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 집값에 배에서 산다, 런던 청춘들의 '우울한 운하'
런던 도심 운하 따라 거주용 좁은 배 빼곡
2주마다 이동..노인층까지 주거형태 변화
"부모 도움 없이 구매 불가능" 주택 양극화
집값 160% 뛸 때 젊은층 소득은 23% 증가
불편한 점도 많다. 크리스티나 커플은 2주마다 머물 장소를 옮긴다. 한 곳에 그 이상 머물면 벌금이 나오기 때문이다. 크리스티나는 “요즘은 배에서 사는 이들이 많아져 런던 중심부 운하에서 배를 댈 곳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엔진에 문제가 생기면 손수 고쳐야 하고 난방이 잘 되지 않아 겨울에 춥다. 창문을 깨고 물건을 훔쳐가는 일도 있다고 크리스티나는 전했다. 마르코는 “우리가 돈을 더 벌더라도 런던에 집을 살 생각은 없다. 더 큰 배를 살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임대료를 아끼기 위해 대학생들도 저렴한 배를 구매해 재학 기간 동안 거주하기도 한다. 학생들에게 재무 관리 조언을 해주는 한 단체는 런던대(UCL) 3학년생 두 명이 작은 배에 살며 학업을 이어가는 모습을 사이트에 소개했다.
집값 상승은 젊은층 내에서도 주택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 라이트만은 “런던에 사는 젊은이들이 부모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집을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부모가 자신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자녀의 주택 대출 보증금을 대거나 보증을 서준다"고 말했다. 부모의 도움이 없다면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까지 고스란히 저축해야 그나마 가능성이 보이는 정도라는 것이다.
영국의 주택 및 가구 조사 자료에 따르면 가계 소득이 세후 4만1000파운드(약 6000만원)가량인 25~34세 연령대에서 집을 소유한 비율은 20년 전에 비해 20%포인트가량 줄었다고 BBC가 보도했다. 소득이 1만5000파운드 이하인 젊은층에서는 8%만 주택을 갖고 있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주택 가격은 160%가량 뛰었지만, 젊은층의 소득 증가율은 23%에 그쳤다. 주택 사다리를 오르기가 그만큼 어려워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두 커플이 주택을 공동 구매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코드니 맥루어 부부는 “런던 남쪽에 방이 6개인 집을 샀는데 정원도 있고 거실도 크다. 친구인 다른 커플과 비용을 분담했는데, 우리 돈만으로는 교통이 편리한 곳에 집을 구할 순 없었다"고 BBC에 말했다.
영국 금융기관들도 밀레니얼 세대의 이런 경향을 고려해 주택담보 대출을 네 명을 상대로 내주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런던 주변에는 개조한 밴 차량에서 살거나, 컨테이너를 개조해 살인적인 임대료를 피하는 이들도 등장하고 있다.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주택난을 줄이기 위해 2022년까지 형편이 어려운 이들도 감당이 가능한 주택 11만6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로부터 관련 예산도 배정받았다. 이 예산으로 ^저소득층용 임대 주택 ^평균 수준의 소득이 있지만 주택 구매를 위해 저축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임대 주택 ^혼자 구매할 수 없어 공동 소유하려는 이들에게 공급할 주택 등을 지을 계획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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