깊이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으로 지목되는 연구자다. 생화학이 전공인 현씨는 문제의 논문에서 다룬 허혈성 관련 질병 연구를 2000년부터 해왔다.

KRI은 막대한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대학 및 기관 연구자들의 연구업적 정보를 국가 차원에서 공유·활용하기 위해 구축한 시스템이다. 연구자들은 이 시스템에 자신의 연구업적을 입력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 연구지원 사업 참여를 신청한다.

장 교수가 교신저자로 조 후보자의 딸이 제1저자로 등재된 해당 논문은 2009년 3월 대한병리학회지(The Korean Journal of Pathology)에 발표됐다. 이 논문에는 참여 저자가 총 6명으로 등재돼 있다.

같은 논문의 참여자로 KRI에 연구 업적정보를 입력한 단국대 김모 교수도 논문 참여자 명단에 조 후보자의 딸을 비롯한 6명을 모두 포함했다. 대한병리학회지에 발표했을 때와 동일한 참여자 명단이다.

반면 지도교수이자 교신저자인 장영표 교수가 논문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연구자에게 부여하는 1·2저자를 정작 국가 DB상 본인 업적 정보에 누락했다. 장 교수는 조씨의 '제1저자 논란'이 커지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저자 가운데 조씨가 가장 많은 기여를 했다"고 해명한 것과도 대조되는 행보다.

연구재단에 따르면 장 교수는 해당 업적정보를 2009년 12월15일에 입력했다. 통상 업적정보에 논문정보를 입력할 때는 수기로 일일이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논문의 정보를 불러와 자동으로 입력된다. 즉 논문 참여자 정보에서 조 후보자의 딸이 빠진 것은 장 교수가 입력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정보를 손본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논문 정보는 외부 데이터를 불러오는 것이라 입력 당시 장 교수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수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보통 정보를 지우거나 빼는 것은 논문 저자 삭제 요청이나 잘못된 경우에만 한다"며 "누군가의 삭제 요청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는 지워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문제의 논문은 한국연구재단의 '기초과학분야 신진교수 지원' 사업을 통해 연구비 2500만원을 지원받아 작성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발견된다. 해당 사업은 김 교수가 책임 연구자로 수주한 사업인데 정작 성과물로 제출한 논문에 김 교수는 교신저자나 제1저자가 아닌 참여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학술연구과제관리규칙 제31조에는 '연구결과발표 시 단독연구의 경우 연구책임자가 주저자(1저자) 또는 교신저자(책임저자)로 표기됨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규정상으로는 연구책임자인 김 교수가 최소 제1저자에 등재돼야 하지만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조 후보자의 딸이 제1저자로 등재되는 걸 '묵인'한 셈이다. 실제로 김 교수가 같은 사업 성과물로 제출한 다른 1편의 논문에서는 제1저자로 등재됐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황을 비춰봤을 때 "장 교수가 조 후보자의 딸을 논문 제1저자에 올리기 위해 상당한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자신의 논문을 '대여'한 셈이 된 김 교수 또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단국대 내부 시스템에는 조 후보자의 딸 학위가 '박사'로 기재돼 있었다.

단국대 연구윤리위원회는 지난 23일 조 후보자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 적정성 여부를 심의하는 첫 회의를 열고 향후 조사 방향과 범위, 방법 등을 확정했다.

위원회는 앞으로 조국 후보자 딸 논문과 관련해 위·변조, 표절, 부당한 논문 저자의 표시, 이중 게재, 학계에서 통상 용인되는 범위를 벗어난 행위 등 연구윤리 제반에 대해 심의·조사하게 된다.

hyu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