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고] 부모-자녀 '독립기념일'을 정하자

한국일보 입력 2019.08.27. 04:43

"또 다른 성장을 위한 '부모, 자녀 간 독립기념일'을 정하면 어떨까요" 요즘 학부모님들께 특강이나 간담회 등의 자리가 있으면 '부모, 자녀 간 독립기념일'을 제정하자는 유머를 던지곤 한다.

이런 점에서 부모와 자녀 간 '상호독립'이 가능하려면 사회적 조건이 더 성숙되어야 한다.

'독립'이라는 단어가 염려와 불안이 아닌, 성장과 도전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모-자녀 간 행복한 독립기념일'이 각 가정에서 자발적으로 제정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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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부모가 자식을 염려하며 사랑을 베푸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지만, 전체 사회 입장에서 보면 부모의 과한 사랑이 젊은 세대가 마땅히 발휘해야 할 역동성과 도전정신을 제약하는 면이 있기에 그저 아름답게만 보기는 어렵다. ©게티이미지뱅크

“또 다른 성장을 위한 ‘부모, 자녀 간 독립기념일’을 정하면 어떨까요” 요즘 학부모님들께 특강이나 간담회 등의 자리가 있으면 ‘부모, 자녀 간 독립기념일’을 제정하자는 유머를 던지곤 한다. 뜬금없이 ‘웬 독립이냐?’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계실텐데 이 유머 아닌 유머의 시작은 최근 우리 사회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으면 사회 전체의 역동성이 저하된다는 나름의 위기의식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인생의 선배로서 돌이켜보면 20,30대야 말로 삶이라는 긴 행로에서 가장 역동적이며 미래를 향한 도전의식을 불태울 때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불안정하고 경쟁도 치열하다 보니 부모입장에서는 고군분투하는 자녀가 안쓰러운 나머지 힘이 되어 준다는 명목하에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이후까지 자녀 주변을 맴돌며 걱정과 불안의 끈을 놓지 못한다.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부모가 자식을 염려하며 사랑을 베푸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지만, 전체 사회 입장에서 보면 부모의 과한 사랑이 젊은 세대가 마땅히 발휘해야 할 역동성과 도전정신을 제약하는 면이 있기에 그저 아름답게만 보기는 어렵다.

대학졸업, 취업, 결혼을 해도 부모만이 갖고 있는 그 과한 사랑의 프리즘을 통해 본 자녀는 여전히 불완전하기에 부모 스스로도 자녀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녀 또한 부모로부터 받는 정신적, 물질적 지원을 당연시하며 독립보다는 의존을 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실 고교 졸업 이후에는 일반적으로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서구의 사례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도 ‘성인의 날’이 곧 ‘부모-자식 간 독립기념일’이 되면 좋겠으나 서구와는 다른 우리만의 문화를 고려했을 때 이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대학 졸업 후 아니 최소한 결혼 이후부터라도 ‘부모-자식 간 상호독립’이라는 문화적 인식이 확산되면 좋겠다. 힘겨워도 또 다른 성장의 길(자녀는 진정한 어른으로의 길, 부모는 제2의 인생의 길)로 들어서며 상호존중의 독립문화가 일반화되길 바란다.

이런 점에서 부모와 자녀 간 ‘상호독립’이 가능하려면 사회적 조건이 더 성숙되어야 한다. 예컨대 우리의 사회복지제도가 더 발전되어야 한다. 젊은 맞벌이부부가 부모의 도움 없이 일과 가정의 병행이 어려운 현실, '패자부활전'이 허용되지 않는 각박한 '승자독식'의 구조 등이 ‘부모-자식 간 독립’을 어렵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조건의 변화를 기대하면서도 문화는 문화 자체로 독자성을 갖기에 여전히 염려되는 면이 있다. 즉 지금보다 복지가 더 확대되어도 부모의 지나친 자녀염려 문화, 자식의 부모의존 문화는 고착된 채로 남아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반값등록금시대, 청년수당, 아동수당, 누리과정지원, 무상급식 및 무상교육 등 사회적 조건이 빠르게 변화되고 있지만 우리가 체감하는 독립의 문화는 오히려 예전보다 후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부모는 자식걱정으로부터 독립, 자식은 부모의존으로부터 독립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또한 이 시대를 사는 청년들 모두가 우리의 자녀라는 마음으로 독립된 존재로서 도전 정신을 북돋울 수 있도록 ‘청년응원 문화’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독립’이라는 단어가 염려와 불안이 아닌, 성장과 도전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모-자녀 간 행복한 독립기념일’이 각 가정에서 자발적으로 제정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해 본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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