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정식 뿌리 '관찰사 밥상' 되살린다

김동욱 입력 2019. 8. 2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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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을 섞은 쌀밥과 무, 계란이 들어간 소고깃국, 꿩탕, 숯불고기, 닭구이, 콩나물무침.'

1884년 11월 10일 전라감영을 방문한 주한 미국공사관 해군무관 조지 클레이턴 포크(1856~1893)는 관찰사 김성근(1839∼1919)으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은 다음 날 오전 10시 풍패지관(豊沛之館·보물 제583호)에서 받은 아침밥상을 이같이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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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4년 접대받은 미국 해군무관 / 밥·국·반찬 등 17가지 음식 기록 / "가슴 차오르는 엄청난 밥상" 극찬 / 市, 조선 전라감영 복원 사업 맞춰 / 당시 외국인 손님상 등 재현 나서 / 현대 식문화 고려 '9첩 반상' 개발

‘콩을 섞은 쌀밥과 무, 계란이 들어간 소고깃국, 꿩탕, 숯불고기, 닭구이, 콩나물무침….’

1884년 11월 10일 전라감영을 방문한 주한 미국공사관 해군무관 조지 클레이턴 포크(1856~1893)는 관찰사 김성근(1839∼1919)으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은 다음 날 오전 10시 풍패지관(豊沛之館·보물 제583호)에서 받은 아침밥상을 이같이 소개했다. 전라감영은 조선시대 지금의 전북과 전남, 제주를 총괄하던 곳으로 전주에 자리했으며, 포크는 조·미수호통상조약으로 주한 미국공사관에 임명됐다.
포크는 원반 위에 차려진 밥, 국, 반찬 등 17가지 음식의 종류와 위치를 그림으로 그리고 번호를 매겨 여행일기에 자세히 기록했다. 그는 이를 “가슴까지 차오르는 엄청난 밥상”이라고 극찬했다.

포크의 기록은 미 국무부 명에 따라 조선의 경제적 가치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전주의 음식문화와 조리법을 알 수 있게 기록한 최고(最古)·최초 문헌이자 타 지역 감영에서 발견되지 않은 감영의 접대·연희 상차림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그는 주안상을 “작은 접시에 음식이 최고 1피트(약 30㎝)가량 높이 쌓였고, 접시마다 열 사람이 먹을 만큼 많았다”고 적었다. 연희문화에 대해서는 “모든 소리와 유흥은 중국에서 본 어떤 것보다 웅장했다. 실로 환상적인 날이다. 감영은 작은 왕궁이다”라고 감탄했다. 그의 일기는 2008년 미국의 한 교수가 책으로 펴내 뒤늦게 널리 알려졌다.

1884년 11월 전라감영을 방문한 주한미국공사관 해군무관 조지 클레이턴 포크가 그림을 곁들여 기록한 아침밥상(사진 위)과 전주시가 이와 각종 문헌을 토대로 재현한 조선시대 전라감영 관찰사 밥상.
전주시는 포크의 일기를 토대로 전라감영 복원사업에 발맞춰 관찰사 밥상과 외국인 손님 접대상, 연회 등을 복원할 계획이라고 26일 밝혔다. 관찰사 밥상은 조선시대 전라감영 관찰사(종2품)의 상차림을 기본으로 전주 식자재와 조리법을 활용하되, 현대 식문화까지 고려해 조선시대 수라상(12첩)보다 한 단계 낮은 9첩 반상(일상적 상차림)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관찰사는 왕명을 지방 수령에게 전달하고 수령을 평가하는 왕권 대행자이자 지방을 규찰(糾察)하는 최고 권력자였다. 그만큼 감영 음식은 왕실문화를 계승하는 것이자 상물림을 통해 통치수단이 됐고 전주 한정식의 뿌리가 됐다.

이를 위해 전주시는 지난 23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전라감영 관찰사 밥상과 전라감영을 방문한 외국인 손님에게 차려낸 상차림 등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발제에 나선 전주대 송영애 교수(식품산업연구소)는 다양한 고문서와 전라감사 기록 등에서 찾아낸 식자재와 음식을 토대로 관찰사 밥상으로 밥, 국, 김치, 장류, 찌개 등 7종 11가지 기본 음식과 나물, 구이, 젓갈 등 반찬 9첩을 제시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전라감사 밥상은 현재의 전주 한정식의 원형이 됐고 음식문화 유산으로 계승하고 있다”며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서 ‘전주음식’의 뿌리를 찾아 위상을 높이고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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