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베 만나 "한·미 훈련 불필요..완전한 돈 낭비"

서승욱 2019. 8. 2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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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만나 "김, 훌륭한 편지 보내"
북 미사일엔 "합의 위반 아니다"
지소미아 파기 뒤 "한국, 지켜볼 것"
방위비 분담금 폭탄 맞불 가능성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리고 있는 G7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둘째)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25일 미·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정상회담에 배석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오른쪽)가 양국 무역 실무협상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서 미·일 양국 정상은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대에 대해 ’유엔 결의 위반으로 극히 유감이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미·한 연합훈련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개최지인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50여 분간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의 모두 공개 발언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대해 “지난주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훌륭한 편지를 받았다. 편지속에서 그는 ‘한국이 전쟁 게임(war games)을 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 앞에서 “내 모든 참모들에게 그것들(워게임)을 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싶지만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다”며 “나는 간섭하고 싶지 않지만 완전한 돈 낭비(a total waste of money)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상당히 많이 수정된 버전”이라고 확인한 뒤에도 “그래도 솔직히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동북아의 안보 지형이 민감하게 출렁이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사일 추가 발사를 우려하느냐는 질문에도 “행복하진 않지만 합의를 위반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김정은과 단거리를 논의한 적이 없고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할 수 없다는 것을 논의했다”며 “단거리, 훨씬 일반적인 미사일은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좋든 싫든 우리는 미사일의 세계(the world of missiles)에 산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아베 총리는 “우리의 생각은 명확하다”며 “최근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결의 위반으로, 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단, 그는 “북한 문제에 대해선 항상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도 미사일에 대해선 이견을 보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총리의 기분은 잘 알고 있다”며 “왜냐하면 단거리는 아베 총리의 영역, 영토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베 “북한 미사일 발사 극히 유감”

총리관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한·일 관계나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언급이 나왔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대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신 “북한 문제에 대해 일·미·한의 연계를 확인했다”고만 말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공개적으로 잘 밝히지 않던 아베 총리가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미사일 문제에 대해 “극히 유감”이라고 언급한 것을 놓곤 도쿄 외교가에선 “지소미아 종료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공동대처, 또 중국·러시아·북한이 힘을 합치는 동북아 지역 정세를 한·미·일 공조로 헤쳐나가기 위해선 지소미아를 고리로 한 정보·안보 협력체제 구축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북한 문제를 꺼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 앞에서 한·미 합동 훈련에 대해 “불필요하다”고 말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지소미아 파기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미·일 양국 간의 최대 쟁점이던 무역협정 관련 협상이 급진전하는 등 미·일 관계가 순풍을 타고 있다는 점이 미국을 사이에 둔 ‘지소미아 외교’에 있어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일본 총리 기분은 잘 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아베 총리와는 과거(의 미·일 정상들과의 관계)와 비교해 가장 좋은 관계에 있다”고 했고, 타결을 목전에 두고 있는 양국 무역협정 협상에 대해선 “큰 합의가 임박했다”고 예고했다.

또 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미·영 정상회담에서도 “아베 총리와 나는 아주 좋은 친구다”며 “지금까지의 미국과 일본이 체결한 협정 중에 가장 큰 협정에 대한 합의가 임박했다”고 했다.

앞서 23일 오후(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G7 회의를 위해 백악관을 출발하면서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나의 아주 좋은 친구다.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겠다”며 “지켜보겠다”는 말만 두 차례 했다. 기자들이 한국이 일본의 정보공유협정을 종료한 것을 우려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실망했다”, 국방부의 “강한 우려”와 국무부의 “문 정부의 심각한 오해” 등의 반응에 비하면 일단은 낮은 톤이다.

하지만 미국의 지소미아 잔류 요구를 한국이 무시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가를 청구할 것이란 지적이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선언 후 워싱턴 외교가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CNS) 국장은 중앙일보에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동맹을 ‘무시’했기 때문에 더 큰 방위비용을 지불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9월 방위비 분담금(SMA) 협상에서 지소미아 파기를 빌미로 대폭 증액을 압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문재인 정부는 워싱턴이 미국의 동북아 안보이익을 건드리지 말라는 조언을 무시한 채 SMA 협상 전야에 불필요하게 미국과의 관계를 긴장시켰다”고 지적했다.

도쿄·워싱턴=서승욱·정효식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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