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조국 STOP' 외치며 '정치 NO'..정의·공정 빛난 대학가 촛불집회

박순엽 2019. 8. 2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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춧불집회에 학생증 확인·학교사이트 인증..외부인 차단
정치적 문구 담은 피켓이나 태극기 등 상징물 반입금지
고려·서울대, 집행부 한국당 당적 논란에 대표도 교체
전문가들 "집회 순수함 증명..정의·공정 강조 위한 것"
서울대 학생들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와 명문대 입학,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특혜 논란 등을 두고 대학가에서 촛불 집회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학생들은 조 후보자와 연관된 논란에 대해 분노하면서도 여러 정치단체와의 무관함을 알리기 위해서도 애를 쓰고 있다. 혹여 자신들의 움직임이 현 정권과 각을 세우고 있는 정치적 세력에 의해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이들 학교에서는 특정 정당 소속 인물들이 집회를 주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집행부를 바꾸기도 했다.

◇집회 순수성 흐릴까 우려해…`신분 확인만 20분`

지난 23일 개최된 고려대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집회 장소로 들어가기 위해 학생증을 제시하거나 학교 포털사이트에서 개인 인증을 해야 했다. 수백 명이 집회에 참가하면서 인증 과정에만 20분 넘게 걸렸지만 집행부 측은 일일이 참가자들 신분을 확인했다. 이렇게 인증된 재학생·졸업생들에게만 피켓과 마스크 등 집회용품을 나눠줬다. 인증을 받지 못한 일반 시민은 잔디밭 바깥에서 집회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연이어 열린 서울대 집회에서도 정치집단이 포함된 문구나 태극기 등 상징물이 포함된 소품을 소지한 이들에 대해 퇴장 요청을 한다는 설명이 등장했다.

집회 집행부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데는 외부·정치 세력을 교내 집회에서 배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고려대 집회 집행부는 집회에 앞서 “좌와 우를 막론하고 정치 세력과의 결탁을 거부한다”며 “본연의 집회 목표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집회 집행부의 까다로운 인증 절차에 아쉬움을 표시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직장인 최모(32)씨는 “서울대, 고려대 출신이 아니더라도 조 후보자 딸의 특혜에 대해 분노할 수 있지 않느냐”며 “대학생들과 같이 뜻을 펼칠 수 있도록 일반 시민이 참여만이라도 할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들 대학생들은 교내 집회에 외부인 참여를 막음으로써 자칫 집회 순수성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를 사전 차단하고자 했다. 어느 단체에도 속하지 않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집회에 참여하는 만큼 정치색을 배제하고 `조 후보자 딸 특혜 논란에 대한 진상 규명`이라는 메시지만 강조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그동안 대학 내 집회나 집단행동을 주도했던 각 대학 총학생회도 이번 집회에선 일선에 나서지 않았다.

고려대 학생들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고려대 입학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집행부 특정 정당 당적 논란…고려대 이어 부산대도 내분

이들 학생의 경계 섞인 시선은 학교 내부에 대해서도 이어졌다. 집회를 추진하던 집행부 대표가 특정 정당 소속이라는 점이 밝혀지자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즉각 없앤 것이다.

실제 지난 22일 고려대 집회를 처음 제안했던 인물이 자유한국당 관계자라는 주장이 제기되자 교내에선 집회 순수성에 대한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이어 부산대에서도 지난 24일 촛불집회추진위원회 위원장이 한국당 부산대 지부장이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집회 개최 여부를 두고 내분이 일었다.

결국 고려대는 집행부 대표를 바꾼 뒤에야 집회를 진행했고 부산대 역시 집회추진위 위원장을 교체하고 28일 집회를 열기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 집회추진위는 앞선 고려대·서울대 집회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요소로 비칠 수 있는 표어 등을 세심하게 다듬고 외부인 발언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집회 문화에 대해 순수성을 증명하기 위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생들은 기성 정치 세력이 팩트에 대해 순수하게 접근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성향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기존 친정부 성향이었던 일부 대학생들에겐 (집회가) 정치세력과 연계돼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정의와 공정에 반한 문제를 제기하는 행동이란 것을 보여주며 스스로 떳떳해지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이러한 집회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선 “시민과 뜻을 함께하다 보면 지금처럼 (외부세력에 대해) 경계를 나타내는 것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며 “운동이 이어지거나 확대되면 불가피하게 불특정한 일반시민 참여와 연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순엽 (s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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