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물속에서 휴대폰으로 사진 찍는 법

권혁재 입력 2019.08.27. 00:02 수정 2019.08.27.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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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20190826

물속에서 휴대폰 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을까요?
사실 오래전부터 궁금했습니다.
가평 20190823

휴대폰 매뉴얼에 따르면,
‘최대 1.5 m 깊이인 곳에서 최대 30분 이상 제품을 담그지 마세요’라고 되어 있습니다.
유추해보면 ‘최대 1.5 m 깊이인 곳에서 최대 30분 이내’엔 괜찮을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이 문구 때문에 할까 말까 망설였습니다.
청계천/ 20190826

망설일 뿐 결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조사가 또 다른 경고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기준을 준수해도 일부 상황에서는 침수로 인해 기기가 파손될 수 있습니다.
제품이 물이나 액체 등에 젖거나 잠기면 제품 내부에 부착된 침수 라벨의 색상이 바뀝니다.
이 경우 당사에서 보증하는 무상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청계천/ 20190826

이러니 함부로 물속에 넣을 수 없는 노릇입니다.
게다가 물속에 넣어서 찍는 사진이
물 바깥에서 찍은 사진보다 낫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더구나 휴대폰 가격 또한 만만치 않으니 쉽사리 결행할 수 없습니다.
가평/ 20190823

며칠 전 물을 건너다가 휴대폰을 빠뜨렸습니다.
얼른 꺼냈습니다.
푹 잠겼는데도 멀쩡했습니다.
‘최대 1.5 m 깊이인 곳에서 최대 30분’이라는 문구가 계속 떠올랐습니다.
이왕 빠진 김에 용기를 냈습니다.

휴대폰을 물속에 넣어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물속에선 셔터가 눌러지지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 방수는 될지언정,
셔터가 눌러지지 않으니 카메라 기능은 무용지물인 셈입니다.

그러다 이어폰이 떠올랐습니다.
이어폰 볼륨 조정 버튼에 셔터 기능이 있습니다.
이어폰을 연결한 후 물속에 다시 휴대폰을 넣었습니다.

물결이 만든 빛 그림자 어른거리는 물속,
꼬물거리는 다슬기를 발견했습니다.
이어폰 볼륨 버튼을 눌렀습니다.
찰칵하고 카메라가 작동되었습니다.
사진을 확인했습니다.
제법 선명했습니다.

청계천/ 20190826

작정하고 물속에서 찍어 보고 싶어졌습니다.
청계천으로 갔습니다.
물고기가 많이 보이는 물가에 쭈그리고 앉습니다.
셀카봉에 휴대폰을 연결하고 이어폰을 꽂았습니다.
(셀카봉 셔터 버튼으로도 물속에서 휴대폰 카메라가 작동됩니다.
하지만 이어폰을 꽂았습니다.
이는 휴대폰에 물이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을 하나라도 더 차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속에 휴대폰을 넣었습니다.
놀란 물고기들이 후다닥 도망갑니다.
기다렸습니다.
오래지 않아 다시 물고기들이 다가왔습니다.
이어폰 버튼을 눌렀습니다.
찰칵, 물고기들이 고스란히 휴대폰 액정에 담겼습니다.

청계천/ 20190826

팔뚝만 한 잉어가 물살을 타며 노니는 게 보였습니다.
돌다리 중간에 앉아 휴대폰을 담그고 기다렸습니다.
휴대폰 근처에 오더니 놀라서 방향을 휙 틀었습니다.
그렇게 물살을 거슬러 올라간 잉어는 다시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청계천/ 20190826

가만히 보니 물속엔 물고기만 사는 게 아니었습니다.
다양한 식물들이 터 잡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터 잡았을까요?
청계천/ 20190826

심지어 흙 한 줌 없는 돌에 자리 잡은 것도 있습니다.
살아 낸다는 게 기적처럼 여겨지는 생명력입니다.
청계천/ 20190826

물살 제법 센 곳에 뿌리내린 갈대는 사는 게 사는 게 아닙니다.
차라리 버텨내고 있는 겁니다.
세차고 흔들리면서도 얽히고설킨 채 살아냅니다.
청계천/ 20190826

폭포처럼 물이 쏟아지는 곳엔 엄청난 공기 방울이 생겨납니다.
물살을 버티며 사진찍기도 쉽지 않은 곳,
눈으로 가늠조차 안 되는 그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식물이 있습니다.
삶이 기적입니다.
청계천/ 20190826

휴대폰에 경고 시그널이 떴습니다.
‘수분감지로 충전 불가. 휴대폰과 케이블의 연결 부분 물기를 제거해 주세요.
물기가 남은 상태에서 충전하면 화재, 감전, 부상, 제품 손상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수분감지로 충전 불가’라는 경고는 자주 봤습니다.
비 오는 날,
비 맞으며 사진을 찍다 보면 늘 뜨는 경고입니다.
그럴 때마다 한 두시간 바람 잘 통하는 곳에 두면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그리했습니다.
아무 문제 없이 충전되었습니다.

청계천/ 20190826

오랫동안 망설였던 물속 사진 찍기를 해보았습니다.
다행히도 휴대폰엔 아무 문제 없습니다.
제 휴대폰에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고 해서,
독자 여러분들도 맘껏 물속에서 찍으시라는 권유는 차마 못 하겠습니다.
휴대폰마다 다르며,
물의 오염도에 따라 휴대폰에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걸 감수하고도 시도해보겠다면,
충전 케이블 연결 부분과 스피커 부분에 테이핑하고,
이어폰을 꽂아서 촬영하시는 게 나을 듯합니다.
테이핑하고 찍었더라면,
더 맘껏 찍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혹여 사용하지 않는 휴대폰이 있다면,
그것으로 촬영해보시길 권유합니다.
휴대폰 망가질 걱정 없이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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