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대 대자보 '안녕들하십니까'.."학생들, 조국보다 큰 모순 외면"

유경선 기자 입력 2019.08.2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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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김군' 못본 체한 우리가 '청년세대 정의감' 말하나"
"조국 옹호는 아냐..여론 편승한 서울대 총학도 비판"
27일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앞 게시판에 붙은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2019.8.27/뉴스1© News1 김도용 기자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각종 의혹을 규탄하며 서울대학교 총학생회가 28일 두 번째 집회를 열겠다고 밝히자 더 큰 사회적 모순은 외면한 채 '선택적 정의'를 외치고 있다는 비판 대자보가 서울대에 붙었다. 대자보 작성자는 총학이 여론에 편승해 집회 개최를 결정했다고 지적하면서 두 번째 집회에 반대한다고도 밝혔다.

27일 조 후보자가 졸업한 서울대 학생회관 앞 게시판에는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이 같은 내용의 대자보가 게재됐다.

'K'라는 이름의 작성자는 "우리는 정말 당당한가, 우리가 조 후보자를 향해 외치는 정의는 과연 어떤 정의인가"라고 물으면서 서울대와 고려대 집회가 내세운 주제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구의역 사고의 고(故) 김군과 태안화력발전소의 고 김용균씨를 암시하면서 "대한민국의 또 다른 청년들이 전철역에서, 화력발전소에서, 실습장에서 노동을 하다가 목숨을 잃었다"며 "그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무시하거나 왜곡하거나 냉소한 언론이 서울대와 고려대의 몇백 명 학생들의 집회를 두고는 '청년들의 분노'를 대변하는 일이라며 연일 적극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이걸 두고 우리는 조금도 조금도 부끄러운 마음 없이, 그저 당당히 촛불을 들면 족한 것인가"라며 "우리의 분노를 두고 '청년세대의 정의감'을 얘기하기에는 우리가 못 본 체하고 모른 체한, 최소한의 사회적 정의도 제대로 누려보지 못한 청년들이 너무나 많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작성자는 집회에서 학생들이 든 '촛불'(휴대폰 불빛)에 대해서도 "다수 청년들이 처해 있는 구조적 모순과 문제를 해결하려는 촛불인가, 아니면 우리들만큼은 나름 소소한 승리를 거둬서 학벌 타이틀을 따고 언론들의 주목도 받게 한 현 제도를 강화하기 위한 촛불인가"라며 "우리가 외치는 정의가 포용하기 위한 정의인가 아니면 더욱 철저히 배제하기 위한 정의인가"라고 재차 반문했다.

그러면서 작성자는 조 후보자를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는 "조 후보자를 비호할 생각도 없고 나 또한 그가 자녀 문제에 대해 보인 태도에 철저한 반성을 촉구한다"며 "그러나 지금 우리가 그의 사퇴를 촉구하며 총학생회가 주도하는 촛불집회를 열기 이전에 과연 얼마나 당당한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썼다.

또 "조 후보자 딸의 스펙과 커리어 관리를 두고 우리가 차마 촛불을 들지 않을 수 없는 거악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그동안 손쉽게 잡아온 거악이 너무나 많은 것 아닌가"라며 "우리가 '청년세대'의 이루 말할 수 없는 박탈감을 느껴 그것을 대변하겠다고 하기에는 그동안 우리가 모른 체하고 눈 감아 온 청년세대의 현실이 너무 많고 어둡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작성자는 서울대 총학이 28일 열리는 두 번째 집회에 관여하겠다고 밝히는 과정에서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떠한 학내 공론화 과정도 없이 인터넷상의 여론에 편승해 마치 그것이 전체 학생들의 여론인양 호도하고 정당화해 집회를 개최하는 총학의 결정에 분명히 반대한다"며 "아직 청문회가 열리지 않았는데도 성급하게 집회 주최를 결정한 총학생회장단의 진의에도 의심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의로운 청년 대학생들이 마침내 조국이라는 거악을 몰아내고 위대한 승리를 쟁취했다는 찬사를 얻고 나면 그것으로 우리와 우리 시대의 청년들은 정말 안녕들 한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서울대에서는 학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총학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지난 23일 열린 1차 집회에는 총학이 관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열린 바 있다.

비판 끝에 서울대 총학은 26일 "(조 후보자가) 후안무치의 태도로 일관한다"며 그를 비판하는 입장문을 내고 28일 열리는 집회를 주최하겠다고 나섰다.

총학은 입장문에서 "사회적 부조리와 비상식에 대한 학생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은 총학의 당연한 책무"라며 "원칙과 상식이 지켜지는 나라, 정의가 살아있는 사회를 위해 서울대 총학은 조 후보자의 사퇴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조 후보자의 딸 조모씨의 입학 의혹이 불거진 고려대학교에서도 지난 23일 같은 제목의 대자보가 붙은 바 있다. 지난 2013년 처음으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붙은 이후 6년 만에 같은 자리에 다시 등장한 대자보였지만, 사회 문제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6년 전 대자보와 달리 이 대자보에는 조씨와 관련된 의혹을 겨냥하며 현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kays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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