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아리랑' 학살내용은 조작" VS 조정래 "매국노와는 할말 없어"

김고금평 기자 2019. 8. 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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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리랑'을 통해 본 '반일 종족주의'..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기록이나 증언 없이 종족 감정으로 창작"
토지조사과정에서 일본 경찰에 의한 농민 즉결 총살 이미지. /삽화=김명서


‘반일 종족주의’를 쓴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책 제목에 민족 대신 종족이란 단어를 달았다. 한국의 오랜 역사에서 피할 수 없는 가치가 물질과 육체를 중심으로 한 샤머니즘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종족은 이웃을 악의 종족으로 감각하는, 객관적 논변이 허용되지 않은 불변의 적대 감정”이라며 “거짓말은 종족을 결속하는 토템으로 역할을 하며, 독립적인 개인의 의미인 민족과 구분된, 종족은 그 자체로 하나의 집단”이라고 정의했다.

일례로 지난 50년간 우리는 교과서를 통해 전국 토지 40%가 총독부 소유지로 수탈되었다고 배웠지만, 이 수치를 증명하거나 기록한 적이 있는지 이 전 교수는 되묻는다. 최초의 누군가가 그 수치를 지어내 전승되며 ‘상대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 감정’을 증폭시킴으로써 종족주의를 실현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저자는 사람의 감정을 뒤흔드는 문학이야말로 반일 종족주의를 정점에 올린 분수령이라고 지적하며 대표적인 조작의 역사소설로 350만 부 이상이 팔린 조정래의 ‘아리랑’을 꼽았다.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모두 12권으로 구성된 ‘아리랑’에는 잊지 못할 대표적인 학살 장면 2개가 나온다. 첫 번째는 총독부 토지조사사업을 방해한 차갑수를 총살형에 처하는 장면이다.

<“사겨억 준비!” 주재소장이 니뽄도를 치켜들며 외쳤다. 네 명이 순사가 일제히 총을 겨누었다. “발사아.” 총소리가 진동했다.>(‘아리랑’ 4권)

작가는 토지조사사업 기간에 이 같은 경찰의 즉결에 의한 사형이 전국적으로 4000여 건이나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를 읽은 수십만 독자들은 상처를 받거나 분개하며 적대 감정을 키웠을지 모른다.

이 전 교수는 이 내용을 “있을 수 없는 조작”이라며 역사소설이라도 최소한의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예컨대 1913년 한 해에 53명의 사람이 살인과 강도로 사형을 선고받았는데 모두 복심재판이었다. 일선 경찰이 재판을 거치지 않고 사람을 유치장에 구류하거나 벌금을 매기는 즉결 처분은 법으로 엄격히 규정됐다는 것이다. 1912년 3월 공포된 ‘경찰범처벌규칙’에는 경찰이 즉결에 처할 수 있는 경범죄 87종이 나열됐다.

이 전 교수는 조 작가가 그 시대를 법도 없는 야만의 시대로 감각하고 있다며 “일본인을 더없이 잔인한 악령으로, 조선인을 더없이 비겁한 야만의 종족으로 묘사했다”고 비판했다.

소설에서 드러난 또 다른 충격적인 학살 장면은 1944년 일본 지시마열도에서다. 일본군은 지시마열도를 군사기지화하기 위해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였다. 그때 수많은 조선인 노무자들이 공사판으로 동원됐다. 공사가 마무리되자, 일본군은 거짓 공습경보를 울려 1000명에 이르는 조선인 노무자를 방공호에 가둬 30분간 수류탄을 던져 넣고 기관총 사격을 가해 그들을 몰살시켰다는 것이 내용의 핵심이다.

조정래 작가.


<방공호 입구에서 무엇인가가 꾸역꾸역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건 시뻘건 피였다. 기관총은 30분 이상 난사됐다. 시간이 갈수록 피는 도랑물처럼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시마열도 여러 섬에서는 그런 식으로 이미 4000여명이 죽어 갔던 것이다.>(‘아리랑’ 12권)

저자는 소설에서 가장 참혹한 이 장면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고 강변했다. 작업환경이 열악하고 작업이 고돼 많은 희생자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위와 같은 학살은 없었다는 것이다. 또 그런 기록이나 증언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전 교수는 “1945년 8월 전쟁이 끝날 때까지 지시마열도와 홋카이도에선 비슷한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어렵게 동원한 노무자를 학살할 아무런 합리적 이유가 없다”며 “소설가 자신이 학살의 광기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고 했다.

조정래 작가는 '아리랑' 서문에서 "조국은 영원히 민족의 것이지 무슨무슨 주의자들의 소유가 아니다"며 "민족의 독립을 위해 피 흘린 모든 사람들의 공은 공정하게 평가되고 공평하게 대접되어 통일 조국 앞에 겸손학 바쳐져야 한다"고 썼다.

이어 "나는 이런 결론을 앞에 두고 '아리랑' 집필을 시작했고 그건 감히 민족통일의 역사 위에서 식민지시대의 민족 수난과 투쟁을 직시하고자 하는 의도였다"고 강조했다.


소설의 학살 장면을 두고 어떤 배경과 자료를 기초로 기술했는지 조정래 작가에게 물었다. 조 작가는 26일 머니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그 저자와는 상대하고 싶지 않다”며 “매국노와는 어떤 할 말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학계에선 이 책이 식민지근대화론자의 학술적 주장보다 감정에 치우친 독선적 표현을 사용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이 전 교수는 이를 의식하듯 책 서문에서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국익을 위해 잘못된 주장을 고집하거나 옹호하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우리가 범했을 수 있는 잘못에 대한 엄정한 학술적 비판이며 잘못으로 판명될 경우 우리는 주저하지 않고 우리의 실수를 인정하고 고칠 것”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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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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