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세월호 보도 참사 책임' 박상후 전 MBC 기자 해고 정당"
법원 "언론사 의사결정권자의 자율권이 국민의 알 권리에 앞설 수는 없다"
세월호 참사 당시 “‘세월호 전원구조’는 오보”라는 후배 기자의 보고를 묵살한 박상후 전 문화방송(엠비시·MBC) 전국부장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박 전 부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목포 엠비시와 서울 엠비시의 기자들을 총괄 지휘하는 역할을 맡았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1부(재판장 이종민)는 지난 22일 박 전 부장이 엠비시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기각했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엠비시는 ‘세월호 보도 참사’의 책임자로 박 전 부장을 지목해 지난해 6월 해고 처분했다. 해고 사유는 방송강령 및 윤리강령 위반이었다.
법원의 판결문을 보면, 엠비시는 △엠비시의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가 국민의 알 권리를 외면하고, 불공정하며 부실하게 이루어진 데 당시 전국부장으로서 직·간접적인 역할을 했고 △지난해 4월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행정관으로 재직했던 인물을 인터뷰하려는 ㄱ기자의 취재를 방해하고 폭행했으며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표적 보도를 주도하면서 사실이 아닌 내용의 보도를 강행했고 △전라도 지역 출신들을 비하하는 용어를 수시로 사용하는 등의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6월26일 박 전 부장을 해고했다. 박 전 부장은 “이는 징계 사유가 아닐 뿐만 아니라 엠비시가 징계 재량을 남용했으므로 해고 처분은 무효”라며 지난해 7월 엠비시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세월호 참사 당시 엠비시의 불공정한 보도에 박 전 부장의 책임이 있고, 이는 해고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박 전 부장이 세월호 참사 당시 목포 엠비시 소속 ㄴ기자가 목포 엠비시 보도부장을 통해 “배에 300명 이상의 승선자가 있다”고 알렸는데도 ‘전원구조 오보’를 바로잡지 않은 사실이 징계 사유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박 전 부장 쪽은 “최초에 정확한 확인 없이 전원구조 오보를 보도한 기자가 잘못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전원구조 발표가 오보임을 신뢰할 수 있는 경로로 확인했다면 즉시 오보를 바로잡아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참사 발생 다음 날 ㄷ기자가 “사고 현장에 투입된 실제 구조인원은 (해경 쪽 발표와 달리) 16명”이라는 내용을 단독으로 취재해 보고했는데 박 전 부장이 이를 편집회의에 상정하지 않은 것도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박 전 부장 쪽은 “지역 엠비시 등에서 보내오는 취재 결과를 전국 단위 방송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전국부장에게 있으므로 특정 내용들을 보도하지 않은 것이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언론사 내부 의사결정권자의 자율권이 국민의 알 권리에 앞설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박 전 부장이 세월호 실종자 수색에 나섰던 민간 잠수사 사망을 두고 ‘실종자 가족과 국민의 조급증이 그를 죽음으로 몰았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제작한 것도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세월호 참사 한달 뒤 박 전 부장은 ‘분노와 슬픔을 넘어서’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제작했는데, 여기에서 박 전 부장은 “실종자 가족들은 작업이 더디다며 정부를 압박했다”고 발언했고, 마치 실종자 가족이 구조 인원 확충을 강요하는 것처럼 인터뷰 내용을 왜곡 편집하기도 했다. 법원은 “해당 프로그램이 논평 성격의 프로그램인데, ‘논평과 해설은 시·청취자가 스스로 자신의 견해를 형성할 수 있도록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엠비시 방송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밖에도 법원은 박 전 부장이 함께 일하는 기자에게 “너도 홍어(전라도 지역에 대한 혐오표현)냐?” “그럼 너는 홍어가 아니구나” 등의 말을 한 사실이 품위 유지를 규정한 엠비시의 취업규칙에 위배돼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박 전 부장은 지난해 해고된 뒤 현재 강용석 변호사, 김세의 전 엠비시 기자 등과 함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진행하고 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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