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면전환용' 검찰개혁안 꺼낸 조국..새로울 것 없는 '재탕'

윤지원 기자 2019. 8. 26. 22: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ㆍ‘재산비례 벌금형’ 빼곤 수사권 조정 등 이미 입법 논의 중
ㆍ국회 동의 필요한 공수처 등 야당 협조 얻기 어려울 듯
ㆍ고소·고발 11건…임명돼도 검찰 안팎 신뢰 회복 미지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54)의 입각 명분은 검찰 개혁이다. 국회에 제출한 정부의 인사청문요청안에 조국은 “검찰개혁 적임자”로 강조됐고, 본인 역시 각종 의혹 확산에도 “고통스럽다 해서 짊어진 짐을 내려놓을 수 없다”며 개혁 의지를 밝혀왔다. 그러나 조 후보자가 밝힌 정책들은 ‘재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데다 입법과정에서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기는 힘든 상황이다. 특히 검증과정에서 실추된 도덕성으로 법조계 내부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도 한계가 있다. 야권 반발과 검증 과정의 논란으로 수사권 조정안 등 개혁법안 통과를 밀어붙일 명분과 동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후보자는 26일 10쪽 분량의 검찰개혁 정책 보도자료를 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른 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을 20대 국회에서 법제화한다는 내용을 먼저 소개했다. 수사권 조정안은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1차 수사종결권을 경찰에 주는 내용이 골자다. 재산에 비례한 벌금형 제도를 도입하겠다고도 밝혔다.

조 후보자가 이날 발표한 내용은 새로운 게 아니다. ‘재산비례 벌금형’을 제외하면 법무부와 검찰에서 그간 상당 부분 추진된 정책들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지난해 정부 합의 이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다. 조 후보자가 이날 발표한 검사의 공익적 역할 강화, 범죄수익 환수 강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도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문무일 전 검찰총장 아래서 추진됐다. 조 후보자가 검사의 공익적 역할을 강화하겠다며 내놓은 검사의 직권 재심 청구도 이미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과거사 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이 확정된 총 487명에 대해 지난 2017년 8월부터 지난 6월까지 검찰의 직권 재심 청구가 이뤄졌다. 범죄수익환수 강화를 위해 지난해 대검찰청에 담당과도 신설됐다. 체포된 피의자에 대해 경찰 수사 단계부터 국선변호인 조력을 받게 하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는 지난 4월 법무부가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국회 입법 절차를 밟고 있다.

조 후보자의 검찰 개혁안이 기존 정책을 재활용한 수준에서 그친 것은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빗발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후보자가 청문회를 거쳐 장관에 임명돼도 검찰 내외부의 신망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개혁을 추진해야 할 인사가 수사 대상에 오르면 검찰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와 가족은 부동산실명법 위반, 제3자 뇌물, 업무방해, 직권남용,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돼 수사를 앞두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조 후보자와 관련한 고소·고발이 총 11건이라고 했다. 이 사건들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일괄 배당됐다.

조 후보자는 검찰 밖에서도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은 이날 조 후보자를 겨냥해 “각종 의혹들에 대해 청문회 때 밝히겠다고 유예할 게 아니라 청문회 전이라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즉시 명확하게 해명하라”고 했다. 변협 공보이사를 지낸 강신업 변호사는 “개혁이 가능하려면 정치권, 대한변협 등 각 단체의 전방위적 지지를 얻어서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어야 한다”며 “도덕성, 자질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동력이 모이기 쉽지 않다”고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청문회 전까지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수사권 조정안을 20대 국회에서 법제화한다는 목표도 실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후보자 신상 논란이 여야 갈등의 핵이 되면서 9월 시작하는 20대 마지막 정기국회 파행 가능성도 있다. 수사권 조정안과 공수처 설치는 정치권과의 협조가 필수적인 입법사항이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