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성지순례' 대상 된 조국의 온라인 발언들..소나기 검증 부메랑으로 돌아와 자승자박

유정인 기자 2019. 8. 25.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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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54) 검증 국면은 여러모로 앞선 고위공직자 검증 때와 차이가 난다. 복수의 공직후보자 중 한 명에 대해서만 집중 검증이 이뤄지는 것과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 발언이 주된 검증 대상으로 떠올랐다. 각종 의혹을 견주는 잣대가 곧 조 후보자의 온라인상 발언이 되는 셈이다.

조 후보자가 과거에 밝힌 철학과 소신은 최근 ‘성지순례’나 ‘다시 보기’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성지순례’는 온라인상에서 사용되는 용어다. 통상 과거에 올린 글이 현재 벌어지는 일을 예견하거나 단면을 담고 있을 때, 온라인 이용자들이 과거 글을 찾아가 댓글을 다는 형태로 나타난다.

25일엔 조 후보자가 2012년 10월6일 트위터에 올린 글이 ‘성지순례’ 대상이 됐다. 조 후보자는 “번역해준 것만으로 논문의 공동저자가 될 수 있다면 영문과 출신들은 논문 수천 편의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고…(후략)”라고 적힌 게시물을 리트윗하면서 “참으로 무지한 소리!”라고 썼다. 원글이 삭제돼 조 후보자가 ‘번역만으로 공동저자가 된다’는 데 어떤 입장을 밝힌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용자들은 “성지순례 왔다”는 댓글을 달며 공유하고 있다. 조 후보자 딸 조모씨(28)가 고교 시절 의학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데 대해 담당 지도교수가 “번역 과정 등에 참여했다”고 밝힌 것을 빗대 조 후보자를 비판하는 취지다.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하던 2010년 일명 ‘파리’ 발언도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당시 조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의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자녀의 외교부 ‘특채’ 논란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유명환을 비롯한 고위직들은 무슨 일이 터지면 ‘사과’를 한다”면서 “파리가 앞발을 싹싹 비빌 때 이 놈이 사과한다고 착각하지 말라. 이에 내 말을 추가하자면 ‘파리가 앞발 비빌 때는 뭔가 빨아먹을 준비를 할 때이고, 우리는 이 놈을 때려 잡아야 할 때이다’”라고 썼다.

2012년 3월 트위터에 올린 게시글은 ‘캡처’ 형식으로 퍼지고 있다. 당시 조 후보자는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면서 “더 중요한 것은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사회 토양 자체를 바꿔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 말은 조 후보자 일가의 모순을 드러내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딸이 부모 인맥을 통해 각종 인턴십에 참여하는 등 사회 특권계급을 재생산하는 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 게 아니냐는 것이다.

조 후보자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보자 검증에서)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는 것은 국회와 언론의 권한이지만 후보자에 대한 윽박지르기와 모욕주기로 일관하는 것은 권한 남용”이라고 썼다. 25일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국민들께서 가진 의혹과 궁금증에 대해 국민의 대표 앞에서 성실하게 모든 것을 말씀드리고 국민의 판단을 받는 것”이라며 “인사청문회에서 주시는 꾸지람을 가슴 깊이 새기겠다”고 밝혔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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